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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송인섭 교수가 들려주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만들기’

EBS 다큐멘터리 ‘교육실험 프로젝트’로 화제!

글·송화선 기자 / 사진ㆍ김성남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6.08.12 10:44:00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사교육에 대한 맹신’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적 향상을 위해 학원 문을 두드리거나 과외를 받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든 사람은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말하는 송인섭 교수의 ‘자기조절학습법’을 소개한다.
“하루 스케줄 꼼꼼히 적어 공부 방식 돌아보게 하고 과거 성공의 경험을 살려 공부에 자신감 갖게 해주세요”
숙명여대 송인섭 교수가 들려주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만들기’

요즘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바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개인 과외를 받거나 학원 강의를 듣고, 그 후에는 독서실 책상에 앉는다. 꼭두새벽에 집을 나서 깊은 밤에 돌아올 때까지 꽉 짜인 스케줄에 따라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린다. 그런데 왜 성적은 오르지 않는 걸까.
숙명여대 교육학부 송인섭 교수(57)는 이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사람들이 짜준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제대로 된 공부가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 수업을 받는 상황에서 내 자식만 혼자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 송 교수는 ‘우리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자식을 망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실험을 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생 6명을 선발해 스스로 시간을 관리해 공부하게 하며 성적 변화를 관찰한 것이다. 지난 6월25일 EBS를 통해 방송된 특집 다큐멘터리 ‘교육실험 프로젝트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만들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6주 동안의 실험 이후 아이들의 자기 조절능력은 크게 향상됐고, 성적 또한 오른 것이다.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던 아이들이 송 교수팀 연구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장래희망을 세우고 스스로 공부계획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전달되면서, 송 교수가 만든 ‘자기조절학습법’을 배우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전화도 빗발쳤다고 한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스스로 공부’의 첫걸음
“자기조절학습의 기본은,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마음먹고, 그에 맞는 공부법을 ‘스스로’ 찾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판단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생기는 초등학교 3, 4학년 무렵이면 이 학습법을 시작할 수 있죠. 하지만 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시행착오를 지켜보며 바른 길로 이끌어줘야 하니까요.”
자기조절학습력 향상을 위한 첫 번째 걸음은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송 교수는 이를 위해 실험 대상이 된 6명의 학생에게 먼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셀프 다이어리’를 나눠줬다. 시간 단위로 구분된 종이에 하루 스케줄을 꼼꼼히 기록하게 한 것이다. 모든 아이들의 시간표는 학교, 학원으로 채워졌고, 남는 시간은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 TV 시청 등이 차지했다. 이걸 통해 아이들이 알게 된 건 ‘내가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있었을 뿐,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구나’라는 새로운 깨달음이었다고 한다. 그전에는 ‘공부를 아무리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아이들에게 이 사실은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아이들의 학업성취를 결정짓는 요소는 지능, 선행학습 여부, 학습환경과 심리적 요인이에요. 여기서 심리적 요인은 바로 자신감이죠. 긍정적인 자아가 형성되면 같은 일을 해도 효율이 50~60% 이상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면 부모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돼요. 이미 학원에 의존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당장 ‘스스로 공부’를 하도록 하는 건 어려우니, 대신 ‘모든 학원이 다 필요할까?’ ‘넌 어떻게 스케줄을 조절하고 싶니?’ 하고 물어보는 겁니다. 자율로 가는 과도기라고 할까요.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고, 자신이 스스로 인생에서 의미있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되죠. 여기서 또 한 번 자신감이 자라납니다.”

숙명여대 송인섭 교수가 들려주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만들기’

자녀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려면 초등학교 시절 자기조절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자신감 향상을 위해 송 교수가 사용한 또 다른 방법은 아이들에게 ‘살아가며 내가 성공했던 일 5가지’를 적어보게 한 것. 태권도에서 검은띠를 딴 일이나, 글쓰기 대회에 나가 입상한 경험처럼 꼭 성적과 관계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성공의 경험을 되살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성공도 가능하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라고.
“실험 대상이 된 학생 가운데 한 명은 수학 성적만 뛰어나고 다른 과목은 많이 뒤떨어져 있는 상태였어요. 수학을 잘하다보니 늘 그 과목만 공부하는 게 문제였죠. 하루 스케줄을 꼼꼼히 쓰게 하면 이런 사실도 파악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 학생에게 수시로 ‘넌 수학을 이렇게 잘하는 걸 보면 영어도 잘할 게 틀림없다. 수학도 알고 보면 암기과목이니, 다른 암기과목도 한 번씩만 읽어보면 잘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해줬죠.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를 신뢰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사실 그 말들을 믿게 돼요. 그 아이는 ‘정말 그럴까’ 하는 마음으로 다른 과목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6주간의 실험이 끝난 후에 전 과목 성적이 고르게 오르는 성과를 거뒀죠. 이 성공의 경험은 앞으로도 그 아이에게 ‘난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거예요.”
계속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10분에 한 번씩 책을 바꿀 정도로 산만하던 다른 아이에게는 ‘한 시간만 움직이지 말고 같은 자리에 앉아있어 보라’는 처방을 내렸다. 이 역시 집중력 향상과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부모나 아이가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셀프 다이어리’를 구체적으로 써야 해요. 수학공부를 했다 해도 그냥 ‘수학공부’라고 쓰지 말고 수학에서 뭘 공부했는지를 쓰는 거죠. 이렇게 하다보면 아이들은 자기 행동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스스로 세밀한 계획을 세워 이를 조절해가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고요. ‘넌 왜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니’ 또는 ‘넌 도대체 수학 빼고는 잘하는 게 없니’라고 말하는 대신 긍정적인 해결방향을 일러줘야 해요.”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좋은 면을 찾아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꾸중은 아껴야
이렇게 길러진 자기조절능력은 곧 창의성과 연결된다는 것이 송 교수의 지론. 스스로 통제할 줄 아는 아이는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 있고 자유로운 ‘창의적 인간’이 된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자기에게 주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타율적 공부에 길든 아이들은 스스로 창조하는 방법을 잊어버려요. 또 남이 짜준 생활에 익숙해져서 외부의 통제를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죠. 주어진 틀 안에서 주어진 정보만을 가공하는 ‘모범생’이 되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현대사회에서 앞서갈 수 없어요. 벽을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과 창의성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송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자녀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이의 ‘모범성’ 보다는 개성을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틀에 맞춰 아이를 평가하는 대신, 어떤 행동을 하든 그것에서 바람직한 면을 찾아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라는 것.
“아이에게 ‘넌 참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건 자기조절능력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 아무 의미가 없어요. 왜 내가 너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타당한 준거를 밝혀주는 게 중요하죠. 제 딸아이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말을 참 잘했거든요. 그럴 때 ‘아유, 우리 딸 똑똑하네’라고 말하는 대신, ‘지금 한 이야기는 참 논리적이구나’ ‘너는 순발력이 뛰어난 게 장점이야’라고 칭찬해줬죠. 그러면 아이는 칭찬에 대해 납득할 수 있기 때문에 그쪽 방향을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요.”
부모의 칭찬이 자기조절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칭찬을 듣고 자란 송 교수의 딸은 지금 대학 졸업반으로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숙명여대 송인섭 교수가 들려주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만들기’

모든 사람은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타고난다고 말하는 송인섭 교수.


꾸중을 최소화하는 것도 아이의 자율성을 길러주는 데 효과적이다. 부모의 눈에 차지 않는 점을 일일이 지적하다보면 아이가 위축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남들이 정해놓은 틀 안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일방적으로 혼내지 말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저는 우리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네가 지금 한 것에 대해 넌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로 써서 아빠에게 가져오라’고 했어요. 거기에 ‘반성문’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돼요. 그건 벌이 되니까요. 그냥 ‘생각 글’ 정도로 하면 좋겠죠. 흥분한 상태에서 ‘지금 당장!’ 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최소한 일주일 이상 시간을 주세요. 그럼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평가하게 돼요.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죠. 그 과정에서 자기조절능력이 길러집니다.”
송 교수는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운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법도 자연스레 찾아낸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게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꾸리는 방법도 알아낸다고.
“이번 실험에 참여한 학생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아이는 한 여학생이었어요.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을 생각해서 참고서 한 권 사지 않는, 아주 속 깊은 아이였는데 공부에는 뜻이 없었죠. 방과 후엔 하루 종일 인터넷 서핑만 했어요. 우린 그 아이의 컴퓨터 실력을 칭찬하면서, 그쪽 적성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대화를 나눴어요. 왜 자기가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던 그 학생은 스스로 정보산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지금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난 컴퓨터에 소질이 있으니까 그쪽에 가면 할 일이 많을 거야’라고 스스로 믿게 된 게 큰 힘을 발휘했죠. 전 그 학생이 실험이 끝난 뒤에도 최선을 다해 공부할 거라고 믿어요. 그게 바로 ‘스스로 공부’의 힘입니다.”
하지만 송 교수는 이번 실험 결과를 보고 ‘자기조절학습법’이 당장 성적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송 교수와 그가 지도하는 연구원들이 함께 참여해 아이들을 독려하고 지도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었지만, 가정에서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부모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최근 각종 사설 단체에서 시작되고 있는 자기조절학습법 강의 등에 참석해 ‘자기 조절 능력 기르기’ 프로그램을 배워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제일 중요한 건 부모와 아이 스스로가 자신감을 갖는 겁니다. 모든 사람은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나요. 여기에 대한 믿음이 ‘스스로 공부’의 출발점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쓰는 셀프 다이어리
송인섭 교수의 학습능력 향상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송 교수가 직접 개발한 아래 설문들에 답한 뒤 함께 모인 자리에서 공개 발표하며 자신감과 자기조절능력을 키웠다. 송 교수는 집에서도 이 문항들을 활용해 자녀와 대화를 나누면 자기조절학습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할 수 있어!
1. 내가 성공했던 일 5가지를 적어보세요.
2. 내가 실패했던 일 5가지를 적어보세요.
3. 여러분의 학교생활에서 자신 없다고 생각하는 것 5가지를 적어보세요
4. 3번에서 자신 없다고 생각한 것을 ‘할 수 있다’, ‘할 자신이 있다’로 바꿔 써보세요.
5. 학교 생활에서 자기가 잘못했던 일 가운데 친구, 선생님, 부모님 탓이라고 생각했던 일 5가지를 적어보세요.
6. 5번에서 적은 내용을 ‘~했던 것은 내 탓이다’라고 바꿔 써보세요.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1. 나는 왜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이유를 솔직하게 적어봅시다.
2.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봅시다.
3. 20년 후의 모습처럼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4. 왜 내가 공부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적어봅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
1. 자신이 장래에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신문이나 잡지에서 찾아 오려 붙여봅시다.
2. 나의 장래 희망은 _____________ 입니다.
3. 이와 같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4.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학교나 가정에서 꼭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일까요?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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