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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생 형제 키우며 단란한 가정 일구는 개그우먼 김지선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6.11.23 17:11:00

연년생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개그우먼 김지선은 하루 종일 정신이 없다. 큰아이가 울면 작은아이가 덩달아 울음보를 터뜨리고, 밥 한번 먹이려면 아이와 쇠심줄보다 질긴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것. 그렇지만 누구보다 아이 욕심이 많은 그는 “적어도 아이 셋은 낳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연년생 형제 키우며 단란한 가정 일구는 개그우먼 김지선

“얼마 전, 결혼해서 처음으로 아이들을 떼놓고 남편과 단둘이 여행을 다녀왔어요. 처음에는 공항에서부터 아이들 얼굴이 아른거렸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신기하게도 아이들 걱정은 하나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그 동안 아이들을 키우느라 남편과 저 모두 많이 지쳤던 모양이에요.”
지난 2004년 5월 한 살 연상의 사업가 김현민씨와 결혼한 개그우먼 김지선(34). 지난해 11월 둘째 아들을 순산하고 방송에 복귀한 그는 얼마 전 남편과 단둘이 다녀온 여행 얘기를 들려주며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없이 살던 두 사람이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현재 세 살배기 지훈이와 돌배기 정훈이를 키우고 있는 그는 남자아이 둘 키우기가 쌍둥이 키우는 것 못지않게 힘들지만,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다고 말한다.
“둘째 정훈이가 보행기 타는 걸 좋아하는데, 지훈이가 보행기 뒤에 매달려 ‘달려’ 하고 외치면 정훈이가 힘차게 걸으면서 보행기를 운전해요. 그 광경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웃음).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이번에는 딸이면 좋겠다’ 싶었지만 막상 키워보니 형제끼리 자라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웃음).”

연년생 형제 키우며 단란한 가정 일구는 개그우먼 김지선

“밥 먹기 싫어하는 큰아이 때문에 걱정이에요”
첫째를 낳은 뒤 “아이 낳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인지 몰랐다”고 말한 적이 있는 그는 둘째도 순산했다고 한다. 현재 진행을 맡고 있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지선의 행복충전’ 녹음이 시작되기 6시간 전 양수가 터져 곧바로 병원을 찾았는데, 진통이 시작되고 4시간 만에 둘째를 낳았다고. 출산 후에도 3주 만에 라디오 방송에 복귀했을 정도로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현재 그는 KBS ‘노벨의 식탁’과 ‘비타민’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
아이들 키우랴 방송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되는 욕심을 냈다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서울예대를 졸업했지만 개그맨으로 활동하느라 공부에 전념하기 힘들어 늘 그 점이 아쉬웠다는 그는 결국 용기를 내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재입학했다. 그는 “87년생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니 회춘한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제 몸 피곤한 건 둘째치고 남편한테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강의가 있는 날은 적어도 오전 7시 반에 집을 나서야 하는데, 그때부터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남편 혼자서 다 해야 하거든요. 남편 도움이 없었다면 감히 학교를 다닐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사실 학교 숙제도 남편이 거의 도와주고 있어요. 레포트 작성부터 사진 실습까지 제가 못하는 부분을 알아서 해결해주더라고요. 앗! 교수님이 이 얘기 들으시면 안 되는데(웃음).”
요즘 부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밥 먹기를 싫어하는 첫째 지훈이. 밥 한번 먹이려면 엄마 아빠가 매달려 온갖 아양을 떨어야 하는데, 그래도 아이가 완강히 거부할 때면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밥 안 먹는 아이에게 산삼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강원도에 있는 아는 분을 통해 아기용 산삼을 구해 먹였다고. 하지만 그 또한 먹는 대로 토해버려 3분의 1 정도밖에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산삼을 다 먹이고 나니까 이제야 아이에게 산삼 먹이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며 “한 뿌리만 더 있어도 좋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지훈이가 자동차 타는 걸 좋아해서 밤 12시에 산삼을 먹이려고 아이랑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어요. 차 속에서 아이를 달래고 달래서 조금 먹이긴 했는데 거의 다 토해버리더라고요. 아이가 잘 먹지 않다보니 발육도 또래 아이들에 비해 늦는 것 같아 속상해요. 그에 비해 둘째는 우유도 잘 먹고 이유식도 잘 먹어서 형이랑 몸무게가 1kg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요(웃음).”
김지선은 아이가 식습관을 잘못된 데는 부모의 책임이 큰 것 같다고 말한다. 첫째라고 오냐오냐하며 키운 탓에 TV가 켜져 있지 않으면 밥을 먹으려 하지 않고, 옷에 조금이라도 뭐가 묻으면 벗겨달라고 성화를 한다는 것. 지훈이는 지저분한 걸 만지고 나면 하루종일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다닐 정도로 유난을 떤다고 한다. 그는 “첫째를 경험삼아 둘째부터는 절대 품 안의 자식으로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고 말했다.

연년생 형제 키우며 단란한 가정 일구는 개그우먼 김지선

김지선·김현민 부부는 아이를 셋 이상 낳을 계획이라고 한다.


둘째 정훈이는 자다가 새벽에 깨거나 우는 법이 없고, 이유식도 잘 먹지만,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힘들 때가 많다고 한다. 그가 라디오 방송을 끝내고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면 그 순간부터 엄마를 찾기 시작해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고. 그가 아이를 등에 업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정도라고 한다.
“‘내리사랑’이라는 말도 있듯이 둘째가 더 예쁜 것 같아요. 저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까 아무래도 첫째보다 마음이 더 가더라고요. 지훈이는 어려서부터 엄마는 으레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정훈이처럼 힘들게 하지는 않아요.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빠빠이’하면 자기도 덤덤하게 ‘빠빠이’해요. 어떨 때는 그런 모습이 안쓰럽기도 해요.”

“엄마, 아빠의 몫 찾아가면서 육아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어요”
“딸을 낳을 때까지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그는 적어도 셋은 낳을 계획이라고 한다. 2남2녀 중 둘째인 그는 어려서 오빠가 입던 옷만 입고 자라면서 형제가 많은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어른이 돼 결혼을 해보니 자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철들기 전에는 엄마한테 ‘왜 이렇게 자식을 많이 낳아 고생을 시키냐’고 가슴에 못 박는 소리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까 형제만큼 소중한 존재가 없더라고요. 어려서 그렇게 싸웠던 여동생과도 지금은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아요. 부모님 생각도 아들보다는 딸이 더 많이 하는 것 같고요. 저도 엄마랑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딸이 하나만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매사 적극적인 성격인 그는 아이들과 놀아줄 때도 화끈하게(?) 온몸으로 놀아준다. 아이를 번쩍 들어올려 헬기를 태워주거나 서커스하듯 공중에서 돌리고, 점프도 하면서 아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훈이가 엄마보다 아빠랑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힘이 센 아빠가 엄마보다 더 신나게 놀아준다는 걸 알게 된 것. 그는 그런 아이를 보면서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들이 커갈수록 엄마, 아빠의 몫이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지훈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됐을 때는 남편과 많이 다퉜어요. 새벽에 아기가 깨서 우는데도 남편은 꿈쩍도 않고 잠만 잤거든요. 그때는 남편한테 많이 서운하고 육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나중에야 남편보다 제가 더 예민한 게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죠. 아이가 조금이라도 부스럭거리면 금세 눈이 떠지고 잠을 못 잤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거예요. 요즘은 남편도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아이 돌보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어요.”

“남편이 직접 지어 낭송한 시를 들으면서 연애할 때 떠올려요”
올해로 결혼 4년차에 접어든 두 사람은 언성을 높이며 부부싸움을 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서로에게 불만이 있을 때는 대화로 풀려 하고, 설사 말다툼을 했다 하더라도 하루가 가기 전에 화해를 한다고.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는 가끔 집 앞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평소 하지 못한 말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여자라 가끔 주위 사람들로부터 ‘결혼 정말 잘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솔직히 결혼한 여자라면 누구나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하잖아요. 가끔 남편이 너무 미워서 친구나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 남편 흉 좀 보려고 하면 딱히 뭐가 불만인지 잘 모를 때도 많아요(웃음). 남편이 결혼 전 ‘나랑 결혼하면 행복하게 해줄게’가 아니라 ‘나랑 결혼하면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같이 살아보니까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후회하지 않는 게 결국 행복한 거더라고요(웃음).”
남편은 살가운 애정표현에 약하다고 한다. 특히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더욱 무뚝뚝하게 변하고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등의 기념일도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그는 결혼 전 남편이 건넨 프러포즈만 떠올리면 어느새 연애할 때 기분으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만난 지 100일 되던 날 프러포즈를 받았어요. 당시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남편이 직접 만든 영상편지를 보여줬는데 우리가 데이트하던 곳, 그동안 함께 찍었던 사진 등을 셀프카메라로 찍어서 직접 편집까지 했더라고요. 영상 마지막 부분에 남편이 직접 쓴 시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나중에 남편이 시를 직접 낭독해서 CD에 담아줬는데, 지금도 제 차 안에는 그 CD가 꽂혀 있답니다(웃음). 비 오는 날이나 남편이 아주 미울 때, 그 시를 들으면서 마음을 달래요(웃음). 가끔 아이들한테도 들려주는데 남편은 쑥스럽다며 절대 틀지 못하게 하죠.”
둘째 출산 후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탄탄한 몸매를 되찾은 김지선. 남편 김씨 또한 아내와 운동을 같이하면서 몸무게를 8kg이나 줄였다고 한다. 남편은 뱃살을 집중공략하며 유산소 운동을 주로 했고 김지선은 출산 후 늘어진 살을 탄력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단지 체중을 줄이는 것에 급급해하지 않고 균형 있는 몸매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그는 엉덩이, 허벅지, 팔뚝 등의 부분비만을 없애기 위해 스트레칭 위주로 운동을 했다고 한다.
평소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는 그와 남편은 안방 벽면 전체에 프로젝션을 설치해 집 안에 작은 영화관을 만들어놓았다. 주로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영화를 보는데, 아이들이 깰까봐 소리는 최대한 줄여놓고 자막을 보면서 영화를 감상한다고.
배우자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결혼생활을 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하는 김지선. 그는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평범한 삶의 진리를 이미 터득한 듯 보였다.

여성동아 2006년 11월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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