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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명사의 건강법

90대까지 장수한 이승만 전 대통령 부부의 며느리가 공개하는 ‘건강 상차림 & 생활습관’

기획·송화선 기자 / 글·임수영‘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도서출판 촛불 제공 || ■ 자료제공·‘이승만 대통령의 건강’(도서출판 촛불)

2006. 10. 23

이승만 전 대통령과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각각 90세, 92세까지 장수했다. 평생 독립운동과 수감생활, 전쟁 등을 겪은 이들 부부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씨가 들려줬다.

90대까지 장수한 이승만 전 대통령 부부의 며느리가 공개하는 ‘건강 상차림 & 생활습관’

이승만 전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집에서 직접 콩나물을 길러 요리에 이용했다. 며느리 조혜자씨와 함께한 만년의 프란체스카 여사.


1875년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난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5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잔병을 앓은 일조차 거의 없을 만큼 건강했다. 83세이던 1958년 북한산 문수사까지 걸어 올라가 직접 ‘문수사’라는 휘호를 썼을 정도. 1934년 이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 평생을 함께 살다 92년 9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프란체스카 여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박한 한식 상차림
이들 내외의 건강 비결은 프란체스카 여사가 직접 차린 밥상. 독립운동을 하면서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이 전 대통령은 평소 반찬 수가 세 가지를 넘지 못하게 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했지만 입맛은 철저히 한식이었던 그는 물김치·콩나물·두부·김·된장찌개·콩자반·생선구이 등을 즐겼다. 달걀은 프라이보다 찌개로 먹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주던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달걀찌개 맛을 평생 잊지 못했다. 남편의 식성에 맞추기 위해 프란체스카 여사는 결혼 뒤 한국 요리법을 배웠고, 김치까지 직접 담가 상을 차렸다. 특히 콩 요리를 좋아하는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집에서 콩나물을 기르고 두부도 직접 만들었다. 콩을 갈아 끓인 비지찌개도 자주 상에 올렸으며, 계절마다 제철 나물을 무쳐 식탁을 채웠다.
주전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줬던 것과 같은 메밀묵을 만들고, 종종 콩가루 넣은 주먹밥을 준비하기도 했다. 누룽지와 견과류도 이들 부부의 단골 간식거리.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 전 대통령 주머니 안에 늘 잣을 넣어두어 그가 언제고 먹을 수 있게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약과와 약식 등 한과류도 좋아했다.

약 대신 음식으로 치료
이 전 대통령은 약을 좋아하지 않았다. 6·25 전쟁 중 프란체스카 여사가 동상에 걸렸을 때도 약을 쓰는 대신 마늘껍질과 대를 삶은 물에 손·발을 담그도록 했을 정도. 자신도 웬만하면 약을 들지 않았고, 평생 인삼 등 보양식도 먹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프란체스카 여사는 식단 안에 보약을 대신할 수 있는 건강식품을 포함시키려고 애썼다. 대통령 취임 전 가정 살림이 어려웠을 때는 꽁보리밥에 짠지, 날된장만으로 식사를 할 때도 있었는데, 이때는 날달걀에 식초를 타서 먹는 것으로 영양을 보충했다.

율무차, 들깨차 등을 물처럼 마셔
프란체스카 여사는 건강차 끓이기에 일가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건강차를 맛본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그에게 차 만드는 법을 물어봤을 정도. 특히 이 전 대통령 부부가 즐겨 마신 건강차는 율무차와 들깨차였다. 이들 내외는 항암효과가 높은 율무, 들깨 등을 날 것으로 씹어 먹기도 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머리를 많이 쓰는 이 전 대통령을 위해 늘 밀눈을 살짝 볶은 밀눈차와 콩과 함께 볶아 구수한 맛을 더한 결명자차 등을 준비해두었고, 여름에는 시원한 오미자차, 겨울에는 따끈한 유자차 등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고깃국보다는 북어국, 쌀보다는 현미 즐겨
이 전 대통령은 고깃국보다 북어국을 더 좋아했다. 북어 머리를 듬뿍 넣고 파·고추를 썰어넣어 끓인 국물을 즐겨 먹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프란체스카 여사가 끓여주는 북어 떡국을 좋아했는데, 국물 맛이 좋았을 뿐 아니라 현미로 떡을 만들어 넣어 감칠맛이 났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현미와 백미를 섞어 밥을 짓고, 백설기를 만들 때도 현미를 썼다.
그는 이처럼 평범한 음식이라도 색다른 재료를 이용해 건강식으로 변신시키곤 했다. 외국 귀빈을 접대할 때면 프란체스카 여사는 주로 닭찜을 내놓았는데, 밤·잣·은행·표고·대추 등을 듬뿍 넣어 맛과 멋을 살렸다.



90대까지 장수한 이승만 전 대통령 부부의 며느리가 공개하는 ‘건강 상차림 & 생활습관’

이승만 전 대통령 부부의 각별한 부부 사랑은 이들이 장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건강한 치아 유지 비결은 김치
이 전 대통령은 김치 예찬론자였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하와이에서 요양하던 시절, 의사가 짠 김치를 많이 먹으면 혈압이 높아진다며 김치를 줄이도록 권하자 “나는 김치를 못 먹으면 오히려 혈압이 오른다”며 거부했다. 그는 80세가 넘은 후에도 딱딱한 누룽지를 즐겼을 정도로 치아가 건강했는데, 그 비결로 어린 시절 어머니가 담근 동치미와 김치를 먹고 자란 것을 꼽았다. 이 전 대통령은 ‘소금에 절인 김치를 먹는 한국인의 치아는 세계에서 가장 튼튼하고 충치도 없다’고 믿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1934년 미국 뉴욕에서 이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 나중에는 망명 독립운동가와 유학생들에게 김치를 나누어줄 만큼 실력을 쌓았다. 김치는 늘 이 부부의 식탁에서 가장 중요한 메뉴로 대접받았다.

규칙적인 식사 습관
59세 때 프란체스카 여사와 결혼한 이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내며 독립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규칙적인 식사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다. 때로는 사과 한 개로 하루를 버티기도 했고, 기회가 있을 때는 폭식도 했다. 그래서 프란체스카 여사가 결혼 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남편이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도록 하는 것.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이 외부 일정이 있을 때도 도시락을 싸는 등 음식을 준비해 식사시간을 엄수하도록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냉수 한 잔
오스트리아 부유한 사업가 집안의 막내딸이던 프란체스카 여사는 가난한 독립운동가 이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 갑자기 달라진 환경으로 인해 한동안 신경성 위장병을 앓았다. 이때 이 전 대통령이 권한 것이 새벽 냉수 마시기. 이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공복에 냉수를 마셨고, 산책이나 운동 후에도 음료수 대신 물을 마셨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이 전 대통령은 약을 먹는 대신 맹물을 계속 끓여 마시며 병을 이겨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남편을 따라 냉수 마시기를 생활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위장병을 치료했다.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이 특효약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건강하게 90세까지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모유를 먹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또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직접 해준 음식을 먹고 큰 덕분에 독립운동 과정에서 갖은 고초를 겪고 혹독한 고문을 당했는데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믿었다. 결혼 후에는 프란체스카 여사의 사랑과 도움이 그의 힘이 됐다. 이들 부부는 새벽마다 함께 기도했고, 성경도 같이 읽었다. 이 전 대통령이 붓글씨를 쓸 때면 언제나 프란체스카 여사가 먹을 갈아줬을 정도로 공무시간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해야 건강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겨울이면 늘 이 전 대통령 구두를 따뜻하게 데워 내놓았을 정도로 그를 아끼고 사랑했다.

술·담배 하지 않고 자연을 가까이해
이 전 대통령은 늘 “사람은 흙을 밟으며 흙냄새를 맡아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말했다. 또 “욕심내고 화내고 남을 미워하는 것이 건강에 제일 해롭고,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며 남을 먼저 생각하면 늙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장작을 패는 것으로 마음을 풀었고, 틈나는 대로 산책을 하거나 맨손체조를 하며 건강을 지켰다. 평생 나무와 꽃을 사랑하고 가꿔서 말년에는 수목 전문가를 능가할 정도였다. 이 외에도 이 전 대통령은 늘 숙면을 취했으며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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