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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스타 작가의 실제 모습

드라마 ‘연인’ 김은숙 작가가 들려주는 ‘작품 뒷얘기 & 드라마 같은 러브스토리’

“밝고 씩씩한 여주인공은 저의 분신, 사내답고 정의로운 남자주인공은 제 남편을 닮았어요”

글·이남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에델만 제공,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6.12.22 17:24:00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프라하의 연인’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은 김은숙 작가가 이번에는 조폭 두목과 여의사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연인’을 내놓았다. 자신이 쓴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유쾌발랄한’ 그로부터 3년 연하 남편과의 드라마 같은 러브스토리와 드라마 집필 뒷얘기를 들었다.
드라마 ‘연인’ 김은숙 작가가 들려주는 ‘작품  뒷얘기 & 드라마  같은  러브스토리’

드라마 ‘연인’ 김은숙 작가가 들려주는 ‘작품  뒷얘기 & 드라마  같은  러브스토리’

김은숙 작가의 ‘연인’시리즈 드라마. ‘연인’(왼쪽) ‘파리의 연인’(오른쪽 위) ‘프라하의 연인’ .(오른쪽 아래)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내 마음이 이젠 말을 안 들어요. 아무리 말려도 날 협박해도, 내가 날 쥐어 패도 내 맘이 윤재희랍니다. 오늘부터 윤재희는 종로서 강력3반 최상현 소속입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드라마 어록’까지 탄생시키며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프라하의 연인’을 잇달아 히트시킨 김은숙 작가(33)가 ‘연인’ 시리즈 3탄 격인 SBS 수목드라마 ‘연인’을 내놓았다. 박신양·전도연 주연의 98년 영화 ‘약속’에서 뼈대를 가져온 이 드라마는 조폭 두목 하강재(이서진)와 성형외과 의사 윤미주(김정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11월 중순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집필에 한창인 김은숙 작가를 만났다. 귀여운 덧니가 매력적인 그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마치 ‘연인’ 시리즈 속 여주인공들처럼 밝고 유쾌하다.
“실제 제 모습이 여주인공 캐릭터와 비슷해요. ‘파리의 연인’의 강태영(김정은), ‘프라하의 연인’의 윤재희(전도연), ‘연인’의 윤미주까지 모두 제 반쪽인걸요. 대본을 쓰다보면 (주인공에게) 제 말투와 성격이 그대로 들어가더라고요. 사람들도 제게 ‘여주인공 꼭 너 같다’고 말해요(웃음).”
전작 ‘파리의 연인’이 최고 56.7%의 시청률을 기록한 만큼, 그는 누구보다 시청률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을 터. ‘연인’은 KBS 드라마 ‘황진이’,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와 맞붙어 첫 방송에서 11.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제조기’로서 조금 아쉬운 기록 아니냐”고 묻자 그는 “재미있으면 앞으로 (시청자들이) 많이 봐주시지 않겠냐?”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사실은 좀 속상했어요. 생각보다 (시청률이) 안 나와서. 그래도 ‘재미있으면 본다’가 제 지론이에요. 현재 11부 대본까지 나왔는데, 지금껏 제가 쓴 어느 드라마보다 탄탄하게 구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프라하의 연인’은 구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설렘’입니다. 만나서 결혼하고 함께 늙어가는 과정이 바로 연애인데, 그중 첫 키스 직전이 가장 설레잖아요. 사실 키스하고 나면 그 사랑도 식상해지는 것 아닌가요? ‘연인’에서는 키스하기 전 설렘이 20부 끝까지 이어질 겁니다.”

‘먹물 티 나는 명랑쾌활함’ 잘 살리는 김정은, 무게 잡으면서도 귀여운 이서진
드라마 ‘연인’ 김은숙 작가가 들려주는 ‘작품  뒷얘기 & 드라마  같은  러브스토리’

‘연인’은 ‘파리의 연인’ 성공신화를 일군 김은숙 작가와 김정은의 재회로도 관심을 모았다. 김 작가가 김정은을 다시 캐스팅했을 때 ‘또 김정은이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은 특유의 발랄함으로 드라마를 주도하는 그에게 “역시 김정은”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전작과 닮은 캐릭터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정은씨는 ‘파리의 연인’ 강태영과는 또 다른 연기패턴을 보여주고 있어요. 가라앉지도, 오버하지도 않고 중도를 지키며 ‘먹물 티 나는 명랑쾌활함’을 잘 살리고 있어요. 정은씨를 떠올리며 대본을 쓰면 그녀가 연기하는 모습이 그대로 떠올라요. ‘김정은만큼 윤미주를 잘 소화할 인물이 없다’는 판단에 변함이 없어요.”
MBC 드라마 ‘다모’와 ‘불새’에서 지적이고 진중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이서진의 이미지 변신도 관심거리다. 그가 연기하는 하강재는 보육원 출신으로 뒷골목 건달들을 평정하며 조직의 보스 자리에 오른 인물. 김 작가는 이서진의 연기 변신에 대해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서진씨는 전작들에서 반듯하고, 어깨에 힘들어간 역할만 맡았잖아요. 처음엔 ‘무게만 잡으면 재미없을 텐데’ 하고 염려했는데,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귀여워요(웃음). 드라마가 방영된 후 주변 사람들이 이서진씨 실물이 어떤지 물어오며 지대한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혹시 까탈스러운 성격이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이서진씨가 촬영장을 누구보다 유쾌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서진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제 몫이겠죠.”
멜로는 김 작가의 장기다. 하지만 ‘연인’에는 멜로에 ‘남자들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남자들의 음모와 배신, 조직의 의리 등이 또 하나의 축으로 그려진다.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기 위해 그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조폭과는 끈이 안 닿았어요. 아마 조폭 세계를 실제로 취재해서 썼다면 ‘추적 60분’이 됐겠죠(웃음). 드라마니까 일반인이 조폭에 대해 아는 상식 선에서, 재미있게 상황을 연출하려고 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영화 ‘약속’의 줄거리를 떠올리는 분이 많으실 텐데, 저는 영화에서 ‘조폭’과 ‘여의사’라는 주인공의 직업만 빌려왔어요. ‘연인’은 영화와 전혀 다른 에피소드로 전개될 겁니다.”

남편 이름을 ‘프라하의 연인’ 남자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프러포즈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파리의 연인’의 재벌 2세 한기주(박신양), ‘프라하의 연인’의 정의로운 형사 최상현(김주혁), ‘연인’의 하강재까지 모두 거칠고, 정의롭고, 사내답다.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보이지만, 가끔 툭툭 내뱉는 촌철살인의 멘트가 여심을 흔든다. “혹시 자신의 이상형을 남자주인공으로 그린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작가는 “사실 남편이 그런 스타일”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파리의 연인’ 집필을 마친 2004년 11월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곳에서 바(bar)를 운영하는, 충북 제천 출신의 세 살 연하 ‘꽃미남’에게 반해 김 작가가 “우리 연애하자”고 대시한 것. 그가 남편에게 ‘필(feel)이 꽂힌’ 결정적인 이유는 터프한 첫인상 때문이었다고.
“필리핀에서 아는 선배의 소개로 남편을 알게 됐어요. 처음 봤을 때, 그 사람이 누군가와 일 문제로 다투고 있었는데 논리정연하게 화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게다가 제가 ‘파리의 연인’ 작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은 ‘그래요? 난 안 봤는데’ 하고 무뚝뚝하게 답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제게 ‘드라마 잘 봤다’며 칭찬일색의 인사만 건넸는데, 남편은 평소 만났던 사람들과 달랐어요. 좀 친해진 후 그 사람에게 ‘어떤 여자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나보다 우리 부모님께 잘하는 여자요’ 하고 답하더라고요. 그 사람을 보면서 ‘반듯한 가정에서 참 잘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연인’ 김은숙 작가가 들려주는 ‘작품  뒷얘기 & 드라마  같은  러브스토리’

김은숙 작가는 “‘깊이’와 ‘경쾌함’이 공존하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프라하의 연인’ 남자주인공 최상현은 바로 김 작가 남편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남편에게 “이제 세상사람 모두 당신 이름을 알게 됐으니 아무 데도 못 간다”며 프러포즈를 했다고. 대통령의 딸인 윤재희(전도연)가 형사인 최상현에게 거침없이 다가가는 모습은 곧 김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극 중 자신을 피하던 최상현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윤재희의 모습이 바로 저예요. 필리핀에 살던 남편이 한국에 와서, 김은숙이라는 작가가 어느 정도 인기 있는지 지인들에게 듣고 난 후 ‘왜 당신이 하필이면 날…’ 하고 저를 피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남편에 대한 제 사랑을 표현했죠. 남편은 지난해 여름 저와 함께 떠난 유럽여행에서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어요. 거기서 여러 동행 커플을 만났는데, 남편이 그들에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필리핀에 머물렀는데 아마 이 사람(김은숙 작가)을 만나려고 그랬나봅니다’ 하는 거예요. 그 말이 ‘사랑해’라는 말 1천 번보다 훨씬 크게 울렸습니다.”
김 작가는 지난 3월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8월엔 건강한 딸 민지를 출산했다. 계산이 안 맞다 했더니 그는 “속도위반을 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프라하의 연인’ 집필을 마치고, 필리핀에 보름 동안 있었는데 그때 민지가 생긴 거예요. 아이가 들어서니까 어렵게만 보이던 결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민지가 효도했지요(웃음).”
현재 김 작가는 일산의 작업실에서 하루 24시간을 드라마 집필에 매달리고 있는 탓에 가족들과는 잠시 떨어져 있다. 남편 최상현씨는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며 김 작가를 응원하고, 딸 민지는 현재 충북 제천에 있는 그의 시부모가 돌보고 있다고.
“시부모님이 민지를 잘 돌봐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남편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못해줘서 미안한데, 이번 드라마 작업이 끝나면 요리를 배우려고요.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과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수영도 배울 생각이에요. 결혼생활이란 바로 두 사람이 서로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김 작가는 남녀 간 연애감정을 톡톡 튀는 대사로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파리의 연인’을 공동집필한 강은정 작가는 김 작가에 대해 “대중을 흡인하는 대사와 상황을 만드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지금까지 쓴 대사 중에 가장 맘에 드는 것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능청스럽게 답했다.
“글쎄요, 워낙 주옥같은 게 많아서…. 아, 이러면 또 욕 먹겠죠?(웃음) 제가 대사를 맛있게 쓸 수 있는 이유는 드라마 화법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서예요. 그래서 오히려 상투적이지 않아 신선함을 주었던 것 아닐까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시와 소설을 공부한 것이 지금 대본을 쓰는 밑바탕이 되고 있어요.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수사나 비유에 더 민감할 수 있었고요. 저는 지금껏 어느 대사 하나도 흘려 쓴 적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현실은 별로인데 이상은 높아 불행한 아이였지만 신경숙의 ‘외딴방’ 읽고 작가의 꿈 키워
그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것은 작가 신경숙씨의 자전소설 ‘외딴방’을 읽고 나서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97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고. 그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 신문사 신춘문예에 도전한 전력도 있다고 한다. 그는 이후 서울예대 동기인 강은정 작가와 2003년 SBS 드라마 ‘태양의 남쪽’을 공동집필하면서, 드라마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강원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저는 현실은 별로인데 이상은 높아 불행한 아이였어요. 하루는 신경숙 선배의 ‘외딴방’에서 야간고에 다니던 주인공이 ‘나는 이 책(헤겔의 철학서)을 펼쳐놓고 있을 때만이 너와 다르다’고 말하는 구절을 읽고, ‘소설 속 주인공이 꼭 나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가로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저도 용기를 얻었죠. 그래서 뒤늦게 신경숙 선배가 나온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거예요. 처음에는 신 선배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으로 소설 공부를 시작했고,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읽었죠. 소설가로 등단하지 못해서 아쉽진 않아요. 드라마를 쓰는 일이 행복하니까요.”

김 작가는 인터뷰를 하던 도중, ‘칼의 노래’를 쓴 작가 김훈씨가 우연히 카페에 들르자 마치 첫사랑을 마주친 소녀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얼른 가서 인사드리지 그러냐”는 기자의 말에 그는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너무 가슴이 뛰어서”라고 한다.
“사실 이 카페에 김훈 선생님이 자주 들르신다는 말을 듣고, 저도 이곳의 단골이 됐어요. 지금껏 한 번도 얼굴을 못 뵈었는데, 오늘 제가 인터뷰하니까 갑자기 오셨네요(웃음). 김훈 선생님은 저를 자괴감에 빠뜨린 분이죠. 수필 ‘자전거 여행’을 읽을 때,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참 어려웠거든요. 마치 그 책으로 저를 야단치시는 것 같았어요.”
김 작가는 드라마뿐 아니라 여러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했다. 드라마로 그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시나리오 작업 제의를 받게 됐다고. 하지만 그가 집필한, 지현우 주연의 영화 ‘사랑하니까 괜찮아’와 현빈 주연의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드라마에 비해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사랑하니까 괜찮아’는 스물여덟살에 써놓은 시나리오였어요. 영화는 감독 예술이라 작가가 개입할 여지가 많이 없어서 저와는 잘 안 맞는 것 같아요(웃음). 스릴러를 좋아해서 다음번에는 영화든 드라마든 ‘언페이스풀’ 같은 에로틱 스릴러를 해보고 싶어요.”
그는 요즘 주변에서 “결혼과 출산 후 글이 달라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연인’의 대본을 받아본 김정은은 김 작가에게 “‘그녀’가 깊어졌다”고 말했다고. ‘깊이’와 ‘경쾌함’이 공존하는 드라마를 쓰는 것이 김은숙 작가의 간절한 바람이다.
“아기를 보며 얼마든지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사랑과 그리움을 깨달았어요. 캐릭터를 풀어가는 방식과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전보다 훨씬 깊이가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제 특유의 명랑함과 경쾌함은 잃지 않을 거예요(웃음).”

여성동아 2006년 12월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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