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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2

할 말 많은 ‘똥 기저귀 갈기’ 노하우

기획·강현숙 기자 / 글·조인직‘신동아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조인직 제공

입력 2006.12.19 14:01:00

초보 아빠들이 가진 편견 중 하나는 똥 기저귀 갈기는 무섭고(?) 힘든 일이라는 것. 숙련과 적응기를 거쳐 ‘똥 기저귀 갈기’ 달인으로 변신한 조인직 기자가 노하우를 공개했다.
할 말 많은 ‘똥 기저귀 갈기’ 노하우

꼬마 숙녀로 부쩍 성장한 민정이(왼쪽)와 유정이. (가운데) 쌍둥이의 기저귀를 갈며 기저귀 갈기에 도가 튼 조인직 기자.(오른쪽)


아빠의 육아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번은 아빠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 2번은 아빠지만 (보너스로) 해주는 일, 3번은 아빠가 알아서 해주는 일. 1번에 해당하는 것은 주로 힘쓰는 일에 속한다. 아이들 카시트에 앉히고 유모차를 폈다 접었다 하고, 백화점에라도 가면 아이들을 어깨와 등으로 이고 업고 다니고, 주말에 놀러가면 사진도 부지런히 찍어야 한다. 2번은 저녁에 귀신처럼 번뜩 깨서 보채는 아이 달래고 우유 먹이는 일, 전신목욕은 물론 보습로션까지 보드랍게 살포(?)한 뒤 밤중에 가습기 물 갈아주는 일, 여기에 가끔 의욕이 넘치면 이유식을 해주는 일이다. 3번은 1, 2번으로 나누기 힘든, 집안 스타일에 따라 가치 판단이 엇갈리는 영역의 일이 해당된다. 가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밖에서 밥을 알아서 먹고(얻어먹으면 일석이조!) 말없이 설거지하고, 장난감 건전지가 떨어졌을 때 재빨리 갈고, 아이들이 울거나 떼쓸 때 신속하게 얼러주는 일 등 말하자면 한이 없다.
1, 2, 3번에 포괄적으로 애매하게 해당되는 게 똥 기저귀 가는 일이다. 집안 분위기에 따라 아직까지 금남(禁男)의 영역에 속한 집을 보기도 했다. 우리 집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1번과 3번의 중간쯤으로 정해놓고 있다.
돌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점점 시간대별로 가려서 싸기 때문에 기저귀 갈 일이 줄어들지만 처음 1년간은 정말 부지런히 기저귀를 갈아젖혔다. 쌍둥이 딸의 경우 생후 6개월 미만 동안 쏟아진 기저귀가 하루에 20~30개는 기본이었던 것 같다.
오줌 기저귀는 사실 아무나, 처음부터 쉽게 갈 수 있다. 일회용 기저귀를 돌돌 말아서 양쪽 날개에 붙어있는 테이프로 몸통을 감싸면 쓰레기봉지에 던져넣기 쉬운 공처럼 변한다. 아침에 갈아줄 때 평소보다 묵직한 오줌을 감지할 때면 야릇한 쾌감까지 느끼곤 했고 반대로 때가 돼서 갈았다고 생각했는데 싸나마나 한 것 같으면 아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기저귀를 열어야 성공하는 똥 기저귀 갈기
똥 기저귀 가는 일은, 기술을 숙련하기까지 적응기가 필요한 것 같다. 아무리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빨리 적응하는 방법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기저귀를 여는 거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냄새가 왠지 심상치 않고, 정신없이 놀던 아이가 뭔가를 붙잡고 오래 서 있거나 갑자기 조용히 앉아서 한곳을 바라본다면 사실 똥 말고 다른 이유는 없다. 망설이다 보면 똥에 대한 영상적 이미지가 더욱 적나라하게 다가오고, 그렇게 시간을 끌다보면 뒤처리에 대한 자신감만 없어진다.
초반기에 가장 난감했던 경우는 아이들의 속이 안 좋아서 변이 설사성으로 바뀌어 기저귀의 마지막 끝자락까지 스프레드(spread) 됐을 때, 심혈을 기울여 구(舊)기저귀와 신(新)기저귀를 바꿔치려는 순간 아이들이 360도 회전할 때였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아이들은 기저귀를 갈 때마다 틈만 나면 회전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빛을 보니 그 짧은 시간마저 구속받는 게 싫은 듯했다.

할 말 많은 ‘똥 기저귀 갈기’ 노하우

아빠가 갈아준 기저귀를 차고 집안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는 민정이.


한번 기저귀에 손을 대면 회전의 대가까지 치르는 게 기저귀 갈기 바닥의 생리다. 사태가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뒷정리를 할 때 맨손 쓰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물티슈나 걸레를 찾고, 갈아입힐 내복을 찾다보면 회전의 횟수와 강도만 높아진다.
처음에는 기저귀를 갈 때마다 아이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두 발로 아이들의 팔을 눌러 상체를 제압하는 기술을 쓰곤 했는데, 아이들이 찡찡대고 우는 걸 보니 힘만 쓴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기저귀를 가는 일이 불필요하고 안 좋은 일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노파심도 생겼다.
비교적 수월하게 일처리를 마치는 와이프를 벤치마킹한 결과, 그럴 때는 아이들 손에 뭔가를 쥐어주는 게 좋은 방법이었다. 최소한 기저귀 가는 동안은 가만히 물건에 열중한다. 소리가 나는 딸랑이나 내용물을 없앤 요구르트 병 정도면 무난하고, 급할 때는 물티슈 봉지를 안겨줘도 좋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훌륭한 건 다양한 벨소리가 가득한 휴대전화다. 단 급하다고 숟가락 같은 걸 쥐어주면 다칠 염려가 있으니 조심할 것!
똥 기저귀 갈 때 가장 흔한 또 하나의 돌발 상황은 교체 타이밍을 너무 일찍 잡거나 늦게 잡는 경우다. 너무 빨리 기저귀를 갈다보면 교체하는 와중에 추가적인 똥이 한 무더기씩 살포되기도 한다. 반대로 실내 환기가 너무 잘돼 냄새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모처럼 혼자서 잘 논다며 장시간 아이들과 거리를 두고 있을 때 1~2시간씩 똥 기저귀를 삭힐 수 있다. 아이가 계속 깔고 있다보면 굳은 도넛이 엉덩이 전체를 감싸 안은 모양새가 되고 트러블이 발생할 여지도 많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제일 좋은 뒤처리는 비데, 다시 말해 아빠손 비데, 엄마손 비데인 듯하다. 물티슈가 옆에 있긴 하지만, 눈대중으로 ‘아, 이건 차라리 씻기는 게 낫겠다’는 견적이 나올 때가 있다. 흐르는 물을 고집하기보다는 세면대에 적당량의 물을 받고 두세 번 정도 물을 갈아주면서 엉덩이 부위를 담갔다 빼면 비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똥 기저귀 결과물 여유 있게 살펴보며 아이들 건강 챙겨
시간이 지나면서 똥 기저귀 가는 일이 상당히 의미 있는 ‘행위’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사실 처음 몇 개월간은 아내가 황금빛 똥이 나왔다며 감상하라고 말해도 선뜻 화끈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가능한 한 내용물을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면 똥 기저귀 가는 일에 익숙해진 요즘은 찬찬히 아이들의 결과물을 뜯어보는 여유가 생겼다. 전반적인 형태가 균일하지 못하거나 몇 시간 전에 먹인 음식이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변으로 숙성돼 나오면 아이의 속이 안 좋구나 느끼게 된다. 똥이 너무 딱딱하거나 무르면 아내에게 알려줘 다음에 먹을 식단에 참고가 되게 한다.
요즘에는 쌍둥이 딸의 기저귀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거실에 갖다놓은 모형 장난감 변기에 앉았다가 물 내리는 시늉까지 하기도 한다. 또 얼굴 살이 빠지면서 점점 영아에서 유아, 심지어 부위에 따라 어린이 같은 체형으로 변하는 걸 보면 이제 고지가 얼마 안 남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제 막 프로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기술을 썩혀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일까, 얼마 전부터 왠지 모를 아련함이 쌍둥이들의 방귀 냄새에 묻혀 코끝을 스친다.
할 말 많은 ‘똥 기저귀 갈기’ 노하우


여성동아 2006년 12월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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