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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영어 정복하기’

영어 비디오와 동화책으로 영어공부, 딸 외고 보낸 엄마 이현숙씨 조언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7.02.09 15:26:00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영어를 가르쳐 대일외고에 합격시킨 엄마 이현숙씨가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영어지도 노하우를 들려줬다. EBS 영어 프로그램과 영어 비디오를 활용해 아이를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운 비결 공개.
‘학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영어 정복하기’

가정학습법으로 대일외고에 합격한 우선영양 가족.


대일외고 2학년 우선영양(18)은 중학교 시절 호주에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외국생활 경험이 없다. 그런데도 외고에서 ‘영어 잘하는 아이’ 그룹에 속한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처음 프랑스어를 배울 때도 “가장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을 구사하는 학생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남다른 언어 능력을 가진 셈이다. 선영양의 엄마 이현숙씨(45)는 이에 대해 “말을 처음 배울 때부터 소리를 중요하게 여기도록 훈련시킨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선영양이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회사에 다니던 ‘워킹맘’. 다른 엄마들처럼 일찍부터 아이를 붙잡고 영어를 가르치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예체능 분야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교육 원칙을 세워두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영어학원에도 보내지 않았다. 그가 선영양에게 영어를 접하게 해주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EBS 영어 프로그램 보여주기. 이씨는 선영양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다섯 살 때부터 퇴근 뒤 아이를 집에 데려오면 바로 ‘EBS 영어교실’ ‘빌리 더 뱃’ ‘워쳐업 두기’ 등 교육방송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대상으로 방영하던 영어 프로그램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줬다고 한다.
“처음엔 무슨 얘긴지도 모르면서 다양한 캐릭터로 분장한 인물들을 보느라 정신없이 보더라고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영어 표현도 익히기 시작했죠. 어린 시절 TV를 보게 하는 것이 아이 발달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솔직히 일하는 엄마였던 저로서는 아이를 어딘가에 잡아둘 게 필요했어요. 마침 영어 프로그램이 좋은 도구가 돼준 거죠.”

EBS 방송 프로그램, 디즈니 만화 비디오 테이프 보며 자연스럽게 영어 듣게 해
이씨는 매일 집안을 정리하고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1시간 정도씩 영어 프로그램을 보여줬는데, 선영양은 다행히 무척 재미있어 했다고 한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틀어주니 언제부턴가 짧은 문장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발음도 원어민처럼 자연스러웠다고.
“당시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에게 모 방문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시키는 게 유행이었어요. 선영이가 조금씩 영어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혹시 저런 것을 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책을 살펴봤죠. 그런데 첫 장이 단어 공부더라고요. 저는 언어는 소리로 접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시키는 걸 포기하고 그냥 다시 비디오 테이프만 틀어줬어요.”
이씨는 원어민 강사가 드물던 시절, EBS 영어 프로그램은 검증된 원어민의 발음을 들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도구였다고 말했다. 선영양이 초등학교에 간 뒤부터는 ‘디즈니 만화영화’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줬다고 한다.
“영어학원에는 안 보냈어요. 학원에 다녀봤자 일주일에 두세 번씩 50분 정도 수업하는 게 고작인데 그게 큰 도움이 될까 싶었죠.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과중한 숙제를 내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어린아이에게 하루 2, 3시간씩 영어를 공부하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저는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꾸준히 보여주면서, 시각과 청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학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영어 정복하기’

그는 선영양에게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가르친 것도 아이의 언어 감각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언어의 시작은 듣기인데, 음악을 배우면 듣기 능력이 부쩍 자라기 때문이라고.
“어느 책을 보니 음악교육이 언어 능력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선영이의 경우를 봐도 그런 것 같아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시 초등 어린이 듣기 대회에 나가 금상을 받았을 정도로, 일찍부터 영어 듣기만큼은 자신 있어했거든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배운 프랑스어의 발음이 좋은 것도 듣기 훈련이 잘돼있어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피아노를 오래 가르친 이유가 영어를 잘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의외의 효과를 본 거죠.”
소리를 통해 영어와 ‘친해진’ 선영양은 4학년 때부터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글씨도 익혀나갔다고 한다. 처음엔 그림동화책을 보면서 원어로 녹음된 테이프를 듣는 방식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그 다음에 글씨를 읽어나갔다고. 이씨는 아이에게 책을 읽힐 때는 흥미를 느끼고 빠져들 만한 내용을 골라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중학생이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는 ‘백설공주’를 본다면, 영어책 읽기는 지겨운 공부가 될 뿐이죠. 아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책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저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영어동화책을 가져다주는 업체에 가입해서 아이가 다양하고 재미있는 책을 읽도록 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했죠.”
선영양의 영어 실력은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으면서 급성장했다고 한다. 생소한 어휘가 많은 탓에 1권을 읽을 때는 어려워했지만, 2권부터는 책을 손에 잡으면 놓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다고. 다 읽은 뒤에도 대여섯 번씩 더 읽을 만큼 해리포터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 되면서 선영양은 본격적으로 영어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그 무렵부터 저도 아이가 원하는 책을 사주기 시작했어요. 영어그림책과 달리 중학생 이상이 볼만한 두꺼운 책은 갖고 있으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수 있거든요. 대신 한 번에 1, 2권씩만 사줬죠. 아이가 애착을 갖고 더 열심히 읽을 수 있도록요.”
이후 선영양은 ‘빨간 머리 앤’ 시리즈,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 등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선영양의 특징은 책을 읽을 때 사전을 거의 찾지 않았다는 점.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일단 읽는 데 무리가 없으면 흐름을 깨지 않고 그대로 읽어내려가는 스타일이라고.
“선영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문법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요. 듣기와 읽기만 하면서, 정말 국어를 배우듯이 영어를 했죠. 그러다 보니 자기가 내용을 이해할 수만 있으면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선영양은 외고에 들어간 뒤 ‘과거분사’라는 말을 처음 듣고,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토플 공부를 해야겠다고 학원에 등록했다가 ‘도무지 무슨 얘긴지 못 알아듣겠다’며 3일 만에 그만둔 적도 있어요. 한국식 문법 용어들이 낯설었던 거죠. 결국 혼자 원서로 된 토플책을 사서 한 번 읽어보고 시험을 치렀는데, 287점을 받더라고요.”
이씨는 “선영이를 보면 정말 우리식으로 단어와 문법부터 가르치는 게 영어를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듣기 실력 충분히 다진 후 읽기, 말하기로 영역 넓혀가는 것이 좋아
‘학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영어 정복하기’

이현숙씨는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이지만 아이에게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문법공부 대신 선영양이 선택한 것은 영자신문 읽기. 중학교 1학년 가을 무렵부터 청소년용 주간 영자신문을 정기구독했다고 한다. 재미 위주의 소설만 읽다 보니, 인문 경제 사회 자연과학 등에 대한 지식이 떨어지는 것 같아 엄마 이씨가 적극 권했다고.
“이때부터 선영이가 조금씩 영어를 공부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제가 신문을 읽었는지 점검하려고 각각의 토픽을 정리해 얘기하도록 시켰거든요. 1면 기사에서만이라도 모르는 단어는 찾아 외우도록 하고요. 처음에는 신문을 받으면 연예면 기사만 보려하더니, 금세 다른 데도 적응해서 점점 읽는 양을 늘려가기 시작했어요. 한 달쯤 지나면서부터는 신문 읽는 습관이 잡혔죠. 선영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2년 정도 신문을 계속 구독했어요.”
이씨는 선영양이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 무렵부터, 듣기와 읽기만 해왔을 뿐인 아이에게 말하기 능력을 길러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을 이용해 호주로 단기 어학연수를 보냈다고.
“75일짜리 단기 연수인데도 비용이 5백만원이나 하더라고요.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그동안 영어학원을 보냈다면 이 만큼은 쓰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과, 이번 기회에 아이가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을 얻고 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선영이를 호주 시드니에 보냈죠. 그런데 막상 호주에 도착한 아이 얘기를 들어보니, 현지 한국인 가정에서 우리말만 쓰면서 편하게 지낸다는 거예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30일 만에 학교를 교외로 옮기고 호주인 가정에 홈스테이하도록 했죠.”
그 나머지 45일의 시간이 선영양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말하기 실력을 키웠을 뿐 아니라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 외국어고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도 나중에 세계 속에서 생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더라고요. 또 자신 있는 언어를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품은 것 같고요. 외고 입시는 아무래도 혼자 공부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때부터 학과 공부 관련 학원은 보내지 않겠다는 소신을 접고 선영이를 외고 입시 전문학원에 보냈어요.”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전문학원에 다닌 선영양은 1년간의 착실한 준비 끝에 대일외고 합격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손에 쥘 수 있었다고 한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이지만,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있게끔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바람직한 길로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영이는 지금 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유학반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할 예정입니다.”

이현숙씨가 들려주는 자녀교육 노하우



영어는 공부가 아닌 놀이다. 습관처럼 몸에 배게 하라
처음부터 영어를 즐기는 아이는 정말 드물다. 기왕이면 아이가 영어를 놀이처럼 느낄 수 있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비디오테이프나 영어 동화책 등 다양한 교재를 활용해 아이가 영어를 언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학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영어 정복하기’

이현숙씨를 비롯한 다섯 엄마의 자녀교육 경험을 담은 ‘특목고 우리 아이 이렇게 보냈다’(맹모지교).


오랜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게 하지 말자
가방 들고 왔다 갔다 한다고 해서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목표가 있어야 공부 추진력이 생긴다
명문대에 간 친척 형, 오빠를 만나게 하거나 명문고, 명문대를 방문하게 하자. 성공 스토리를 읽게 하는 것도 좋다. 아이에게 목표를 세워주는 것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것보다 백배이상 효과적이다.

우수한 그룹에서 공부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환경은 무척 중요하다. 부모가 도울 수 있는 한도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자.

여성동아 2007년 2월 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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