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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솔직한 그녀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 연기자·MC로 재기한 이승연

기획·김명희 기자 / 글·이경란 ‘중앙일보 JES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6.08.24 14:29:00

이승연에게 2006년은 잊지 못할 해가 될 것 같다. 위안부 사진 촬영 파문으로 2년간 브라운관을 떠났던 그가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 출연한 데 이어 케이블TV 진행자로 컴백, 인생의 새로운 봄날을 맞고 있기 때문. 시련을 겪으며 한층 성숙해진 이승연이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내 청춘은 아비규환, 나이 들고 세상 이치를 알게 된 지금이 오히려 더 행복해요”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 연기자·MC로 재기한 이승연

# 에피소드 1
이승연은 지난해 서울 동대문상가에 옷가게를 열었다. 그가 장사를 한다고 하자 주변 상인들은 마땅치 않아했다. 어느 날 화장실 안에 있는데 밖에서 상인들의 얘기 소리가 들렸다. “연예인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저러다 얼굴만 내밀고 말겠지….” 이승연은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 “아니에요. 저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라고 당당히 말했다. 이후 그는 정말 열심히 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해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가게를 친구에게 맡기기 전까지 7개월간 꼬박 가게를 지켰다.

# 에피소드 2
누드 파문 이후 첫 출연작인 ‘사랑과 야망’ 시사회에서 이승연은 “최진실을 보며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 최진실이 ‘장밋빛 인생’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나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확신이 없었다. 드라마가 처음 방영되던 날, 손꼽아 기다리던 방송을 끝내 제대로 보지 못했다.‘나 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지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에 방송이 끝나고도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SBS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으로 컴백한 데 이어 최근 케이블TV 온스타일에서 패션 정보 프로그램 ‘스타일 매거진’ MC를 맡으며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딛고 있는 이승연(38)을 만났다. 2004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사진 촬영 파문 이후 2년여 만이다. 묻지도 않았건만, 그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 연기자·MC로 재기한 이승연

‘사랑과 야망’으로 드라마에 컴백 한데 이어 패션 전문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 등 조심스럽게 한발씩 내딛고 있는 이승연.


“그동안 억울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과거에 제게 많은 사랑을 주셨으니 설사 억울한 일이 있었다 해도 그걸로 상쇄가 됐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많이 잘못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요.”
이승연은 ‘우리 아들’이라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강아지 ‘마호’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소문난 애견가. 어렸을 땐 집에서 개를 30여 마리나 키웠다고 한다. 지금은 서울 옥수동의 한 아파트에서 마호와 둘이서 살고 있다고. “외롭지 않냐”고 물었더니 “편안하고 안정감 있어 좋다”고 한다. 주변에 늘 사람들이 북적여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는 것.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영화를 보며 수다를 떨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몰라요. 샤브샤브도 해먹고, 고기도 구워 먹고…. 제가 요리를 제법 잘하거든요.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기절할 정도로 맛있다’고들 해요. 하하.”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성깔 있겠다’고 하지만 지인들은 ‘헛똑똑이’라고 해요”
호탕하게 웃는 이승연. 연예계에서 그는‘여자 최민수’로 통한다. 여기서 ‘최민수’란 의리를 중시하고 카리스마 있고 자기 세계가 강한 인물형의 상징.
“저도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음… 잘 모르겠네요. 칭찬인가요? 그런데 진짜 ‘여자 최민수’는 이미연씨 아닌가요(웃음). 사실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성깔 있어 보인다는 얘길 많이 들어요. 하지만 절 아는 사람들은‘헛똑똑이’라고들 하죠. 겉보기와는 달리 항상 손해만 본다고…. 제가 보기와는 달리 웃기고 어눌한 짓을 많이 하거든요.”
92년 미스코리아로 데뷔한 이승연은 누구보다 부침을 많이 겪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연기자, 말솜씨 좋은 진행자로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여러 번 불미스런 사건으로 톱뉴스에 오르내리며 팬만큼이나 안티가 많아진 것도 사실.
“사람들은 청춘이 좋았다고들 하는데 제 청춘은 아비규환이었고 외로웠어요. 드라마에 토크쇼에… 너무 많은 일을 하다보니 잠을 일주일에 6시간밖에 못 잔 적도 있어요. 또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사람들이 절 좋아해주니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사랑을 주시니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결국 눈에 보이는 모습뿐’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이승연은 예전에 비해 인기도, 수입도 많이 줄었지만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말한다.
“평생 못하게 될 줄 알았던 일을 다시 시작하게 돼 행복해요.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어요? 일하기 싫다고 불만이 많은 사람들도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되면 불만이 없어질 거예요.”
그가 그동안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했지만 사실 묻기가 참 곤란하고 힘든 질문이다. 2004년 2월 터진 ‘위안부 사진 촬영 파문’은 연예인 이승연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앗아간, ‘재앙’이었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며 상처를 많이 받았고 경위를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는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았다고.
“저만큼 물의를 많이 일으킨 연예인도 없을 거예요. 그런 제가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힘은 딱 하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용기죠. 전 분명히 잘못을 많이 했어요. 과정상 변명할 일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하면 그건 다 제 잘못인 거죠.”
연예계를 떠난 그는 선뜻 복귀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큰 힘이 됐던 이는 김수현 작가. 김 작가와는 ‘내 사랑 누굴까’ ‘완전한 사랑’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는데 김 작가는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사랑과 야망’ 출연을 제의했다고 한다.
“컴백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선생님이 전화로 ‘이제 나와도 되겠다’고 말씀하셔서 무슨 배역인지 묻지도 않고 단번에 ‘네’라고 답했어요(웃음). 선생님이 절 편애하느냐고요? 연기 못하면 정말 죽도록 혼나요. 감정 표현이 별로 없는 분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승연아, 네가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은 있어요.”
방송 외에 그는 요즘 의류사업도 의욕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에 옷가게 ‘어바웃 엘’을 열었던 그는 지금은 동업을 하던 친구에게 경영을 맡기고 의류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새로 나온 시계나 액세서리 얘기가 나오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해요. 좋아하는 일로 사업을 한다니 좋은 일이죠. 인터넷, 홈쇼핑 등 다양한 판로를 개척할 생각이에요.”



“세상 모든 일이 욕심내는 순간 어그러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난해 3년간 사귄 동갑내기 사업가와 결별한 그는 사업과 연기에 푹 빠져 지금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다고 한다.
“결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처럼 사는 게 편하기도 하고 또 마땅히 결혼할 사람도 없어요. 연애를 하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몇 번 했지만 결혼 욕심을 낼 때마다 신기하게도 연애가 잘 되질 않더군요. 그래서 깨달았죠. 결혼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은 욕심내는 순간 어그러진다는 걸….”
이승연은 자신은 “사랑을 하면 신사임당이 된다”고 한다. 끊임없이 잘해주고 싶고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스타일이라고.
“남자한테 일방적으로 맞추고 희생하다보니까 오히려 실패도 많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아이는 꼭 키워보고 싶어요. 입양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알아보기도 했는데 미혼은 입양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배우자와 상의해 입양 문제를 결정할 생각이에요.”
입양을 하고 싶지만 더 큰 바람은 우리 사회에 입양될 만한, 버림받는 아기가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승연. 시련을 겪으며 세상을 향한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진 듯했다.
“‘돈을 많이 벌겠다’, ‘인기를 얻겠다’… 그런 욕심은 없어요. 평생 연예인으로 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 거니까. 그냥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넉넉하고 편안한 할머니가 돼있으면 좋겠어요. 배고픈 사람 누구에게나 밥 한끼 푸짐하게 퍼줄 수 있는 그런 할머니요.”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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