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싸한 맛이 일품인 청양고추와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으로 유명한 청양. 충남 중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예부터 물 맑고 볕이 잘 드는 무공해 청정 지역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산골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깨끗한 자연에서 자라는 누에를 보고 산양의 젖을 짜며 식물원에서 딴 꽃잎과 나무를 이용해 공예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
실이 술술~ 신기한 누에체험
청양군 목면 본의리에 자리한 계봉농장은 누에고치와 누에 동충하초를 생산하는 누에농장이다. 누에치기는 봄과 가을에 할 수 있는데 봄누에는 어디서나 기를 수 있지만 가을누에는 수확기에 뿌리는 농약 때문에 뽕잎이 오염돼 청정지역이 아니면 기르기 힘들다. 계봉농원 주변에는 농사짓는 곳이 없고 환경이 깨끗해 가을누에를 볼 수 있을뿐더러 체험도 가능하다.
농장 입구에 들어서면 누에들이 자라고 있는 너른 그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알에서 막 깨어난 개미누에(검거나 붉은색을 띠며 모양이 개미와 비슷하다)부터 고치를 짓기 전인 큰 누에까지 다양한 크기의 누에를 만날 수 있다. 체험은 누에를 살펴보며 농장주인에게 누에의 일생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에가 알에서 깨어나 개미누에가 되기까지는 12일, 네 번 잠을 자고 깨어나길 반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25일(누에는 한 번 잠을 자고 깨어날 때마다 탈피과정을 거쳐 더 큰 몸 껍질을 갖는다), 누에가 몸속의 명주실 샘에 고여 있던 실을 입으로 뿜어 고치를 짓는 데 걸리는 기간은 2~3일, 고치를 짓고 번데기가 된 누에가 나방으로 부화하는 데는 8일이 소요된다. 나방으로 부화한 뒤에는 48시간 이내에 교미를 하는데 암컷은 알을 낳자마자 바로 죽고 수컷 역시 2~3일 정도 다른 암컷을 찾아 교미를 하고 나서 죽는다고. 이렇게 알에서 깨어나 탈피과정을 거쳐 나방이 된 누에의 일생은 총 50여 일이다.
누에의 일생에 대한 공부가 끝나면 뒷산으로 올라가 누에 먹이인 뽕잎을 딸 차례. 뽕잎을 따면서도 농장주인의 설명은 계속된다.
“개미누에에게는 뽕잎을 그대로 주지 않고 먹기 좋게 잘게 썰어서 줘요. 누에는 잎 중간에 놓아도 잎을 중간에서 먹지 않고 가장자리부터 줄기로 올라가며 먹거든요. 이 때문에 누에가 먹이를 많이 먹고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뽕잎을 잘게 썰어서 주는 겁니다.”
농장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뽕잎을 한 아름 딴 뒤에는 누에에게 직접 뽕잎을 주며 누에가 먹는 모습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1 고치에 붙은 검은색 점 모양이 누에고치알이다.
2 뽕잎을 먹는 누에의 모습. 누에는 잎 중간에 놓아도 중간에서 먹지 않고 가장자리부터 줄기로 올라가며 잎을 먹는다.
3 하얀 누에 고치를 끓는물 속에 넣고 20분 정도 끓인 뒤 고치 끝에서 실을 푸는 누에고치 실 풀기 체험. 7개의 고치를 풀어 하나로 모은 뒤 얼레에 감으면 된다.
마지막 체험은 누에체험의 하이라이트인 누에고치 실 풀기. 하얀 고치를 끓는물에 넣고 20분 정도 끓인 뒤 고치 끝에서 실을 풀면 된다. 7개의 고치를 풀어 하나로 모은 뒤 얼레(실이나 줄을 감는 데 쓰는 기구)에 감으면 끝! 누에고치는 실이 무척 가늘기 때문에 7개의 고치가 모여야 실 한 가닥이 된다. 누에고치 하나에서 풀어지는 실의 길이는 무려 1000~1500m. 신기한 누에체험이 끝나면 농장에서 네 번 잠자고 깨어난 5령 누에 다섯 마리를 선물로 받는데 집에 돌아간 뒤 종이상자에 넣고 뽕잎을 주면 일주일 후에 고치를 짓는다고 한다.
계봉농원의 누에체험료는 1인당 2천원이며 누에체험 외에 다식 만들기 체험(1인당 3천원)도 할 수 있다. 체험 가능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4시이며 체험에 2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2시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 사전예약 필수. 문의 041-943-5795
산양 젖 짜기 체험과 산양유 맛보기
청양군 남양면 용두리에 자리한 산양농장은 산양의 일종인 자넨을 구경하며 젖짜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주인인 자넨은 스위스 자넨 계곡이 원산지로, 곱고 가는 흰털이 특징이다. 자넨의 젖은 젖소의 젖보다 빛깔이 희고 소화가 잘돼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자넨은 가파른 절벽을 올라가는 것을 좋아해 자넨의 우리 한쪽은 산비탈과 이어져 있다. 우리와 연결된 산비탈 위쪽으로 올라가면 희고 검은 목도리를 두른 일명 ‘마이클 잭슨 비둘기’와 꼬리를 펴는 공작비둘기의 집도 볼 수 있다.
우리를 따라 자넨을 둘러본 뒤에는 본격적으로 자넨의 젖을 짜볼 수 있다. 젖짜기 체험을 위해서는 우선 젖이 잘 불은 2년생 이상 자넨을 우리 밖으로 몰아야 한다. 농장주인이 우리 입구에 서서 “얘들아~” 하고 부르자 신기하게 자넨들이 줄을 지어 선다. 그중 젖이 잘 불은 어미 자넨을 골라 우리 밖으로 나오게 하면 젖짜기가 시작된다.
“보통 하루에 7마리에서 5000cc 정도의 우유를 짜요. 젖을 잘 짜려면 엄지와 검지를 동글게 만들어 젖을 감싼 뒤 나머지 세 손가락을 순서대로 누르면서 잡아당기면 됩니다. 일단 젖을 짜기 시작하면 젖통이 완전히 빌 때까지 짜줘야 합니다. 또 젖을 짜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맞춰 짜야 하고요.”
처음에는 어떻게 젖을 만져야 하나 고민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설명을 들으며 우유 짜기에 여념이 없다. 커다란 우유병 하나를 가득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 자넨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짠 젖으로 우유병을 채운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1 푸른 자연과 어우러진 산양농장 전경. 곱고 가는 흰털을 지닌 자넨을 구경할 수 있다.
2 3 농장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자넨의 젖을 짜보는 아이들.
4 자넨 젖을 짠 뒤에는 그 자리에서 신선한 산양유를 맛볼 수 있다.
자넨 젖을 짠 뒤에는 그 자리에서 신선한 산양유를 맛볼 수 있다. 바로 짠 우유는 그냥 먹어도 건강에 아무런 해가 없고 고소한 맛이 오히려 일품이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60℃에서 5분 정도 끓여 먹어야 한다고.
자넨 젖 짜기와 산양유 맛보기 체험은 연중 아무 때나 가능하다. 주로 오후에 젖을 짜므로 이맘때 찾아가는 것이 좋으며 예약은 필수! 비용은 1인당 3천원. 문의 010-4456-5111
희귀식물 구경과 나무 곤충 만들기 체험
청양군 청양읍 군량리에 자리하고 있는 고운식물원은 13년의 시간을 들여 조성된 곳으로 11만 평 부지에 6천여 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다른 식물원에서는 보기 힘든 미선나무·가시연꽃 등의 희귀식물과 멸종위기 식물도 구경할 수 있다.
식물원에 들어서면 다른 식물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중간중간 조성돼 있는 식물 군락지를 제외하고는 산비탈을 따라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살려 식물원을 꾸민 것. 산을 고스란히 식물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계절의 변화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입구에서 100m 정도 올라가면 ‘여름 탐방로’와 ‘가을 탐방로’라고 불리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빼곡한 나무숲 사이에 조성된 여름 탐방로를 걷다보면 시원한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을 탐방로로 들어서서 길을 따라 계속 오르면 가을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명당 전망대가 나오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식물원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붉게 물든 가을 산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산바람을 맞으며 땀도 식힐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뒤 ‘관찰로’로 이동해 왼쪽 길로 접어들면 식물원의 체험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나무 곤충 만들기와 꽃누르미 자석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나무 곤충 만들기는 단풍나무와 때죽나무를 이용해 매미, 잠자리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곤충 모양을 만드는 체험으로, 나무조각을 접착제 총으로 잇기만 하면 되므로 만들기 간편하다. 많은 나무 중 단풍나무와 때죽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지가 많아 모양을 잡기 쉽고 잘린 단면이 매끄러워 곤충을 표현하는 데 제격이기 때문이라고. 나무조각을 이리저리 옮겨 붙이고 원하는 모양을 만들면서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체험료 2천원.
1 산비탈을 따라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살려 꾸민 고운식물원.
2 6천여 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생태 공부를 톡톡히 할 수 있다.
3 가을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명당 전망대.
4 5 6 나무 조각을 접착제 총으로 연결해 완성하는 나무 곤충 만들기 체험.
7 8 9 자석판 위에 말린 꽃잎을 얹고 투명한 테이프를 붙여서 만드는 꽃누르미 자석. 어린아이도 손쉽게 할 수 있다.
꽃누르미 자석은 네모난 자석판 위에 말린 꽃잎을 얹고 투명한 테이프를 붙인 뒤 투명 테이프의 가장자리를 칼로 잘라내면 완성! 칼을 사용하는 마지막 과정만 어른이 도와주면 되므로 3~4세 어린아이도 쉽게 할 수 있다. 체험에 사용되는 꽃은 모두 식물원에서 자라는 꽃이다. 체험료 1천원.
나무 곤충 만들기와 꽃누르미 자석 만들기 체험은 각각 20분 정도 소요되며 주말 오후 1~5시에 이뤄진다. 주중에 체험을 원하면 꼭 예약해야 한다.
식물원 개방시간은 3~9월 오전 9시~오후 6시, 10~12월 오전 9시~오후 5시이며 식물원 전체를 둘러보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어린아이를 동반할 경우에는 4시간 정도로 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입장료는 어른 8천원, 어린이 4천원이며 3·11·12월에는 입장료를 50% 할인해준다. 문의 041-943-6245 www.kohwun.or.kr
※ 가족여행 전문가 한은희씨는요… 가족 단위로 찾아가면 좋은 체험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여행 전문가. 이달 찾은 청양은 관광도시처럼 부대시설이 잘 갖춰지지는 않았으나 시골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큰 길을 중심으로 작은 길들이 뻗어있어 길 찾기도 쉬운 편이라고. 취재를 간 날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를 목격하는 바람에, 여행 갈 때는 차량 점검과 안전 운전, 가야 할 길 숙지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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