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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독점

김희선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앙드레 김 앙코르와트 패션쇼 무대 오른~

글·김명희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7. 01. 24

앙드레 김의 앙코르와트 패션쇼는 김희선으로 인해 더욱 빛났다. 본지가 단독으로 패션쇼에 동행해 앙드레 김과의 특별한 인연, 서른에 접어든 그의 일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김희선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지난해 7월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탤런트 김희선(30)을 앙드레 김의 앙코르와트 패션쇼에서 만났다. 12월11, 12일 이틀간 무대에 오른 그는 앙드레 김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의상을 멋지게 소화해내 현지 언론들로부터 ‘동양 최고의 미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실 앙코르와트는 ‘힘겨운’ 무대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폭염 속에서 하루 세 시간씩 리허설을 해야 했고 끈적끈적하게 땀이 차오른 옷을 여러 번 갈아입는 일도 고역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상큼, 발랄함을 잃지 않았다. 모델들 틈에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짜게 간한 김밥으로 끼니를 대신하면서도 그는 “드레스가 무겁기 때문에 안 먹으면 쓰러져요”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앙드레 김과 함께 패션쇼를 지휘한 모델센터 도신우 회장은 “리허설 하느라 발뒤꿈치가 다 까졌는데도 아프다는 소리 한번 안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쇼가 시작되는 저녁시간엔 선선해져서 다행이었어요. 더위도 더위지만 벌레 때문에 고생했어요. 방역을 세 번이나 했는데도 ‘그 녀석’들이 조명을 찾아 몰려드는 거라 막을 방법이 없더라고요. 한 번 무대에 나갔다 오면 치마 속에 잠자리, 모기, 나방 등 온갖 벌레가 다 들어와 있어요. 이건 뭐, 곤충박물관도 아니고….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김희선과 함께 영화 ‘신화-진시황릉의 비밀’을 촬영한 홍콩배우 성룡은 그를 “개그맨”이라고 표현했다. 그 만큼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다.‘미인’이라는 수식어에서 연상되는 차가운 이미지와 달리, 그는 항상 경쾌하고 발랄했다. “워킹을 잘했다”는 칭찬에 대해서도 “아유, 드레스도 많이 밟고… 선배(모델)들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희선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무대에 서기 전 캄보디아에 관한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며 앙코르와트에 대해 공부했다는 그는 직접 앙코르와트를 본 소감을 묻자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리허설 때 무대 앞까지 나갔다가 턴을 해서 돌아오며 사원을 봤는데 정말 아름다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신기하지 않으세요? 이렇게 거대하고 아름다운 사원을 어떻게 쌓았는지. 일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닐 기회가 많지만 마음 놓고 관광을 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게 움직인 적은 없어요. 이번 앙코르와트 패션쇼를 계기로 앞으로는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행을 하자고 다짐했어요.”

“앙드레 김 선생님은 저뿐 아니라 부모님 생일까지 챙겨주시는 따뜻한 분이에요”
김희선은 앙드레 김과 함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98), 미국 워싱턴(2000), 중국 상하이(2001), 일본 오사카(2001) 등 세계 각국을 돌며 한국 미인의 아름다움을 과시해왔다. 연예가에서, 앙드레 김 패션쇼의 모델이 된다는 것은 톱스타로 인정 받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그는 10년 가까이 앙드레 김의 페르소나로, 또 톱스타로 인정을 받아온 셈이다.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선생님이 항상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가장 큰 이유는 스케줄이 만만해서가 아닐까요(웃음). 이번 행사는 특히 한국과 캄보디아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하는 뜻 깊은 자리였기 때문에 더 참가하고 싶은 욕심이 났어요.”
앙드레 김은 김희선을 “생동감 있는 젊음과 오염되지 않은 투명한 아름다움, 풍부한 감성을 지닌 배우”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앙드레 김에 대한 그의 평가는 어떨까.
“따뜻한 분이세요. 생일이나 명절, 소소한 기념일까지 기억하고 전화를 주시죠. 저희 부모님 생일까지요. 일을 떠나서는 순수하고 아이같이 귀여운 면도 있으시고요. 하지만 작품에 있어서는 날카롭고 완벽하세요. 함께 일을 하다보면 ‘아, 이래서 선생님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와요. 다만 선생님의 편안하고 친근한 면모 때문에 거장으로서의 위대함이 가려질 때가 있는데 그런 점은 좀 아쉽죠.”
인터뷰 내내 김희선은 쉽게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번 골똘히 생각을 한 뒤 조심스럽게, 하지만 한번 말을 시작하면 거침없이 이어갔다. 서른에 접어든 그는 이전의 아름다움에 성숙함과 자신감이 보태진 듯 보였다. 이런 그의 변화를 알아차렸을까. 그를 대하는 앙드레 김의 태도 역시 예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해라’라고 주문을 많이 하셨는데 요즘엔 그런 게 별로 없으세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라고 물어보기도 하시고 의논도 해주시죠. 과분하게, 선생님이 저를 참 많이 믿어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패션쇼에서 웨딩드레스를 포함해 총 9벌의 의상을 입은 그는 최고의 의상으로 한국과 캄보디아 전통 불상이 그려진 드레스를 꼽았다. 이번 행사의 취지와 가장 맞아떨어지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같은 불교문화권이라는 전제 아래 각각 다른 모습의 불상을 보여줌으로써 두 나라 문화의 독창성까지 짚어주신 거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고 무대 위에서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는 저희들보다 선생님이나 보는 분들 생각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어요.”
앙드레 김 패션쇼에는 항상 남녀 주인공이 엇갈리며 아쉽게 이별을 하는 장면과 서로 이마를 맞대고 먼 곳을 응시하는 포즈가 등장한다. 모델들은 그 장면을 ‘사랑 테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번 패션쇼에서는 특히 김희선과 김래원 두 배우의 열연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인 사랑 테마가 연출됐다.
“처음에는 민망하고 어색하고… 못할 것 같지만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나오면 분위기에 이끌려 하게 돼요. 하하하.”

“결혼 후에는 은퇴할 생각, 가족들에게 헌신하는 어머니 보며 가정의 소중함 깨달았어요”
그는 올봄 방영 예정인 드라마 ‘해어화’ 준비로 바쁘다고 한다. ‘해어화’는 기생학교에 들어간 4명의 소녀가 최고의 기생으로 거듭나는 스토리. ‘문자를 이해하는 꽃’이란 뜻의 ‘해어화(解語花)’는 기생을 이르는 말인데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은 그는 인간문화재로부터 시(詩)·서(書)·화(畵)와 다도 등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사극을 하는 거라 시청자들이 어색해하지는 않을지 고민이 돼요. 그래서 좀 일찍 준비를 시작했죠. 기술적인 것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배우는 면이 많아요. 먹을 갈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법을 배우고 차 한 잔을 따르면서도 진심에서 우러나 정성을 다하는 법을 배우고….”
드라마 ‘슬픈 연가’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그는 주로 꿋꿋하고 톡톡 튀는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또 실제 성격 역시 그러리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성격이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무남독녀로 자랐기 때문인지 특히 외롭거나 우울한 게 싫어요. 어머니가 어려서부터 저를 혼자 두지 않으셨어요. 어딜 가든 항상 데리고 다니셨죠. 집에 돌아가면 하다못해 강아지라도 반겨주어야 마음이 놓여요.”
그는 지난해 5월 ‘스마일 어게인’ 제작발표회 때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한 것이 “곧 결혼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곤혹스러웠던 일이 있다.
“그때 마치 곧 결혼할 것처럼 보도돼 속상했어요. 어려서부터 연예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혼자 할 줄 아는 일이 별로 없어요. 은행에 가는 것조차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죠. 그래서 결혼해서 안정을 찾고 생활인으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일들을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결혼해서 사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에요.”
접시 모으고 집 꾸미는 걸 좋아해 촬영 때도 집에 필요한 소품 등을 구하러 다닐 정도라는 그는 결혼하면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은퇴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고. 그가 효녀라는 건 연예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 이번 패션쇼에도 어머니와 이모가 동행해 그가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가장 큰 박수를 보냈다.
“저희 어머니가 집밖에 모르시거든요. 그런데 참 보기 좋아요. 집안일만 해도 굉장히 바쁜 것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주부 아닌가요.”
‘조금 뜻밖이다’ 싶어 다시 물었지만 그는 ‘결혼 후 은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어 당분간 다른 일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때는 ‘정말 이 길이 맞는 걸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어요. 뒤늦게 그 매력을 알고 빠져들었다고 할까요. 다만 앞으론 여러 작품을 하며 저 자신을 소진시키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정말 좋은 작품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거잖아요.”

“안 좋은 소문이나 댓글에도 무뎌질 만큼 편안해졌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생잡지 모델로 발탁돼 연예계에 발을 디딘 후 ‘춘향전’ ‘목욕탕집 남자들’ ‘토마토’ ‘요조숙녀’ ‘와니와 준하’ ‘비천무’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그는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고 더러는 흥행실적이 저조해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한국 대표미인’이라는 수식어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비결이 무엇일까.
“특별히 하는 것도 없는데 그런 말씀 해주시면 고맙죠. 잘 먹고 잘 자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에요. 민감한 사람은 잠자리만 바뀌어도 힘들다는데 저는 둔한 성격이라 그런지 외국에 나와도 잘 먹고 잘 자요.”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어도 가슴에 묻어두지 않고 바로바로 털어버린다고 한다.
“고민이 생기면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운동을 해요. 특히 스노보드를 좋아해서 겨울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죠. 일년 동안 겨울을 기다렸는데 어떻게 그냥 보내겠어요. 그리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가끔 안 좋은 소문이나 댓글을 만날 때도 있지만 그런 걸 봐도 이젠 무뎌지더라고요. 스스로 편하게 생각하자 맘먹은 후로는 보는 분들도 저를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연예인 김희선이 아니라 인간 김희선으로요.”
한류 스타로 한국의 문화를 세계 각국에 알리고, 좋은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는 김희선.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많이 웃었다. “하하하”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서른 나이에 걸맞는 경쾌한 그의 웃음과 그 속에 녹아있는 성숙함은 보는 사람까지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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