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육아 체험 솔직 공개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창기·지재현 부부

‘과잉행동장애(ADHD) 아들 키우며 직접 깨우친 것들…’

기획·이남희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01.24 10:13:00

그룹 ‘동물원’의 멤버로 잘 알려진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창기씨와 역시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부인 지재현씨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지닌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며 겪은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화제다. “여느 부모들과 다름없이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는 김씨 부부로부터 육아 체험기, ADHD 아동을 키우는 교육법에 대해 들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창기·지재현 부부

그룹 ‘동물원’의 멤버로 ‘널 사랑하겠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의 히트곡을 만들고 불렀던 가수 김창기씨(44)가 소아정신과 전문의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 의사로서, 전문가로서 육아에 대한 글을 각종 매체에 기고해오던 그가 실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아들을 키워온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김창기씨의 부인 지재현씨(40) 역시 소아정신과 전문의다. 집안에 전문가가 두 명이지만 ADHD를 갖고 태어난 아들 남현이(11)를 키우는 데 있어서는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이 숱한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ADHD를 지닌 아동의 세 가지 특징은 단순하다는 것, 충동적이라는 것,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부부는 남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돌 지나고 걸음마 떼기 시작했을 때부터 알아차렸다고 한다. 어렸을 적 찍은 사진을 보면 사방을 돌아다니는 아이를 엄마, 아빠가 붙잡으러 쫓아다니는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자라면서 집중을 잘 못하고 활동량이 너무 많고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 모습이 의대 시절 소아정신과 교과서에 나오는 그대로였다”고 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창기·지재현 부부

ADHD 아동인 아들 남현이와 함께한 김창기씨.


새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남현이는 늘 새 학년에 올라가면 처음에는 인기가 좋다고 한다. 장난을 잘 치고 웃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면, 단순하고 눈치 없는 아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주가가 하락한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는 횟수가 늘어나고 얼마 안 가서 공부도 잘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는 것이다.
보통 초등학교 4~5학년이면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내가 이렇게 나가면 상대방이 저럴 것이니 그러면 나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식으로 몇 단계 앞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ADHD 아동들은 생각을 그렇게 길고 깊게 하지 못한다고. 또 충동적이라서 뭔가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분위기와 상황에 아랑곳없이 꼭 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게임이나 단체 행동에서 순서나 규칙을 지키지 않아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기도 한다.

“학교에서 늘 야단맞는 아이였던 내 모습을 그대로 닮은 아들…”
뜻밖에도 김씨는 자신도 어렸을 때 아들과 같은 ADHD 아동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저도 어렸을 때 항상 어수선하고 산만하고 학교에서 늘 야단맞는 아이였어요. 왜 야단을 맞는지 몰랐으니 언제나 억울했죠. 나중에 소아정신과 공부를 하면서 보니까 제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였던 거예요. 남현이를 보면 제 어렸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김씨도 어릴 적 어찌나 개구쟁이 짓을 하며 돌아다녔는지 1주일에 한 켤레씩 운동화를 닳게 하는 골칫덩어리였다고 한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에서 1주일에 운동화 한 켤레씩 사주기가 부담스러웠던지 한번은 어머니가 고무신을 사다가 그에게 신겼다고. 고무신을 신고도 신나게 뛰어다니다 유리를 밟아 피를 흘리며 돌아온 둘째 아들을 둘러업고 눈물을 흘리며 병원으로 뛰어간 어머니는 그에게 다시는 고무신을 사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가 남들처럼 철이 들고 차분히 공부에 집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고.
“통제하고 계획하는 뇌 기능 부위가 잘 발달돼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부위가 부실하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어요. 남현이나 저는 그 부위가 부실한 거죠.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들의 뇌와 비슷하게 성장을 합니다. 보통사람들보다 한 4~5년 정도 느리게 발달한다고 보면 되죠.”
ADHD는 전체 인구의 5~10% 정도에서 나타나는데,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서 10배 정도 더 많이 발견된다. 특히 활동이 실내로 제한되고 밖에서 뛰어놀 기회가 적은 요즘 아이들에게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자신의 부모가 겪었던 어려움을 앞으로 몇 년간 겪어나가야 될 김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DHD라는 특성 때문에 남현이가 겪을 상처와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의 타고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격다짐으로 부모가 아이를 길들이고자 힘겨루기를 한다면 아이는 더욱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ADHD 아동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자꾸 야단만 맞아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에 대해 좋지 않은 자아상을 갖게 됩니다. 잘 풀리면 저처럼 소아정신과 의사가 되겠지만 잘못 풀리면 반항아가 되기 쉽지요.”
아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충동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걱정 때문에 김씨 부부는 가끔 과잉보호의 실수를 저지를 뻔 한다고. 한번은 남현이가 상급생 형들에게 맞고 들어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교사들이 적극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아빠는 느끼는 대로 과하게 행동하는 남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튀다보니 미움을 사서 맞았을 것이라 짐작하고 문제를 대충 무마시키고 넘어간 학교 교사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고. 당장 학교에 쫓아가 항의하겠다고 나서는 김씨를 아내와 아들이 말렸다. 며칠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부부는 아이가 혼자서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로 인한 심리적 쇼크를 극복하고 소화해낸다는 걸 깨달았다. 성장 단계에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넘어졌다 혼자 일어나기’를 배울 때까지 옆에서 도와주되 스스로 익히도록 놔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창기·지재현 부부

소아과 전문의인 김창기·지재현씨 부부는 ADHD라는 특성 때문에 아들이 겪을 상처와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한다.


남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글자를 읽지 못해 유치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스스로 ‘공부 못하는 머리 나쁜 아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가 남현이에게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약을 먹이며 한글을 익히도록 돕자, 아이가 한결 공부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ADHD 치료방법 중 약물치료의 효과가 가장 높습니다. 약물치료와 사회성 훈련을 동시에 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고요.”
약물치료를 하면 약 기운이 있는 동안 부실한 뇌의 통제 기능이 강화된다. 사회성 훈련은 충동적인 아이들에게 생각을 한 뒤 움직이게 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각각의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매뉴얼처럼 심어주는 것이다.
“병원을 찾아오는 부모들 중에는 정신과에 아이를 데려간다는 사실 자체가 싫어서 상담센터 등을 오래 돌아다니다 결국 소아정신과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심리적 불안 등의 이유로 산만한 아이들도 있지만 ADHD는 뇌의 구조적인 문제라서 심리 상담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라도 병원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의 칭찬과 인정이 나쁜 버릇 고치고 좋은 행동 강화하게 되는 가장 큰 동기
말이 통하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이성의 힘이 감정의 힘보다 한참 약한 ADHD 아동들에게는 더러 매가 필요하다. 특히 약속을 어기고 떼를 쓰다 못해 짐승처럼 행동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매를 들어야 한다는 것.
“말과 벌로 통제가 되지 않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부모의 분노를 언어폭력에 실어 쏟아붓는 것보다 매로 빨리 상황을 끝내는 게 낫다고 봅니다.”
그러나 계속 매로 문제를 풀어가면 아이는 체벌에 적응하게 되고 결국 더 세게, 더 자주 때릴 일이 생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사실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이유는 부모를 위한 경우가 더 많다. 무섭게 해야 말을 듣는다고 믿고 있거나, 자신의 분노를 풀기 위해서 매를 든다는 것이다.
“어떠한 처벌도 아이의 문제행동을 완전히 고칠 수는 없습니다. 문제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을 빼앗거나 싫어하는 것을 주는 처벌과 동시에 좋은 행동을 발달시키도록 장려하는 포상이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로서의 이론적 입장은 이렇지만 정작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의 대처는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일 때도 많다고 털어놓는다. 남현이가 일곱 살 때,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스케이트보드를 훔쳐왔을 때가 그랬다. “충동조절 능력이 약한 건 알지만 갖고 싶다고 남의 물건을 집어오다니, 이러다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삼는 행동장애로 발달하는 게 아닌가 불안했다”는 김씨는 아들 엉덩이를 멍이 들도록 때렸다고 한다.
“아이가 무언가를 훔친 것 같다고 의심이 될 때는 곧장 다그치기보다 변명을 들어주고 믿어주되, 훔치는 일이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합니다. 대체로 아이들의 도둑질은 호기심에서 오고 습관적인 도벽으로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만일 습관적인 도벽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를 비롯해 아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아 스스로 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훔치는 행동보다 원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거지요.”
갓난아기일 때부터 키우기 까다로운 아기였던 남현이와 달리 딸 하영이(5)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체질과 신체 리듬이 잘 맞아 키우기 편한 아이였다고 한다. 하영이는 눈치가 빠르고 명랑할 뿐 아니라 특히 엄마 아빠와 협조, 협상이 잘되는 아이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창기·지재현 부부

장난기 많은 아들 남현이와 애교 많은 딸 하영이.


“원하는 걸 갖기 위해 두 아이가 벌이는 행동전략이 영 딴판이지요. 오빠는 우기고 떼를 쓰다가 괜히 혼이 나는 데 반해 동생은 상대방 마음을 움직여서 갖고 싶은 걸 얻어낸다니까요.”
하영이가 한두 낱말씩 말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퇴근해 집에 돌아왔을 때 온갖 애교를 섞어 엄마 아빠를 환영하는 세리머니를 마친 뒤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오빠의 잘못을 일러바치는 일이라고. 아이들은 아직 엄마 아빠가 두 명의 자녀를 동시에 똑같이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기에 형제 자매 간 갈등과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때 엄마 아빠가 아이들의 서운한 마음을 읽어줄 수 있다면 형제 관계는 조금씩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아이들의 싸움이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다치지 않도록 감독은 하되,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갈등과정을 통해 분쟁을 풀고 입장 차이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어하는 상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다. 김씨 부부는 부모의 칭찬과 위로야말로 아이의 좋은 행동을 강화시키는 효과적인 포상이라고 강조했다. 김씨 자신도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너무 걱정이 되었는지 그가 3학년이 되던 해 한 달 동안 날마다 30분씩 공부를 가르쳐주었는데, 무서웠던 아버지가 칭찬을 해주니 갑자기 성적이 올랐고 아버지도 아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그때 기억이 그리운 추억으로 그의 가슴에 남아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좋아하는 선생님이 생기면 그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던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인 부모로부터 받는 인정과 칭찬, 그것이 나쁜 버릇을 억제하고 바람직한 행동은 더욱 강화시키는 동기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그는 최근 ADHD를 지닌 아들 남현이와 딸 하영이를 키우며 겪은 에피소드를 담은 책 ‘나는 아이의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를 펴냈다.
김창기씨가 들려주는~
‘체험으로 배운 아이 교육법’

아이가 스스로 문제해결 방식을 터득하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거리의 질서’가 있다. 또래 아이들과 충돌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 부모가 어른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개입하지 않는다. 아이가 자신의 방식으로 자기에게 일어난 문제를 이해하고 소화해 관련된 감정을 조절하도록 기다린다.

아이와 협상하는 법칙을 일관성 있게 세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는 데 있어 흔히 조건부 대화를 시도한다. 이때 기억할 점은 아이의 요구를 존중해주고 비난하지 않도록 한다는 점.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무조건 안 된다고 거부하지 말고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협상은 언제나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과거의 잘못을 들추지 않는다.

중요한 것에서 이기고 작은 것에서 져준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길고 긴 힘겨루기 전쟁이다. 주로 아이가 이긴다면 자기만 아는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고, 주로 부모가 이긴다면 주눅 들고 의존적인 아이로 커간다. 아이의 건강과 성장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은 부모가 이기고, 나머지 사소한 작은 문제에서는 아이가 이기게 놔둔다.

아이의 두려움을 비웃지 말고, 두려움에 맞서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라는 과정에서 한 단계 진보할 때마다 불안을 겪게 되고 나이가 들수록 불안이 커진다. 아이의 불안을 줄여주려면 먼저 그 이유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취한다. 아이의 불안을 비웃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안 된다. 두려움에 직면해 도전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잔머리와 거짓말도 정상적인 발달 단계다
아이가 커가면서 잔머리를 굴리거나 거짓말을 둘러대는 것은 심성이 나쁘거나 교활해져서가 아니다. 그저 자라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들과 이에 대한 대책이 기교적으로 늘어난 것뿐이다. 다만 부모가 야단을 많이 치면 칠수록 아이는 거짓말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한다.


여성동아 2007년 1월 517호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
  • 여성동아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