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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시선집중

삼천빡 투어, 냉수마찰로 화제 모은 ‘대빡이’ 김대범

글·구가인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7. 01. 24

‘개그콘서트’ ‘골목대장 마빡이’에서 대빡이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김대범. 그가 방송에서 시청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천한 ‘수능기원 삼천빡 투어’ ‘냉수마찰’ 등의 동영상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 화제다.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미션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하겠다는 그를 서울 신길동에 위치한 그의 옥탑방에서 만났다.

삼천빡 투어, 냉수마찰로 화제 모은 ‘대빡이’ 김대범

지난 연말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대빡이 삼천빡 투어’가 화제가 됐다. KBS ‘개그콘서트’ ‘골목대장 마빡이’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대범(28)이 방송에서 ‘수능을 보는 수험생을 위해 삼천빡 투어를 하겠다’고 말한 뒤 실제로 자신의 미니홈피에 ‘대빡이 삼천빡 투어 동영상’을 올린 것. 동영상에는 자신의 옥탑방을 시작으로 서울시청 앞, 경복궁, 노량진 수산시장, 한강, 패스트푸드점, 횡단보도 앞, 찜질방, 지하철 안 등 서울시내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절을 하고 이마를 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제 홈피에도 글을 올렸듯 솔직히 3천 번은 못했고 한 3백30번 정도 했어요. 10월 말 녹화 때 즉흥적으로 얘길 했는데, 약속은 지켜야 할 것 같았어요. 문제는 수능시험일(11월16일) 얼마 안 남았고, ‘개그콘서트’ 일정이 빡빡해서 도저히 삼천빡은 불가능하더라고요. 말을 뱉어놓고 지키지 못하는 게 죄송스러워서 최소한의 성의로 장소를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했죠. 최대한 시간적 여유를 낼 수 있는 이틀간 서울시내 20여 군데를 돌아다녔어요. 사실 삼천빡 투어 이전에 방송에서 애드리브로 ‘1촌 신청을 하시면 도토리를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날 5만 명이 1촌 신청을 한 거예요. 처음 1백 명 정도에겐 도토리를 줬는데 5만 명은 무리더라고요. 그때 ‘왜 도토리 안 주냐’고 욕도 많이 먹고(웃음), 코미디 프로에서 한 말이라 웃으며 넘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믿고 온 분들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생각하시니까 죄송했어요. 그 뒤로는 방송에서 한 말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는 ‘삼천빡 동영상’ 이후에도 한겨울 ‘냉수마찰’ 등의 동영상을 선보이며 네티즌과의 약속을 실천했다.
“냉수마찰을 하러 여의도공원에 이어 국회에 갔는데 반바지에 슬리퍼, 코트만 걸친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보시더라고요. 그 상태에서 옷을 벗으니까 제지당했고요. 그래서 냉수마찰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회도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키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표현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2004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개그콘서트’ ‘웃음충전소’ 등에 출연하고 있는 그가 현재 주력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개그콘서트’의 ‘골목대장 마빡이’. 이마나 볼, 무릎 등 몸의 한 부분을 손바닥으로 치는 동작을 반복하는 이 코너에서 대빡이로 등장하는 그는 마치 검도의 검을 휘두르는 동작 뒤에 무릎을 치는 동작을 취한다. 5분이 조금 넘는 코너지만 그동안 1백~2백회 정도 동작을 반복하는 탓에 몸무게가 6kg가량 빠졌다고 한다.
“처음 코너를 맡고 2주 동안은 피멍이 들어서 장난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굳은살이 박여서 아프지 않아요. 누구 말대로 고통 뒤에는 그만큼 강해지는 것 같아요(웃음).”

30만원짜리 옥탑방에서 네 남자가 함께 사는 중, 새해소망은 전셋집으로 옮기는 것
현재 그는 서울 신길동에 있는 옥탑방에서 개그 지망생인 후배 3명과 함께 산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단칸 옥탑방에서 다섯 명이 함께 살았는데 지난해 초 방이 2개 있는 월세 30만원짜리 옥탑방으로 옮겼다고.
“제 고향이 경남 진해인데 스무 살부터 개그하겠다고 서울로 올라와서 몇 년 동안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았어요. 그때 배고픔이랑 외로움을 겪어봐서 지방에서 올라온 후배들 심정을 알죠. 저도 같이 살면 좋으니까 다 함께 데리고 살아요. 그나마 방송출연하면서 돈을 좀 벌게 돼 지난해 방 두 개짜리 옥탑방으로 옮겼는데, 새해 소망이 있다면 전셋집으로 옮기는 거예요. 사람들은 TV 출연하면 돈을 많이 벌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전셋집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아요.”

삼천빡 투어, 냉수마찰로 화제 모은 ‘대빡이’ 김대범

서울 신길동 옥탑방집. 특이하게도 TV는 61인치다.


신기한 점은 7평 남짓한 그의 방 한 칸에 61인치 텔레비전이 있다는 사실. 전자제품 마니아라는 그는 컴퓨터 모니터도 21인치를 구입했다.
“고시원에서 살 때도 TV는 31인치였어요. 아무래도 큰 화면으로 보면 디테일한 것들을 파악하기도 좋거든요. 그런 것들을 감지하는 게 개그 아이디어를 찾는 데도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무리해서 구입했죠.”
그는 개그를 위한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대빡이’ 소품으로 월세 두 달치인 60만원짜리 가발을 사고, 캠코더 구입을 위해 80여 만원을 투자한 것.
아주 어릴 적부터 개그맨을 꿈꿨다는 그는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행복해서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앨범 ‘남기고 싶은 말’에 제가 ‘나는 개그맨이 될 것이다. 지켜봐라’라는 멘트를 적어놨더라고요. 꿈을 이뤄 저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요.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우리 반에서 그때 하고 싶어했던 일을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은 너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칭찬보다도 힘이 됐어요.”
그의 침대 위에는 이경규, 전유성, 김제동, 박준형, 주성치 등 그만의 ‘개그 영웅’ 사진을 모아놓은 액자가 걸려있다.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이룬 그는 변치 않고 성실한 자세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남을 웃기는 게 마냥 좋아 개그맨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삼천빡 동영상’에서 제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네티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개그가 자기만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어요. 앞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웃음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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