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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요즘 최고 인기! ‘타짜’가 궁금하다

‘타짜’ 흥행 돌풍의 주역 최동훈 감독

글·이남희 기자 / 사진·홍태식‘프리랜서’

입력 2006.11.24 10:07:00

‘캐릭터 연출의 귀재.’ ‘타짜’의 최동훈 감독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다. “캐스팅이 가장 힘든 작업”이라는 최 감독은 “배우를 빛나게 하는 작품을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타짜’ 흥행 돌풍의 주역 최동훈 감독

긴박한 전개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 누구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캐릭터 연출…. 스타일리스트 감독의 정교한 솜씨가 빛을 발했다. 최동훈 감독(35)이 인기 만화작가 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영화 ‘타짜’가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흥행 감독이 되신 것 축하한다”는 첫인사에 그는 “흥행도 운인 것 같다. 관객들에게 감사한다”고 입을 열었다.
2004년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두 번째 영화 ‘타짜’로 충무로가 주목하는 감독의 대열에 올랐다. 두뇌게임형 스토리 전개와 화려한 장면 연출은 그의 가장 큰 장기다. 또한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함으로써 그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타짜’는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김윤석 등의 명연기로 특히 화제가 됐다.
“당초 계획했던 대로 배우가 캐스팅되는 것은 감독에게 축복과 다름없죠. 그런 축복을 받게 해준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배우가 영화를 통해 사랑받는 것은 감독으로서 행복한 일이에요. 그 말은 영화 안에 캐릭터가 잘 녹아있다는 이야기니까요.”
최 감독은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부터 주인공 고니 역할로 조승우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별 볼일 없는 청년에서 최고의 승부사가 되는 고니를 표현하려면, ‘도발적이고 반항아 같으면서도 신사 같고 촌놈 기질도 있는’ 팔색조 이미지의 배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승우 멋있지 않아요?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도 잘하고…. 영화에서처럼 ‘탈이 좋고’ 수컷 냄새가 나서 승우씨를 처음부터 고니 역할로 찜했죠. 저는 ‘타짜’ 시나리오를 한창 집필하던 중 승우씨의 뮤지컬을 보러 가서, ‘타짜라는 만화 봤냐?’ 하고 넌지시 묻고만 왔어요. 이후 승우씨는 ‘타짜 출연 제의가 내게 안 오면 어쩌지’ 하고 생각했대요(웃음).”
그는 ‘범죄의 재구성’에 등장했던 중견배우 백윤식과 또 한 번 ‘타짜’에서 호흡을 맞췄다. 고니에게 화투 기술을 전수하는 평경장 역의 백윤식은 최 감독에게 누구보다 각별한 배우다.
“백 선생님의 대사를 들으면, 제가 대사를 잘 썼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화투를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려서 내가 화투고 화투가 나인 물아일체의 경지야’(최 감독은 백윤식의 극 중 말투를 그대로 흉내냈다) 하고 대사를 어찌나 맛있게 해주시는지…. 아티스트적인 성향이 다분한 분이죠.”
‘타짜’는 ‘김혜수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우 김혜수의 진가를 확인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김혜수는 섹시하면서도 고니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도박판의 설계사’ 정 마담 역할을 맡아 팜므파탈의 매력을 발산한다. 최 감독은 전작 ‘범죄의 재구성’에서도 얌전한 이미지의 염정아를 퇴폐적이고 도발적인 사기꾼으로 변신시킨 바 있다. 그는 두 30대 여배우를 어떻게 바라볼까.
“정아씨가 ‘암고양이’라면, 혜수씨는 ‘아름다운 표범’ 같다고 할까요? 혜수씨는 성격도 좋지만, 정말 아름다워요. 혜수씨의 베드신을 촬영할 때, 저는 ‘이렇게 예쁘단 말이야’ 하고 감탄할 정도였어요. 그 장면(김혜수의 상반신과 뒷모습이 전라로 드러난다)에서 바로 정 마담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정 마담의 힘, 섹시함, 야망, 욕망 등이 표출되는 거죠. 그런 장면들은 보통 찍기 어려운데, 배우와 감독의 믿음이 두터웠기 때문에 촬영에 전혀 걸림돌이 없었습니다.”

‘타짜’ 흥행 돌풍의 주역 최동훈 감독

최동훈 감독은 “관객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이야기꾼”이라고 말했다.


“감독님이 여배우에게 흠뻑 빠져서 이러다 스캔들 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최 감독은 “전혀 그럴 일은 없다”고 웃음을 터뜨린다. 여자친구가 영화판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늘 여자친구에게 보고된다는 것. 최 감독은 “여자친구는 내 시나리오와 영화를 보고 평가하는 최초의 비판자”라며 슬쩍 자랑을 풀어놓았다.
“6년 전 영화 연출부 일을 마치고 통장에 겨우 50만원이 남아있을 때, 어떤 작품을 각색하라고 제게 일을 준 영화사 관계자가 바로 여자친구입니다. 감각이 무척 뛰어난 사람이죠. ‘타짜’ 편집을 마감하기 이틀 전 테이프를 여자친구에게 보내 1시간 반 동안 전화로 영화에 대해 토론했는데, 그녀가 쓴소리만 하는 바람에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어요. 사람이 진심어린 충고에 약할 때가 있잖아요? 결국은 여자친구가 이야기한 대로 다 고쳤지만…(웃음).”

“정적인 게임인 화투를 역동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가장 힘들어”
그가 가장 고생하며 촬영한 것은 역시 화투 장면이다. 이 영화의 자문을 맡은 실존 타짜 장병윤씨가 “가장 화투 기술이 뛰어난 사람은 최동훈 감독이었다”고 할 만큼, 그는 촬영기간 동안 도박전문가가 다 됐다.
“화투가 정적인 게임인데 역동적으로 찍어야 하니까 그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 화투 장면만 찍고 나면 탈진했어요. 보통 12시간은 기본이고, 24시간 내내 찍은 적도 있어요. 마지막 배 안에서 이뤄지는 도박 장면은 3일밖에 시간이 없어서 하루에 1백 컷씩 찍기도 했습니다. 저는 화투를 원래 잘 친 게 아니라 영화를 찍기 위해서 연구했어요. 어떻게 하면 예쁘게 나올까 생각하며 거울 앞에 화투판을 놓고 콘티를 그렸습니다. 영화를 찍고 나니, 친구들이 저와는 ‘고스톱 안 치겠다’고 하더군요.”
단 두 작품으로 ‘흥행 감독’의 명성을 얻은 최동훈 감독도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서강대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난 취직을 못하는구나’ 확신한 순간부터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우스개처럼 말했다. 그는 대학졸업 후 1년간 서울 목동의 보습학원에서 ‘국어! 떴다 최선생’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영화아카데미에 합격한 뒤 학원강사를 그만둔 그는 영화 연출부에서 일하며 감독의 꿈을 키웠다.
“대학 때 영화 동아리에 있으면서 ‘영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4학년 때 단편영화 연출부로 일했는데, 그곳의 ‘빡센’ 노동강도가 좋았습니다. 친구들이 한 달에 2백10만원 받고 회사 다닐 때, 저는 영화판에서 2백10만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친구들이 부럽진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다, 위에서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하니까…(웃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계속 떨어져(10전 10패였다) ‘내게 재능이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죠. 하지만 열정이 곧 재능이란 걸 알게 됐어요.”
그는 감독이기에 앞서 연예인으로서의 끼가 다분하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 ‘바람난 가족’ 등에 단역으로 등장했고, ‘타짜’에서는 극 중 정 마담을 풀어주는 순경으로 출연했다. 또 지난해 배유정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와 함께 EBS 영화 전문 프로그램 ‘시네마천국’을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원래는 배우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죠. 배우는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직업이에요. 오죽하면 류승완 감독은 자신이 감독한 영화에 주연배우로 출연했겠습니까. 사실 저도 ‘타짜’에 제대로 등장하고 싶었는데, 여유가 없었어요.”
최 감독은 관객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음에 일어날 일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야말로 좋은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냐”는 물음에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15세 관람가’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는 모두 18세 이상 관람가다) ‘인생은 그래도 살 만해’ 하는 느낌을 주는 영화요. 지금까지 속도감이 빠른 영화를 찍었는데, 언젠가는 ‘느리지만 내적 속도감이 빠른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다만 그런 영화를 찍기 위해서 아직은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여성동아 2006년 11월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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