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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대화법’

교육심리전문가 최성애 박사가 조언하는~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6.10.12 13:30:00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여러 갈등이 생긴다. 교육심리전문가 최성애 박사를 만나 자녀와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대화법’

“너왜 엄마 아빠 말 안 들어?”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고 고집을 부릴 때 이렇게 윽박지른다. 하지만 과연 이런 꾸중을 통해 아이가 부모의 진심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인간발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심리학협회에서 가족치료사 자격을 받은 교육심리전문가 최성애 박사(50)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이유가 있어요. 그걸 부모가 몰라줄 때 아이는 과격하게 화를 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되죠. 아이가 울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왜 우느냐고 다그치는 게 아니라, 먼저 그 아이가 슬픈 상태라는 걸 알아주는 겁니다. 그렇게 감정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면 아이와 부모는 진심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죠.”
최 박사는 “아이가 기쁨, 슬픔, 놀라움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때 여기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며 “아이의 행동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바람직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감정이 존중받았다고 느끼며 자란 아이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돼 대인관계에서 성공하게 된다고.
자녀의 감정을 존중하며 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 박사가 제안한 것은 워싱턴대학 심리학과 석좌교수인 존 가트맨 박사의 감정코치법. 가트맨 박사는 부모의 유형을 축소전환형, 억압형, 방임형과 감정코치형 등 네 가지로 나눴다.
기르던 금붕어가 죽어서 우는 아이에게 “뭘 그까짓 것 갖고 울고 그래? 피자 사줄게. 그만 울어”라고 말하는 부모는 축소전환형. “누가 보면 큰일이라도 난 줄 알겠네. 엄마 아빠가 죽기라도 했냐? 어서 뚝 그쳐”라고 말하는 부모는 억압형. “그래, 슬프겠구나. 슬프면 실컷 울어야지. 울면 마음이 풀릴 거야”라고 말하는 부모는 방임형이라고 한다.
감정코치형 부모는 자신의 해법을 제시하는 대신 먼저 아이의 슬픔을 이해하고, 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준다고. 아이는 금붕어가 죽은 것에 대해 부모도 같이 슬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에게 친밀감을 느껴 결국엔 부모가 제시하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을 배우려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상대방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느끼지 않으면 결코 행동을 바꾸지 않아요. 부모가 아이에게 ‘내가 너를 아끼고 배려한다’는 느낌을 전달하지 않으면 모든 이야기를 지겨운 훈계나 처벌, 간섭으로 느낀다는 거죠. 아이들이 바른 행동습관을 갖게 하려면 먼저 ‘나는 너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와 진심으로 대화하는 첫걸음은 “내가 너를 이해한다”고 말해주는 것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아이가 이를 잘 표현하도록 도와준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끌어주는 것.
“아이가 심술을 부리고 투정이 심할 때면 먼저 아이로 하여금 충분히 상한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세요. 그 다음에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묻는 거죠. 마지막으로 할 일은, 그것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다시 한 번 묻는 겁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어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한 해결책을 스스로 내놓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지 못할 만큼 어릴 때는 부모가 몇 개의 대안을 보기로 제시한 뒤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대화법’

자녀와 진심으로 대화하려면 먼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최성애 박사.


만약 아이가 한밤중에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며 마트에 가자고 조른다면 먼저 “지금 당장 그게 꼭 갖고 싶으니 참 안타깝구나”라고 말해 부모가 아이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뒤 “지금은 늦어서 갈 수 없다”는 대답을 아이가 스스로 찾아내도록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너는 계속 가자고 하는데 가게문은 벌써 닫혔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주의해야 하는 것은 아이의 행동을 바르게 고쳐주겠다면서 ‘협박’이나 ‘뇌물’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 ‘말 안 들으면 경찰을 불러온다’거나 ‘내다 버린다’ 혹은 ‘아빠한테 이른다’ 같이 협박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점점 더 큰 협박이 필요해져서 좋지 않다고 한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면 그 대가로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주는 ‘뇌물’ 방법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협박’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사탕 한 두 개로 끝나지만 차츰 자전거, 게임기, 컴퓨터 등 ‘뇌물’의 급을 높여야하기 때문이다. 말을 잘 들으면 놀이공원에 데려간다는 식의 약속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약속하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믿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 이상을 바라는데 한 번이라도 그 기대가 어긋나면 부모에 대한 신뢰감마저 손상되기 때문이라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반복할 때 꾸중하는 방법도 주의가 필요하다. 부모가 단호히 제한선을 긋는 것은 옳지만, 그럴 때도 아이의 인격에 대한 비난은 삼가야 한다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할 때 ‘넌 왜 이렇게 욕심이 많냐’거나 ‘칠칠치 못하다’, ‘왜 이리 멍청하냐’ 같은 발언을 쉽게 해요. 하지만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난 원래 이것밖에 안되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계속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게 되죠.”
최 박사는 “앞으로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인관계를 유능하게 이끌어가고,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어린 시절부터 아이의 감정 조절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성동아 2006년 10월 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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