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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시련을 딛고…

방송인 안문현 가슴 아픈 고백

글·김유림 기자 / 사진·이준기‘프리랜서’

입력 2006.08.24 11:18:00

방송인 안문현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지난 99년 어렵게 가진 쌍둥이 중 한명을 임신 9개월째 잃고 행동발달장애아로 태어난 아이를 키우며 눈물 흘린 날들을 얘기한 것. 그에게 터널처럼 길고 어두웠던 지난날의 아픈 기억을 들었다.
방송인 안문현 가슴 아픈 고백

아이를 낳고 심한 우울증을 겪었던 안문현은 아이가 점차 호전되면서 가정의 행복까지 되찾았다고 한다.


“출산 직전 쌍둥이 중 하나를 잃고 행동발달장애아 키우며 다시 희망 찾기까지…”

주부 리포터 안문현(37)이 뜻밖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지난 99년 결혼 3년 만에 가진 쌍둥이 중 한 명을 임신 9개월째 뇌경색으로 잃고, 행동발달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를 키우며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했던 것.
임신 후 쌍둥이라는 말에 기쁨도 두 배였던 그는 아기용품도 모두 두 개씩 준비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으나 임신 35주 때 정기검진을 받던 중 아이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고 초음파 검사를 했다. 하지만 이미 한 아이는 뇌의 50%가 괴사된 상태로 사망해 있었고, 다른 아이 역시 뇌의 25%가 괴사돼 있었던 것. 결국 2.8kg의 작은 몸집으로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찬송이(8)는 뇌가 많이 손상됐기에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에 걸릴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엄마가 된다는 행복감을 느끼기는커녕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날 거라는 공포 속에서 첫째를 낳은 안문현은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장애아가 태어날 거라는 공포 속에 첫아이 낳아
다행히 찬송이는 끈질긴 그의 노력 끝에 지금은 누구나 ‘기적’이라 말할 정도로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초등학교도 무리 없이 진학했고 학교에서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며 선생님과의 의사소통도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방송인 안문현 가슴 아픈 고백

지난 7월 초 서울 사당동에 자리한 그의 집에서 만난 찬송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아픈 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밝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세 살배기 동생 요셉이와 놀아주는 모습은 어른스럽기까지 했다.
“다섯 살이 되면서 또래 아이들과의 격차가 확 줄어들었어요. 그전까지는 정말 모든 게 또래 아이들에 비해 느리고 힘에 겨울 정도로 산만했기 때문에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암담했어요. 무엇보다 아이를 처음 낳았을 때 죽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찬송이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찬송이의 건강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우리 가정에도 다시 희망이 찾아왔죠.”
쌍둥이 아이의 사망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한동안 자신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생각에 많이 괴로웠다고 한다. 그는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 만삭의 몸으로 복대를 이중삼중으로 한 채 홈쇼핑에 출연해 냄비를 팔고,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해 귀가 찢어질 정도의 팡파르 소리를 참으며 방송활동을 했던 일이 뼈에 사무칠 정도로 후회스러웠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아이를 잃은 원망의 화살을 남편에게 꽂으며 심각한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했다고.
“괜히 남편이 너무 미웠어요. 임신했을 때 남편과 차를 타고 가던 중 남편이 높은 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차가 ‘출렁’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아이가 잘못된 건 아닌가, 남편 쪽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거든요. 하지만 남편은 일방적으로 싸움을 거는 제게 한 번도 맞대응을 하지 않았어요. 만약 당시 남편마저 저를 원망하고 싸우려고 했다면 지금 우리 가정은 웃음을 되찾지 못했을 거예요.”
출산 후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던 그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결혼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기도 했고, 결혼사진을 갈기갈기 찢으며 울부짖은 적도 있다고 한다. 또한 비 오는 날 남편 신발을 현관 밖에 내놓으며 남편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고. 언젠가는 남편이 TV를 보는 게 화가 나 29인치 TV를 번쩍 들어다가 거실 바닥에 던져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그런 비정상적인 아내의 행동을 보고도 “집에만 있더니 힘이 세졌네. 우리 이사할 때는 이삿짐센터 부를 필요 없겠다”고 말하며 그저 허허 웃었다고 한다.
이처럼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그는 갓 태어난 아이가 응급실에 누워있는 상황에서도 방송을 했다고 한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고, 방송이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처럼 답답했기 때문이라고.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창피하게 여겼던 그는 방송국 관계자들에게도 출산 소식을 전하지 않았기에 작가며 PD들은 그를 볼 때마다 “왜 얼굴이 푸석푸석하냐”고 물으면서도 출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 포기하지 않고 직접 가르쳐
행동발달장애와 아토피 증상을 갖고 있는 찬송이는 처음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서 코에 연결한 호스를 통해 우유를 받아먹었고, 두 달 뒤 퇴원해서도 엄마의 젖을 빨 힘이 없어 젖병에 담긴 모유를 먹었다고 한다. 찬송이는 엄마와 눈 맞추기, 기어 다니기, 걷기 등 모든 게 늦었는데 돌이 지나면 말을 시작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두 돌이 지나서도 ‘엄마 아빠’ 소리를 못했다고. 놀이방에 보내면 말이 는다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기도 했는데 어느 날 아이가 ‘에이 씨~’라고 말하는 걸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기뻤다고 한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찬송이가 말을 했다며 호들갑을 떨고는 수화기를 아이 입에 대고 “아빠한테 욕해봐, 해봐” 하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그때가 처음으로 그가 아이에게서 희망을 발견한 순간이었다고 한다.
“처음 찬송이를 데리고 재활센터에 갔을 때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해 거의 흰자만 보이는 남자아이를 본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에 다시 만났는데 7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걸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요. 한편으로는 찬송이는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죠. 뇌의 괴사된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성장속도가 달라지는데 찬송이의 경우는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다친 것 같아요.”



방송인 안문현 가슴 아픈 고백

안문현은 세 살배기 요셉이를 첫째 찬송이를 키우면서 겪은 고생에 대한 대가로 얻은 거라 여기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아이가 뭔가를 집중해서 하게 된 점이라고 한다. 유치원과 영어학원에 몇 번 보내봤지만 매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자 그는 직접 아이를 가르치기로 마음먹고 하루에 세 시간씩 아이와 전쟁을 치르듯 공부를 시작했다. 영어 테이프와 비디오, 동화책으로 영어회화를 가르쳤는데 아이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만큼 30분 공부하고 20분 쉬기를 하루에 세 번 반복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잠시도 앉아있기 힘들어하던 아이가 석 달이 넘어가면서부터 영어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더니 집중력을 기른 지금은 웬만한 동화책을 다 읽을 정도이고 기본적인 회화도 가능하다고. 그는 얼마 전 가족끼리 미국에 있는 시집에 다녀왔는데 아이가 영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걸 보면서 마냥 흐뭇했다고 한다. 아이도 자신감이 부쩍 늘었는지 미국에 다녀온 뒤로 영어공부에 더욱 흥미를 보인다고.
끝까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재활센터에서 배운 대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아이를 훈련시킨 그는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2년 전 큰 선물을 얻었다. 찬송이의 남동생 요셉을 낳은 것. 찬송이 때문에 육아에 지쳤을 법도 하지만 그는 “요셉이를 키우면서 아이 키우는 일이 이렇게 쉬운 일인지 처음 알았다”며 빙그레 웃었다.
“찬송이 때에 비하면 훨씬 수월해요. 울고 보채는 정도는 이제 아무 일도 아니거든요. 남편도 요셉이를 많이 예뻐해요. 찬송이는 저희 부부를 너무 아프게 했지만 그 대가로 요셉이가 저희에게 온 거라 생각해요. 찬송이가 가끔 질투를 하지만 나중에 커서 누나를 잘 보호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든든하기도 하고요.”
아이 때문에 울고 웃기를 반복하며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그에게 그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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