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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천적 사이인 동물을 조화롭게 그린 ‘고양이와 새’

2006. 10. 12

천적 사이인 동물을 조화롭게 그린 ‘고양이와 새’

파울 클레, 고양이와 새, 1928, 캔버스에 유채와 잉크, 38.1×53.2cm, 뉴욕 현대미술관


커다란 얼굴의 고양이가 화면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눈 사이, 이마 쪽에 작은 새가 그려져 있네요. 실제 새가 고양이의 이마에 저렇게 앉아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 고양이의 눈빛으로 보아 이 새는 고양이의 사냥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고양이의 머릿속에 있는 새인 것이지요.
어쩌면 진짜 새는 지금 고양이의 수십 미터 앞에서 모이를 쪼아 먹고 있는지 모릅니다. 고양이는 그 새를 잡기 위해 모든 신경을 다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혹은 이런 새 한 마리 잡아먹어 봤으면 하고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먹이에 대한 고양이의 열망이 무척이나 크다보니 그림에서 고양이와 새는 서로 하나가 돼버렸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고양이와 새’, 그린 화가는 파울 클레입니다. 천적 사이인 동물들을 그린 그림은 대부분 쫓고 쫓기는 모습을 하고 있지요. 이 그림처럼 천적이 조화롭게 만나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그만큼 클레는 남다른 상상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클레는 어릴 때부터 특이한 환상 속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네 살 때 종이에 악마를 그렸다가 그 악마가 살아나오는 듯한 느낌에 어머니 곁으로 뺑소니를 쳤다지요. 또 친척 아저씨가 운영하는 카페의 대리석 테이블을 보다가 그 무늬가 아롱아롱 피어나며 움직이는 느낌을 받아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위대한 상상력을 지닌 화가가 되리라는 사실을 그때의 일화가 이미 예언해주고 있었던 거지요.

한 가지 더∼ 클레의 그림들은 1937년 퇴폐미술전에 내걸렸습니다. 퇴폐미술전이란 독일의 나치 정권이 몇몇 미술가들이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그들을 욕보이기 위해 만든 전시입니다. 진짜 사람들에게 해를 끼쳐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유로운 심성을 가진 예술가들이어서 오히려 그렇게 혼이 났지요.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이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을 두려워합니다.
파울 클레(1879~1940)
스위스 태생인 클레는 어렸을 적 음악교사인 아버지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워 베른 관현악단에서 활동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지요. 하지만 청년 시절 칸딘스키, 마르크 같은 화가 친구들을 사귀면서 그림에 정열적으로 매달립니다. 화가로서 클레는 무엇보다 선을 잘 사용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일러스트레이션과 풍자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선으로 그리는 일에 매우 능숙했습니다. 1914년 튀니지 여행을 가서는 색이 지닌 묘미에도 깊이 사로잡힙니다. 이후 클레는 형태를 단순화한 아이 같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글자와 숫자를 그림에 집어넣기도 하고, 추상적인 형태도 즐겨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 20세기의 대표적인 천재 화가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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