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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월드컵’이 낳은 스타 김성주 아나운서

글·김유림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6.08.24 11:30:00

‘2006 독일월드컵’ 중계를 맡아 스타덤에 오른 MBC 김성주 아나운서. 차범근·두리 부자와 완벽한 호흡을 이루며 방송국 3사 중 월드컵 중계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은 그에게 45일간의 월드컵 비하인드 스토리 & 차범근 부자와의 에피소드를 들었다.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차범근 감독이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처럼 느껴질 만큼 가까워져 아들을 나중에 축구교실에 보내기로 약속했어요”
‘2006 독일월드컵’이 낳은 스타 김성주 아나운서

MBC 김성주 아나운서(34)가 요즘 각종 프로그램 출연 섭외와 인터뷰 요청을 받으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지난 7월10일 폐막한 ‘2006 독일월드컵’에서 차범근·두리 부자와 함께 정확하고 인간미 넘치는 해설로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
그는 귀국하자마자 지인들로부터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중에는 ‘우리 팀은 16강에도 못 들었는데 너 혼자 잘됐다’며 농담을 던진 사람도 있었고, 친한 사이인데도 새삼스럽게 사진을 찍자며 달려든 사람도 있었다고. 또한 방송가 블루칩으로 떠오른 만큼 각종 프로그램 출연 섭외도 줄을 잇고 있는데, 귀국 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새 코너 ‘경제야 놀자’와 최근 신설된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의 MC로 발탁되면서 잠시의 휴식도 어렵게 됐다.
지난 7월11일 귀국한 그는 “돌아온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아직 시차적응이 안 된다”며 인터뷰 도중 몇 번이고 하품을 하며 몸을 비틀기도 했다.
“지금 낮 12시니까 독일 시간으로는 새벽 5시거든요. 새벽에는 눈이 말똥말똥해져서 잠을 못자다보니 이렇게 낮만 되면 졸음이 몰려와요(웃음). 평소 멀리 출장 한번 가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다녀온 것 같아요.”

‘2006 독일월드컵’이 낳은 스타 김성주 아나운서

자료 들어있는 가방 사라져 노심초사했던 한국 대 토고전
그는 독일에 가기 전 부담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들었다고 한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4년 동안 이번 월드컵 중계를 위해 노력해온 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자신이 캐스터로 파격 발탁됐기 때문. 그만큼 시청률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제몫을 해내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캐스터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월드컵 직전 스코틀랜드에서 평가전으로 치러진 가나 대 한국전 중계를 수월하게 마친 덕분에 나머지 경기들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축구 선수와 감독으로서 워낙 유명한 분이고,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때 해설자로도 이미 검증을 받으셨기 때문에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그건 순전히 제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가나 대 한국전은 방송국 3사가 한꺼번에 중계를 했고, 첫 시청률 승패가 마지막까지 간다는 통설이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죠. 다행히 시청률이 잘 나와 차 위원이나 저나 한시름놓았어요.”
그는 첫 경기를 순조롭게 마쳤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국 대 토고전을 앞두고 웃지 못할 해프닝을 두 번이나 겪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오랜 시간 기차를 탄 뒤 밤 10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했는데, 호텔의 문이 닫혀있어 체크인을 할 수 없었던 것. 스태프들을 마중 나온 차두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어쩔 줄 몰라했다고. 결국 두 시간이나 거리를 헤매다 다른 호텔에 짐을 풀었다고 한다. 두 번째 사건은 경기 시작하기 두 시간 전에 벌어졌다. 월드컵 출전 선수들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서류가방이 위성 송출을 위해 떠난 차량에 함께 딸려간 것.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가방까지 없어졌으니, 정말 눈앞이 깜깜했죠. 더군다나 우리나라가 출전하는 첫 경기라 더욱 신경이 쓰였고요. 결국 출발했던 차가 다시 돌아와 경기 30분 전 가방을 건네받았는데 중계를 하는 내내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날의 경기를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60점밖에 안돼요.”
MBC 입사 전 스포츠 전문 케이블방송국에 몸담았던 그는 자신만의 중계 노하우가 담긴 경기상황표를 공개했다. 포스트잇에 선수들의 이름과 특기사항을 적은 뒤 A4 용지를 반으로 접어 앞에는 주전선수용 포스트잇을, 뒤에는 후보선수용 포스트잇을 포지션에 맞춰 붙여놓은 게 그것. 선수가 교체될 때마다 선수들의 포지션이 전체적으로 다 바뀌기 때문에 농구감독이 사용하는 자석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끝에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포스트잇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또한 그가 이번 중계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재미있고, 유쾌하게 중계하는 것’이었다고. “스포츠 중계가 너무 엄숙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그는 “차 감독 또한 즐겁게 중계하자는 데 적극 동의해줘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팀워크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차범근 위원과 인간적인 친분도 많이 쌓았다고 한다. 특히 차두리가 두 사람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며 처음에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를 금세 화기애애하게 바꿔놓았다고.
“출국 전 차 감독 댁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식사도 함께하면서 친분을 쌓으려고 했으나 사실 그게 쉽지 않았어요. 차 감독 또한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대화도 많이 안 하시거든요. 그러다 아들인 두리가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다보니 대하기가 편했고, 차 감독도 저와 아들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편하게 마음을 여시더라고요. 저 또한 부자가 나누는 대화에 서슴지 않고 낄 수 있었죠.”

‘2006 독일월드컵’이 낳은 스타 김성주 아나운서

45일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낸 김성주 아나운서는 공항에서 아빠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아들이 기특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겐 말을 아끼는 차범근, 회사에서 지급한 유니폼이 촌스럽다며 새 양복입고 나타난 신세대 차두리
두 사람은 기차로 이동하는 동안 주로 식당칸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날의 중계, 축구 얘기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오갔는데, 차 감독은 자신이 독일 분데스리가 리그에 처음 진출했을 때의 이야기, 아내와의 연애시절 이야기, 축구에 대한 사명, 축구를 바라보는 독일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차이점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두 해주었다고. 그 또한 차 감독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했고, 어느 순간부터 차 감독이 아버지, 삼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현재 생후 21개월 된 아들을 나중에 차범근 축구교실에 보내겠다는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인 차 감독과 달리 차두리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전형적인 신세대라고 한다. 방송국에서 지급한 유니폼이 촌스럽다며 혼자 말끔한 양복을 차려입고 중계석에 나타났을 정도. 차두리는 경기 내내 자신이 마련한 옷에 MBC 마크만 달고 중계를 했다고 한다. 또한 각종 자료와 책이 담긴 큰 가방을 들고 다니는 두 사람과 달리 차두리는 스타일이 망가진다는 이유로 가방도 절대 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빈손으로 다니는 모습이 자신이 생각해도 민망했는지 어느 날은 그에게 와 ‘그냥 들고 다니게 책 두 권만 주세요’ 하고 말했다고 한다. 가끔 중계석에서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몸을 풀고 있는 우리 팀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는데, 안정환·조원희 선수 등이 전화를 받고는 중계석에 앉아있는 차두리에게 손 인사를 보냈다고.
“성격이 밝고 감정 표현이 솔직하며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신세대 선수예요. 아직은 해설자보다 선수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에 겉모습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요. 또 취재진보다 팬들을 더 배려하는 선수예요. 경기장에서 함께 사진 찍자고 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한 번도 거절하는 법이 없더라고요.”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김성주 못지않게 차범근 부자의 인기도 치솟았는데, 부자의 중계 내용을 담은 ‘차부자 어록’이 인터넷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성주는 이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솔직한 성격 때문”이라며 “하지만 가끔 중간에서 난처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본 대 호주 경기 때, 호주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두리한테 ‘2002년 미국과의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지고 있을 때 히딩크 감독은 전반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어떤 주문을 했습니까?’ 하고 물었는데 두리가 ‘저는 당시 후보여서 라커룸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기장 밖에서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차 감독이 ‘제가 다 낯이 뜨겁군요’ 하고 말씀하셨죠(웃음). 순간 얼마나 미안하던지 제 얼굴이 진짜로 빨개졌어요. 어찌 보면 제가 큰 실수를 한 것일 수도 있었는데 두리가 쿨하게 받아줘서 정말 고마웠죠. 두 번째 어록은 잉글랜드와 파라과이전 때 나왔는데, 잉글랜드 선수가 천장에 달려있는 전광판에 축구공을 맞히자 두리가 ‘저희는 전광판을 맞히려고 연습해도 잘 안됐는데, 잉글랜드 선수 대단합니다’라고 말하자 차 감독이 ‘다리 힘이 부족해서 그런가보죠’ 하고 받아쳤고, 자존심이 상한 두리가 다시 ‘그건 아닙니다’ 하고 강하게 부인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때는 두 사람 사이에서 제가 난처했죠(웃음). 이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티격태격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준 것 같아요.”

“한국에 있는 아내와 아들 목소리 전화로 들으며 외로움 달랬어요”
하지만 한국 대 스위스전에서는 주심의 오판으로 중계석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스위스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부심의 판정을 엎고 주심이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으로 판정하면서 스위스에 두 번째 골을 내줘야 했기 때문. 누가 봐도 화가 나는 광경에 그와 차두리는 평소와 달리 흥분하며 강하게 심판을 비판했는데, 급기야 심판의 판정에 대해 “완전 사기입니다”라고 말한 차두리는 경기가 끝나고 차 감독에게 “심판의 권위를 무시하는 표현을 썼다”며 혼쭐이 났다고 한다.
“저도 심판의 판정에 많이 흥분했는데 나머지 경기를 중계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 계속 고민을 했어요. ‘심판도 경기의 일부’라며 침착하게 대처한 차 감독도 물론 옳지만 억울해하는 우리 국민들을 위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축구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잖아요. 모든 국민이 응원하고 있는데, 잘못된 판정 때문에 그 열정이 꺾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는 월드컵 경기가 진행된 45일 동안 거의 매일같이 중계를 맡았는데, 8강전을 치른 뒤 긴장이 풀린 나머지 몸살이 나 준결승전 중계를 다른 선배에게 부탁해야만 했다고 한다. 중계도 중계이지만 경기장별로 이동거리가 워낙 멀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독일에서 타고 다닌 렌터카의 주행거리가 10,000km를 넘었을 정도라고 하니 그 고생을 짐작할 만하다. 이런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경기가 치러지는 내내 목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특히 뜨거운 물이 담긴 욕조에 들어가 1시간 동안 몸을 풀었는데, 수증기가 얼굴까지 올라와 목도 함께 풀리는 기분이었다고. 독일에 있는 동안 가족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는 그는 자신이 없는 동안 충북 청주 시집에 내려가 있는 아내에게 이틀에 한 번 전화를 걸었고, 아들 민국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음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한국인 입맛을 가진 그에게 딱딱한 바게트 빵과 소시지, 햄 등이 맞지 않았던 것.
“제가 입이 짧은 편이라 느끼한 음식은 잘 못 먹겠더라고요. 가끔 한국식당에 가면 폭식을 하고, 혼자 햄버거를 사먹기도 했어요. 독일은 맥주보다 물이 비싸서 식당에서도 물 값을 받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물 달라는 주문을 여러 번 했지 뭐예요.”
4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공항에 마중 나온 아내와 아들을 보고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독일에 있는 동안 아이가 아파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어 걱정을 했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아빠를 알아보는 아들이 기특하기만 했다고. 그는 “그새 말도 많이 늘고, 키도 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무엇보다 아빠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아내한테 듣기로 민국이가 TV에서 축구경기만 나오면 ‘아빠, 아빠’ 하면서 TV로 달려갔대요(웃음). 사실 이날 차범근 감독도 첫째 딸이 손자를 데리고 마중 나오길 바라셨던 것 같은데, 우리 아들이 차 감독에게 뽀뽀를 해드리고 안겨도 드리면서 대신 마중을 했어요.”
그는 귀국 후 회사로부터 포상금과 포상휴가를 받았다. 여행경비 또한 별도로 받았지만 돌아오자마자 ‘일요일 일요일 밤에’ 새 코너 진행을 맡았기에 언제쯤 휴가를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그는 “포상금을 어떻게 쓸지 아내와 상의 중인데, 좋은 데 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MBC에 입사해 교양부문과 스포츠 캐스터로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성주 아나운서. 그는 향후 2~3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떤 그릇에 담겨졌을 때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것. 그는 인터뷰 말미 월드컵 내내 성원을 아끼지 않은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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