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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필하모닉과 함께 내한공연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글·구가인 기자 / 사진·EMI 제공

입력 2006.09.13 13:54:00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가 한국을 찾는다. 9월21일과 22일 이틀간 빈 필하모닉과 협연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집에 머무르고 있는 장영주로부터 내한을 앞둔 소감과 무대에 서지 않을 때의 일상에 관해 들었다.
빈 필하모닉과 함께 내한공연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세계적인…’ ‘신동’ ‘천재’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인물과의 인터뷰는 설레면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나 그가 예술가일 때는 더 그렇다. 혹시 예민하진 않을지….
“하하하, 아니에요. 남들하고 똑같아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장영주(25·영문명 사라 장)의 목소리는 밝고 명랑했다.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빠른 말투에 다소 높은 톤의 웃음소리가 듣는 이까지 유쾌하게 하고, 처음 통화하는 기자에게 금세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더없이 살가웠다.
“그냥, 생활하는 것은 평범해요. 엄마 아빠한테 똑같이 혼나면서 자랐고요(웃음).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연주하고 음반작업하느라 학교를 빠지고 메일과 팩스로 수업진도를 따라가야 할 때가 많았다는 것 정도예요.”
잘 알려졌다시피 장영주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젊은 거장’ 중 하나다. 타고난 천재성으로 8세 때 이미 세계적인 뉴욕 필과 데뷔 공연을 가졌고 14세가 되기 전에 베를린 필, 빈 필, 뉴욕 필 등 세계 3대 오케스트라와 모두 협연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혹시 어린 시절부터 숱하게 서야 했던 무대가 힘들었던 적은 없는지, 슬럼프에 빠진 시기는 없었는지 묻자 역시 특유의 가볍고 경쾌한 웃음소리로 응대한다.
“슬럼프요? Not really… 딱히 없어요. 공연을 계속해야 하는데 슬럼프에 빠지면 안 돼죠(웃음). 아주 어릴 때는 사실 별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좀 더 자라 열네댓 살이 된 뒤에는 오히려 내가 이걸(바이올린) 하게 된 게 얼마나 행운이고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됐죠.”
그러면서 요즘은 특히나 즐겁다는 말도 덧붙인다.
“음악을 십 몇 년 했지만, 이제야 제 삶, 제 스케줄을 온전히 컨트롤할 수 있게 됐어요. 요즘처럼 좋아하는 음악인들과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연주를 한 적도 없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매니저들의 도움 없이도 내가 모든 걸 통제하고 균형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거든요. 물론 배울 게 많죠.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서 거의 매일 하나씩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구나’ 깨닫고 있고요. 그래도 제가 제 삶을 균형 있게 잘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아 참 행복해요.”
누군가의 표현처럼 ‘세계에서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하나인 장영주는 보통 한 달에 3,4 개국 이상을 방문, 연주회를 갖는다. 사나흘에 한번씩 지역을 바꿔가며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셈. 9월21·22일 한국 공연이 끝나면 바로 25일 독일에서 연주를 할 정도로 공연은 줄줄이 이어있다. 하지만 “큰 무대일수록 떨리기보다는 힘이 나고, 무대에 오르는 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라고 말하는 그는 천재적 재능 못지않게 음악과 무대에 대한 멈추지 않은 열정을 가진 듯하다. “학생 때와 달리 공연 일정이 빡빡한 탓에 비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느라 연습시간조차 부족하다”며 바쁜 스케줄에 대해 아쉬워하다가도 금세 “근데 여행하는 것은 재밌어요. 괜찮아요.” 하고 웃음과 함께 마무리 짓는다.
“시간이 빌 때요? 자요. 무조건 자요(웃음). 하지만 투어 중인 도시에 친구가 있다면 함께 쇼핑을 가기도 하죠. 살사댄스를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친구들과 함께 살사펍에 가요.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주로 비행기에서 영화를 보다보니 조금 늦게 보죠(웃음).”

빈 필하모닉과 함께 내한공연 갖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2003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빈 필하모닉과 협연 당시 모습.


장영주에겐 세계 곳곳에 공연을 다니면서 알게 된 친구가 많다. 바쁜 일정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신, 주로 전화와 메신저를 이용해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는 어머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거나 공연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을 때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고 한다.

“이제는 ‘천재’라는 말보다 ‘좋은 음악인’이라는 평가 듣고 싶어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엄마께 전화해서 막 쏟아놓죠(웃음). 엄마가 제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요즘 들어 더 느껴요. 옛날엔 (엄마와) 함께 다녔는데 요즘엔 그럴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요. 어린 시절에 엄마가 엄격한 분이셨다면 요즘은 친구 같아요.”
계속 이어지는 여행을 혼자 떠나는 건 외롭지 않을까. 혹시 남자친구는 없냐고 물으니 “친구는 많은데 남자친구가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결혼은?
“결혼에 대한 질문은 한국이나 중국처럼 아시아에서만 들어요(웃음). 아직 딱히 생각은 없어요. 이상형이요? 다 좋아요(웃음). 어떤 조건을 정해놓은 게 없어요. 음악을 하는 친구라면 이쪽 일에 대해 잘 알 테니까 좋고,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은 항상 음악 얘기만 듣지 않아서 좋아요(웃음). 제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해주기만 하면 좋겠어요.”
장영주는 9월21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22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한국 공연을 한두 번씩 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비록 한국에 살았던 적은 없지만 친척들이 모두 한국에 계시니까요. 그리고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모두 아시아 투어를 할 땐 한국에 들르는데 그만큼 한국 관객들의 음악 수준이 높다는 얘기죠. 빈 필과는 2003년에도 상암 경기장에서 함께 공연한 적이 있어요. 빈 필은 모든 연주자들이 남자거든요. 드레스 룸이 없어서 운동선수들의 라커룸으로 대신했는데, 저만 여자니까 저기~ 멀리 떨어진 꼭대기 공간을 드레스 룸으로 주시더라고요. 걸어서 10분 넘게 걸리는 곳에 가서 롱 드레스를 입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웃음). 빈 필은 굉장히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예요. 베를린 필이나 런던 필 못지않은 좋은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을 거에요.”
장영주는 많은 인터뷰를 통해 ‘천재’라는 호칭 대신 ‘좋은 음악인’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가 말하는 좋은 음악인은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 걸까.
“모든 연주자들이 제 연주에 대해 다 동의할 수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제 연주를 듣고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나온 연주, 음악적으로 굉장히 정직한 연주였다는 평가를 받으면 좋겠어요. 천재소녀 이런 거 말고요(웃음).”

일시 9월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9월22일 오후 8시 상암 월드컵경기장 입장료 예술의전당-R석 40만원, S석 30만원, A석 20만원, B석 10만원, C석 5만원, 상암 월드컵경기장-VIP석 20만원, R석 15만원, S석 10만원, A석 7만원, B석 5만원, C석 3만원, D석 2만원 문의 02-368-1515

여성동아 2006년 9월 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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