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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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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콘서트-사랑의 카운슬러’로 인기 몰이하는 개그우먼 강유미

글·구가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Smile

2006. 08. 24

KBS ‘개그 콘서트’ ‘사랑의 카운슬러’와 ‘봉숭아 학당’에서 일상 속의 진부함을 꼬집어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우먼 강유미를 만났다.

‘개그 콘서트-사랑의 카운슬러’로 인기 몰이하는 개그우먼 강유미

우리는 자주 판에 박힌 말과 행동을 접하게 된다. 심각한 표정으로 “현장의 ***만이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방송기자나 눈물 흘리며 “팬 여러분 사랑해요”를 외치는 가요대상 수상자,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고 답하는 대학 수석합격자와 “늙으면 죽어야지”하고 내쉬는 노인의 한숨까지. 그런데 이러한 진부함을 꼬집으며 웃음으로 승화시킨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개그우먼 강유미(23)다.

“띵동~ 여보 나 왔어.”
“(전화안내원 톤으로) 감.사.합니다.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 천.이백.오.호(1205호)입니다. 정성을 다해 환영하겠습니다~ 주부 강유미입니다. 누구십니까.”
“누구긴 누구야. 당신 남편이지.”
“네네~ 남.편. 말씀이십니까. 남편 확인하기 위해 주민번호 뒷자리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사랑의 카운슬러 - 전화안내원과 결혼한 남자’ 중)

KBS ‘개그 콘서트’ ‘사랑의 카운슬러’ ‘봉숭아 학당’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개그우먼 강유미. 화면 밖에서 만난 그는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스물세 살 아가씨다. 그렇다면 ‘사랑의 카운슬러’에서 보여줬던 연애패턴에 대한 범상치 않은 통찰력은 어디서 얻은 걸까. 혹시 그는 연애박사?
“아뇨. 아직 남자를 사귀어본 적 없어요. 대신 책을 봐서 이론은 많이 알아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뭐 이런 거요(웃음).”

‘개그 콘서트-사랑의 카운슬러’로 인기 몰이하는 개그우먼 강유미

강유미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줄 수 있는 배우를 꿈꾼다.


연애경험이 없는 대신 간접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주로 얻는다고 한다. 호흡이 잘 맞아 “사귀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파트너 유세윤의 경험담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세윤 오빠가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가 있거든요. 아이디어를 짜는 데 그 커플이 은근히 참고가 되죠(웃음). 코너를 함게 하는 파트너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봉숭아 학당’에서는 옥동자 정종철 선배의 결혼생활이 주로 소재가 되고요.”
“세상에 깔리고 깔린 남자 중 왜 내 남자는 없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그는 얼마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현빈이 이상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냥 가볍게 한 얘긴데 인터넷에 기사까지 뜨더라고요. 인터넷 게시판에는 ‘네가 현빈이랑 사귀면 너는 더 이상 옥동자를 비난하지 못한다’ 이런 얘기도 올라오고요(웃음). 사실 현빈씨같이 잘생긴 사람을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외적인 면보다는 내적으로 겸손하되 자신감 있고, 반듯하되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 좋아요. 제가 눈이 좀 높긴 하죠(웃음).”
카리스마가 넘치는 무대 위에서와는 달리, 평상시에는 조용한 편이라는 강유미. 사람들의 웃음코드를 찾아내는 시선이 남다르다 싶었는데,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AFN에 나오는 만화나 코미디를 좋아해 자주 보고 메모하면서 웃음코드를 연구해왔다고 한다. 그에 더해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역할극 놀이를 즐겨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노는 게 유별나긴 했어요. 항상 스토리를 만들며 놀았는데, 제가 주인공을 맡고 같이 노는 친구들에게 배역과 상황을 설정해 주죠. ‘너는 나한테 원한을 가진 거야. 그리고 나는 너희가 갖고 있는 정보를 뺏기 위해 쫓아가는 거야’ 뭐 이런 식으로(웃음). 엄마 화장품으로 분장하고 카메라도 없으면서 손가락으로 카메라 만들어서 찍는 척하고. 음향도 있어야 하니까 친구 한 명에겐 동요까지 부르게 했어요. 그런 게 재미있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연극반 활동을 했던 거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창의적인 일을 좋아했다는 강유미에게 코미디 무대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백화점 계산대 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백화점에서 일했던 중 기억에 남는 건 직원 장기자랑뿐”이라고 말할 만큼 답답하고 힘든 시절이었다.
“백화점에서 일년간 일했는데 더 이상 머물면 안 될 것 같아 고향인 경기도 광주를 떠나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신길동 고시원에 머물면서 아마추어 개그맨 생활을 시작했어요. 실패를 하더라도 어릴 때 해야 빨리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가 생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네 식구 살림살이가 빠듯한 상황에서 그는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가난한 집안 형편, 고시원 생활 끝에 인기 개그맨으로 거듭남… ‘꽤 드라마틱하다’고 말하자, 그는 “민망하다”며 손을 내저었다.
“가난한 집안, 편찮으신 아버지, 지난한 인생사… 그런 이야기 참 싫어요. 저희 집이 넉넉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저희보다 어려운 분들이 얼마나 많아요. 제가 대단히 성공한 것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가 나온 기사 보면 민망하고 부끄러워요.”
그런데 꿈을 이루겠다며 일상을 박차고 나갈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주문을 외우듯 ‘난 특별하다’고 자기암시를 걸었던 거 같아요. 사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인 것도 같고, 아들 못지않은 딸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딸만 둘인 집의 맏딸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연극에서 남자 역할을 전담했던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고.

‘열 아들 못지않은 딸’이 되고 싶은 바람이 성장의 원동력, 코미디 연기 외에 다양한 활동 하고 싶어
터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많이 했지만 여성스러운 것 역시 좋아한다는 강유미는 최근 들어 더욱 여성스러워졌다. 전반적인 식사량을 줄이고 아침저녁을 생식으로 대신하면서 5kg 정도 살이 빠졌고, 헐렁한 옷 대신 몸에 꼭 맞는 옷을 입다보니 주변으로부터 “예뻐졌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개그우먼은 예쁘면 안 된다는 분도 계시지만 예뻐졌다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 좋아요. 앞으로 여성스러운 연기도 하고 싶고요. 물론 여성스러운 것만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인터뷰 내내 모든 질문에 꼭꼭 씹어 대답하는 강유미. 그는 연기도, 일상생활도 모두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임하는 사람인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물었다.
“우선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연기뿐 아니라 많은 걸 해보고 싶어요.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고,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도 싶고요. 이제는 백 살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때까지 많은 일을 해보고, 여러 가지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요.”
스물세 살, 강유미가 앞으로 보여주게 될 ‘진부하지 않은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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