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주로 다루는 시사주간지에서 일하고 가끔 시사토론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서인지 정치에 뜻이 있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어느 대선 후보의 캠프에서 요청이 오던가요?”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시나요?” 등 가상 시나리오를 써서 질문을 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의 일은 한치 앞도 알 수 없지만 난 정치에 소질도 뜻도 없고, 무엇보다 현재 정치권의 풍토가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장 민주적이고 국민을 즐겁게 해줘야 할 곳에서 가장 국민을 우울하고 억장 무너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희비극을 결정짓는 건 자질구레하고 사소한 일들
얼마 전 미국의 ‘타임’지는 ‘환상의 커플’을 소개했는데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과 멋진 남자 커플이 아니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 전 대통령 커플이었다. 이들은 각자 소속된 정당과 이념도 다르고 집안 배경이나 성격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전직 대통령이란 ‘소명’과 ‘사명감’을 갖고 인도네시아의 지진해일 피해지역이나 뉴올리언스 재해지역 등에 함께 가서 모금활동도 하고 미국의 얼굴로 친선사절 역할도 한다.
부시는 유머감각과 사교성이 뛰어난 클린턴을 아들처럼 아끼고 클린턴은 “팔순의 부시 전 대통령이 너무 건강해서 내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할 게 틀림없다”고 농담한다. 이런 옛 대통령들의 모습을 보는 미국인은 얼마나 뿌듯할까.
최근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 진행자로 방송에 복귀한 조영남씨는 얼마 전 ‘사랑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요지이지만 핵심은 결혼을 국회의원처럼 4년 임기로 정하고 4년 후엔 헤어질 수 있으며 원하면 재임도 가능하다는 것. 어떻게 한 사람과 4년 이상 홀딱 반해서 살 수 있느냐, 위선과 가식으로 살지 말고 사랑의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내용이다. 다만 다른 배우자를 구하기는 게 어렵거나 귀찮고 자식양육 문제 등으로 서로 원할 때는 계속 재계약을 하면 된다고 한다. 이런 주장에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고 비난하기는커녕 은근한 동조를 보이는 이들이 적잖아서 신기했다.
난 ‘사랑당’엔 동조하지 않지만 ‘명랑오락당’이라면 뜻 맞는 이들과 모여 창당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즐겁게 사나,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의 오락시간이 된 것처럼 국민을 기대에 차게 만들 일은 뭘까 등을 궁리하고 간지럼을 태워서라도 하루에 한 번 이상 주위 사람들을 명랑하게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사장이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 ‘까꿍!’ 하고 인사를 한다거나, 국무회의 때도 ‘가장 최근에 들은 유머’를 먼저 한마디씩 전한 다음에 정책을 다루면 살기가 훨씬 편해지지 않을까. 아예 정규 수업과목에 ‘유머’를 넣어 재미있게 생각하기와 말하기 등을 지도하고 직장도 토익 점수보다 유머감각을 더 중시하면 얼마나 명랑한 사회가 될까.
‘명랑오락당’이 전 국민을 너무 허허실실 우습게 만든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자질구레당’은 어떨까. 과거사법, 사학법 등도 매우 중요하고 북한 핵문제, 행복도시 건설도 엄청나게 신경 써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실상 우리 인간들을 괴롭히고 때론 살인자로 만들거나 자살로 몰고 가는 건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문제들이다.
사회문제화된 ‘왕따’나 ‘이혼’ 역시 인간 본성이나 심리학, 가족학에 대한 고찰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 아니다. 평소에 친구나 배우자 사이 사소한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에 비수가 꽂혀 서로를 적으로 만들고 한 인생을 파멸에 이르거나 가족해체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다.
또 우리가 행복하고 기쁨을 느끼는 것 또한 로또에 당첨되거나 자녀가 명문대에 합격하거나 직장에서 승진하는 것처럼 뭔가 대단한 일이 생길 때뿐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이의 손길을 느끼는 등 아주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자질구레당에서는 ‘감사합니다’나 ‘미안합니다’ 등의 인사 제때 제대로 하기, 어른들께 안부전화 자주 하기, 손발 자주 닦기,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기, 새치기하지 않기 등을 그 어떤 문제보다 더 심도 깊게 다루는 것이다. 아파트 반상회에서도 아파트 가격을 담합하기보다 서로 이름 알려주고 돌아가며 간식 만들기, 함께 마을 청소하기, 이웃 독거노인 방문하기 등을 과제로 주어서 자질구레하고 사소한 일의 실적 점수가 높으면 세금감면이나 노후연금 혜택을 주는 것이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이 대형 승용차 대신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최근에 감명 깊게 본 책이 만화책이더라도 자랑스럽게 말하고, 구청에서 화단에 꽃을 심어 나눠주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정당은 그야말로 코미디 프로그램에나 나올 것 같아 정치활동은 미리 포기했다.
삶의 화두는 기쁨, 일상에서 행복 누리기
난 명예나 자존심보다는 실속과 이익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민다는 이유로 호스트 바는커녕 나이트클럽도 못 가보고 괜히 착한 척, 바른 생활을 하는 척하며 사는 것도 버거운데 정치인이라는 모자를 쓰면 얼마나 더 가증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또 굳이 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어떤가. ‘명랑한 세상을 위한 아줌마 모임’ ‘자질구레한 문제들을 생각하는 곳’ 등 ‘여러 가지 문제 연구소’를 차려 여기저기 참견도 하고 제안도 하고 뜻 맞는 이들과 시시덕거리며 즐겁게 살고 싶다.
요즘 나의 화두는 ‘기쁨’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순간순간 발견하는 기쁨들을 누리는 행복 말이다. 해외 출장 가서 내 생각났다고 걸어주는 지인의 전화, 친구가 직접 만들어준 목걸이, 딸아이와의 수다, 우연히 발견한 정말 맛있는 식당. 이런 것들 덕분에 기쁨을 만끽하고, 또 내가 남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 예쁘다, 잘 어울린다, 맛있다는 칭찬을 비롯해 작은 선물이나 관심으로 주변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다. 그게 그 어떤 거창한 정치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일은 한치 앞도 알 수 없지만 난 정치에 소질도 뜻도 없고, 무엇보다 현재 정치권의 풍토가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장 민주적이고 국민을 즐겁게 해줘야 할 곳에서 가장 국민을 우울하고 억장 무너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희비극을 결정짓는 건 자질구레하고 사소한 일들
얼마 전 미국의 ‘타임’지는 ‘환상의 커플’을 소개했는데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과 멋진 남자 커플이 아니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 전 대통령 커플이었다. 이들은 각자 소속된 정당과 이념도 다르고 집안 배경이나 성격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전직 대통령이란 ‘소명’과 ‘사명감’을 갖고 인도네시아의 지진해일 피해지역이나 뉴올리언스 재해지역 등에 함께 가서 모금활동도 하고 미국의 얼굴로 친선사절 역할도 한다.
부시는 유머감각과 사교성이 뛰어난 클린턴을 아들처럼 아끼고 클린턴은 “팔순의 부시 전 대통령이 너무 건강해서 내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할 게 틀림없다”고 농담한다. 이런 옛 대통령들의 모습을 보는 미국인은 얼마나 뿌듯할까.
최근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 진행자로 방송에 복귀한 조영남씨는 얼마 전 ‘사랑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요지이지만 핵심은 결혼을 국회의원처럼 4년 임기로 정하고 4년 후엔 헤어질 수 있으며 원하면 재임도 가능하다는 것. 어떻게 한 사람과 4년 이상 홀딱 반해서 살 수 있느냐, 위선과 가식으로 살지 말고 사랑의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내용이다. 다만 다른 배우자를 구하기는 게 어렵거나 귀찮고 자식양육 문제 등으로 서로 원할 때는 계속 재계약을 하면 된다고 한다. 이런 주장에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고 비난하기는커녕 은근한 동조를 보이는 이들이 적잖아서 신기했다.
난 ‘사랑당’엔 동조하지 않지만 ‘명랑오락당’이라면 뜻 맞는 이들과 모여 창당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즐겁게 사나,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의 오락시간이 된 것처럼 국민을 기대에 차게 만들 일은 뭘까 등을 궁리하고 간지럼을 태워서라도 하루에 한 번 이상 주위 사람들을 명랑하게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사장이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 ‘까꿍!’ 하고 인사를 한다거나, 국무회의 때도 ‘가장 최근에 들은 유머’를 먼저 한마디씩 전한 다음에 정책을 다루면 살기가 훨씬 편해지지 않을까. 아예 정규 수업과목에 ‘유머’를 넣어 재미있게 생각하기와 말하기 등을 지도하고 직장도 토익 점수보다 유머감각을 더 중시하면 얼마나 명랑한 사회가 될까.
‘명랑오락당’이 전 국민을 너무 허허실실 우습게 만든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자질구레당’은 어떨까. 과거사법, 사학법 등도 매우 중요하고 북한 핵문제, 행복도시 건설도 엄청나게 신경 써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실상 우리 인간들을 괴롭히고 때론 살인자로 만들거나 자살로 몰고 가는 건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문제들이다.
사회문제화된 ‘왕따’나 ‘이혼’ 역시 인간 본성이나 심리학, 가족학에 대한 고찰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 아니다. 평소에 친구나 배우자 사이 사소한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에 비수가 꽂혀 서로를 적으로 만들고 한 인생을 파멸에 이르거나 가족해체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다.
또 우리가 행복하고 기쁨을 느끼는 것 또한 로또에 당첨되거나 자녀가 명문대에 합격하거나 직장에서 승진하는 것처럼 뭔가 대단한 일이 생길 때뿐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이의 손길을 느끼는 등 아주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자질구레당에서는 ‘감사합니다’나 ‘미안합니다’ 등의 인사 제때 제대로 하기, 어른들께 안부전화 자주 하기, 손발 자주 닦기, 휴지는 휴지통에 버리기, 새치기하지 않기 등을 그 어떤 문제보다 더 심도 깊게 다루는 것이다. 아파트 반상회에서도 아파트 가격을 담합하기보다 서로 이름 알려주고 돌아가며 간식 만들기, 함께 마을 청소하기, 이웃 독거노인 방문하기 등을 과제로 주어서 자질구레하고 사소한 일의 실적 점수가 높으면 세금감면이나 노후연금 혜택을 주는 것이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이 대형 승용차 대신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최근에 감명 깊게 본 책이 만화책이더라도 자랑스럽게 말하고, 구청에서 화단에 꽃을 심어 나눠주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정당은 그야말로 코미디 프로그램에나 나올 것 같아 정치활동은 미리 포기했다.
삶의 화두는 기쁨, 일상에서 행복 누리기
난 명예나 자존심보다는 실속과 이익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민다는 이유로 호스트 바는커녕 나이트클럽도 못 가보고 괜히 착한 척, 바른 생활을 하는 척하며 사는 것도 버거운데 정치인이라는 모자를 쓰면 얼마나 더 가증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또 굳이 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어떤가. ‘명랑한 세상을 위한 아줌마 모임’ ‘자질구레한 문제들을 생각하는 곳’ 등 ‘여러 가지 문제 연구소’를 차려 여기저기 참견도 하고 제안도 하고 뜻 맞는 이들과 시시덕거리며 즐겁게 살고 싶다.
요즘 나의 화두는 ‘기쁨’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순간순간 발견하는 기쁨들을 누리는 행복 말이다. 해외 출장 가서 내 생각났다고 걸어주는 지인의 전화, 친구가 직접 만들어준 목걸이, 딸아이와의 수다, 우연히 발견한 정말 맛있는 식당. 이런 것들 덕분에 기쁨을 만끽하고, 또 내가 남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 예쁘다, 잘 어울린다, 맛있다는 칭찬을 비롯해 작은 선물이나 관심으로 주변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다. 그게 그 어떤 거창한 정치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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