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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민족사관고 보낸 이미경 주부 자녀교육 노하우

기획·이한경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01.18 15:20:00

2년 전 큰아들에 이어 올해 둘째 딸까지 민족사관고에 합격해 주위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주부 이미경씨.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살고 있지만 일부 필요한 과목 외에는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는 그가 두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운 비결을 들려줬다.
남매 민족사관고 보낸 이미경 주부 자녀교육 노하우

주부 이미경씨(42)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큰아들 양은모군(17)에 이어 둘째 은성양(15)까지 최근 민족사관고(이하 민사고)에 합격하자 그만의 자녀교육법을 묻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저는 사실 별로 해준 게 없어요. 대단한 자녀교육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어요. 대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칭찬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죠.”
남매를 민사고에 보내기 위해 이씨가 일찍부터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예측은 ‘첫 대답’에서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평소 남편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는 이씨는 “남편이나 나나 자녀교육의 초점을 공부가 아닌,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데 뒀다”고 말한다.
은모군과 은성양은 네 살 즈음 한글을 깨쳤는데 두 아이 모두 한글을 깨친 후부터는 책을 끌어안고 살다시피 했다고.
“아이들이 책을 수북이 쌓아놓고 읽더라고요. 책 한 권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기도 하고요. ‘놀이동산과 서점 중 어디를 갈까’ 하고 물으면 서점에 가자고 할 정도였어요. 쇼핑하러 갈 경우엔 아이들을 도서 코너에 데려다놓았어요. 제가 쇼핑을 마치고 데리러 갈 때까지 두 아이 모두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시키지 않았는데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죠.”
책 읽기를 즐기는 남편 양승학씨(47·비뇨기과 전문의)는 아이들에게 만물박사로 통한다. 아이들이 “아빠, 이건 왜 이래요?” 하고 물으면 무엇이든지 척척 대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은모가 유치원에 다닐 때 ‘아빠, 사계절은 어떻게 생겨난 거예요?’ 하고 물었더니 남편이 서재에서 지구본과 손전등을 들고 나오더라고요. 그러고는 집안의 불을 다 끄더니 손전등으로 지구본을 비추면서 지구의 공전과 자전, 그리고 사계절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더라고요. 그런 아빠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것 같아요.”
이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영재교육이나 사교육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과 관련된 세미나가 열리면 꼭 찾아다녔다고 한다. 자녀를 어떻게 길러야 할지, 올바른 부모의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했다는 것.
“아이들을 낳고 나서 ‘과연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그래서 ‘올바른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많이 받았어요. ‘아이가 한 살이면 부모도 한 살이다’. 오래전 어느 세미나에서 들었던 말인데 그걸 염두에 두고 살았어요. 부모도 늘 성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죠. 또 ‘아이들과 일 대 일로 데이트를 하라’는 조언도 늘 실천하려 노력했고요.”
이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회나 박물관, 예술 공연 등을 많이 보러 다녔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는 것. 두 남매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온 가족이 캄보디아와 네팔로 의료봉사를 떠났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너희들이 자라서 할 일이 참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직접 체험하는 것이 더 좋은 교육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씨는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산다. 이씨는 큰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대치동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대치동식 교육’의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울산에서 살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때 캐나다로 건너가 1년 7개월 동안 살았어요. 그러다 큰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귀국을 하게 됐는데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나 망설였죠. 그때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친정 고모가 대치동이 학교도 좋고 학원이 많아서 아이들 교육 시키기에 적합하다고 추천하기에 이사를 했어요.”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학원보다 아이 수준에 맞는 학원 보내야
남매 민족사관고 보낸 이미경 주부 자녀교육 노하우

동생 은성양이 민족사관고에 합격함에 따라 나란히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된 남매.


그는 대치동으로 이사한 지 반년이 지난 후 은성양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대치동에 살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에 공감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사교육에 찌든 아이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은모가 중학교에 입학한 후 자기 반의 몇몇 친구들이 수학의 경우 중학교 3학년 과정까지 다 떼고 왔다는 사실을 안 뒤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선행학습을 받아보지 않은 은모가 걱정이 됐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의 수준에 맞는 학원에 보냈어요. 다행히 수학을 유난히 좋아했던 터라 잘 따라가주었어요. 아마 은모 자신은 고생을 했을 겁니다.”
은모 남매의 토플 점수는 297점(CBT)으로 동일하다. 영어는 캐나다에서 귀국한 이후 교회의 ‘영어 예배’에 참석하고 ‘해리포터’ 같이 좋아하는 소설은 몇번을 반복해 읽으며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그리고 문법 등은 학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은모군을 민사고에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민사고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아이의 성격에도 맞고 그들 부부의 자녀교육관에 합당한 학교라는 생각이 들어 먼저 민사고 진학을 권유했다고. 이씨는 “은모가 민사고 진학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해 2박3일 동안 열리는 민사고 캠프에 보냈는데 이후 은모는 민사고 진학을 결심하고 공부에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민사고에 가려면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에 들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아이가 학교시험과 수행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아이의 성적에 관심을 기울였어요. 외국에서 잠시 생활했기 때문에 국어는 학원의 도움을 일부 받았고 나머지 과목은 학교수업을 중심으로 공부했어요.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할 부분은 문제집과 참고서를 보면서 혼자 공부했고요.”
많은 학생이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인 과학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구독한 과학잡지 ‘과학동아’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여러 분야의 과학책을 사주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은모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과학동아’를 구독하고 있는데 과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은 것은 물론 아이들 공부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둘째 은성양은 오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민사고 진학을 꿈꾸게 됐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습관과 공부 욕심이 많은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대치동에 오면 학원이 많은데다 갖가지 사교육을 시키는 엄마들이 적지 않아 상대적으로 혼란에 빠지기 쉬워요.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시달리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그걸 보면서 부모가 무작정 아이들을 공부로 내몰 게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잠재력을 발현시킬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희 아이들도 처음에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자신들에게 필요한 과목과 부분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공부하게끔 유도했어요.”
그의 부부는 학원 선택에도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좋다는 학원에 무작정 보낸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했다는 것.
“학원을 선택하면 잘 바꾸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냈어요. 아이가 ‘어느 선생님에게서 배우느냐’도 중요하지만 ‘학원에서 배운 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학원을 보낼 때 아이의 의견을 존중했어요. 학원을 다니기 싫다고 하면 중단시켰죠. 은성이는 논술학원을 4년이나 다녔어요. 글쓰기를 좋아했거든요.”
이씨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외에 학교성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엄마가 아이의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는 아이들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도록 내버려두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시험기간이 되면 저도 조금 바빠졌어요. 문제집을 사주고 채점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거든요. 대치동의 경우 시험기간이 되면 과목별로 학원에 다니는 아이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터득한 결과 ‘스스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좋은 학습방법은 없다’는 것이었어요.”

여성동아 2007년 1월 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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