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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엄마와 딸

두 딸 키우는 엄마의 감동 담은 그림책 ‘딸은 좋다’ 펴낸 동화작가 채인선

기획·송화선 / 기자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7.01.24 11:50:00

딸을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엄마가 느끼는 감동을 담은 책 ‘딸은 좋다’를 펴낸 동화작가 채인선씨는 실제로 두 딸을 키우는 엄마다. 그가 딸을 통해 알게 된 어려움과 기쁨, 아이들을 뉴질랜드로 유학보낸 뒤 70대 엄마를 모시고 다시 딸로 살아가며 느끼는 행복을 들려줬다.
두 딸 키우는 엄마의 감동 담은 그림책 ‘딸은 좋다’ 펴낸 동화작가 채인선

“딸을 데리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엄마 닮아 예쁘다’는 말을 한다. 딸은 예쁜 옷을 입히고 머리를 곱게 두 갈래로 땋아줄 수 있어서 좋다.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내가 해줄게요’라고 말하는 딸. 목욕탕에 같이 가서 서로 등을 밀어줄 수 있는 딸. 엄마 옆에 누워 오이 마사지를 같이하는 딸.”
동화작가 채인선씨(45)는 딸을 키우는 세상 모든 엄마가 겪었을 법한 행복과 감동을 이야기하며 “딸은 좋다”고 말한다. 그가 펴낸 그림책 ‘딸은 좋다’가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건 채인선 자신이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채씨는 95년 첫 작품 ‘산골집에 도깨비가 와글와글’을 내며 데뷔한 뒤 지금까지 ‘내 짝꿍 최영대’ ‘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 ‘전봇대 아저씨’ 등을 펴낸 동화작가. 대학 졸업 후 10여 년간 출판사 편집자로 일한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된 것은 딸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열일곱 살인 둘째 딸 해수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친구들 중에 한글 모르는 아이는 자기밖에 없다며 ‘엄마가 책임지라’고 보챘어요. 회사 다니느라 딸에게 죄를 지은 것 같아 다음 날로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 들어앉았죠.”
그러고는 기역 니은부터 글씨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역’은 남자 글자, ‘아’는 여자 글자야. 둘이 만나면 ‘가’가 되지”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지어내 가르쳐주니 딸이 일주일 만에 한글을 익혀버렸다고.
“세상에, 일주일이면 될 일 때문에 10년 다닌 직장을 때려치웠나 싶어 얼떨떨하더라고요(웃음).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기회에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직장 다니던 시절, 퇴근하고 돌아오면 같이 놀아달라고 매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얼렁뚱땅 이야기를 지어내곤 했는데, 그걸 써서 책으로 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첫 책 ‘산골집에 도깨비가 와글와글’은 이렇게 쓰여졌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엉금엉금’ ‘중얼중얼’‘푹신푹신’ 등은 모두 아이 친구들 별명이라고.
“일요일이면 두 살 터울인 큰딸, 작은딸의 친구들까지 놀러와 함께 듣던 이야기였어요. 아이들 특징을 따서 별명을 붙여준 뒤 이야기를 지으니 ‘내가 나오는 얘기가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매주 열심히 들으러 오더라고요(웃음).”
이후 채씨는 샘터사에서 주관한 ‘엄마가 쓴 동화상’에 ‘우리집 안경곰 아저씨’가, 창작과 비평사의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 ‘전봇대 아저씨’가 각각 뽑히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모아 책을 쓰는 동화작가라니, 그는 두 딸을 알뜰살뜰 키운 ‘일등 엄마’였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채씨는 고개를 저었다. “동화작가라고 하면 늘 아이와 가깝게 지낼 거라고들 추측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소재를 얻기는 해요. 하지만 글을 쓰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우리 딸들도 다른 아이에게 들려줄 좋은 이야기를 만들면서, 정작 자신들에게는 무심한 엄마에게 불만이 많았을 거예요.”

두 딸 키우는 엄마의 감동 담은 그림책 ‘딸은 좋다’ 펴낸 동화작가 채인선

70대 엄마,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둘째딸 해수와 함께한 채인선씨.


채씨는 자신이 작가가 된 뒤 아이들이 ‘채인선 아줌마의 비리 목록’이라는 걸 만들어 엄마가 실은 얼마나 자신들에게 무심한지 폭로하겠다며 귀여운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도 “일요일만이라도 우리와 함께 보내면 안 되겠느냐”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고.
“좋은 엄마이면서 동시에 좋은 작가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알았죠. 작가 박완서 선생은 젊은 시절 글을 쓰다 잘 안돼 지친 모습을 보이면, 남편이 ‘엄마 힘들다’면서 아이 넷을 데리고 나가 놀다오곤 했대요. 남편이 그렇게 도와주지 않으면, 아니 솔직히 도와준다 해도 작가 엄마로 사는 건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작가교실 등에서 동화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도 “글은 고립과 인내, 집중의 산물”이라며 “작품은 일기장이나 연애편지가 아니라 철저히 독자를 향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를 끊어내고 주인공에게 몰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어머니와 딸의 모습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며 행복 느껴요”
엄마를 동화작가로 만들어준 두 딸은 지금 뉴질랜드에 머무르고 있다. 큰딸 해빈이(19)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생활을 힘들어했기 때문. 부조리한 상황을 참지 못하는 성격인 큰딸은 담임교사가 수업에 전혀 관심을 안 보이는 모습을 보고는 “그렇게 일 안 해도 월급이 나와요?”라고 물었다가 문제아로 낙인찍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마침 뉴질랜드에 살던 선배가 놀러오라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2000년 가족이 함께 뉴질랜드로 건너갔다가, 2004년 아이들만 두고 우리 부부는 한국에 돌아왔어요.”
딸을 떠나보낸 지금 그는 경기도 용인에 마련한 전원주택에서 ‘엄마’와 같이 산다. 86년 결혼한 뒤 20년 가까이 함께 산 시어머니가 3년 전 작고한 뒤로 친정어머니와 살고 있다고.
“이제 저도 저보다 키가 훌쩍 큰 딸을 둘이나 둔 엄마인데, 엄마는 여전히 제게 잔소리를 하세요.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 ‘일찍 들어와라’ ‘차 조심해라’ 등 어린 시절 듣던 얘기와 똑같은 얘기죠. 예전엔 그게 싫어서 빨리 엄마 곁을 떠나려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 참견과 잔소리가 편안하게 들리더라고요. 엄마의 모습 안에서 딸을 대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겠죠(웃음).”
채씨는 “사춘기가 됐다고 엄마한테 데면데면하게 구는 딸의 모습에서도 나 자신을 본다”며 “그렇게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고 자라며 늙어가는 것이 ‘딸이 좋고 엄마가 좋은’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7년 1월 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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