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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토종 영어짱

영어 백일장 장원 차지한 천인우군과 엄마가 공개한 학습법

‘영어 동화 반복해 들으며 영어실력 키우기’

글·송화선 기자 | 사진ㆍ박해윤 기자

입력 2006.08.12 10:35:00

우리나라에서만 영어를 공부하고도 쟁쟁한 해외파들을 제치고 영어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한 천인우군.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영어 짱’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를 만나 영어공부법을 들어보았다.
영어 백일장 장원 차지한 천인우군과 엄마가 공개한 학습법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한국외대부속외고(이하 용인외고) 2학년 천인우군(17)은 순수 국내파 영어 고수다. 외국에서 산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최근 열린 ‘제1회 YBM 전국 초중고 영어 백일장’에서 고등부 장원을 차지했다. 중3 때 치른 토플에서 300점 만점에 290점을 받아 용인외고 국제반에 합격하기도 했다.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전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이 학교 국제반 신입생의 60%는 1년 이상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학생. 나머지 40%도 대부분 짧게나마 어학연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친구들은 제가 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잘 모를걸요. 웬만하면 다 살다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수업을 듣거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불편을 느낀 적도 없으니, 자신들과 똑같다고 생각하겠죠.”
천군은 이번 인터뷰 때문에 친구들이 자신을 다시 보겠다며 슬쩍 웃었다. 어머니 이윤경씨(42)도 “인우는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살다 온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만큼 영어 발음과 표현력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때 원어민 강사가 지도하는 영어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어느 나라에서 살다 왔느냐’고 물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영어를 배웠다”고 하자 원어민 강사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이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일곱 살 때 처음 영어공부를 시작했다는 천군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외국인도 놀랄 만큼’ 유창한 영어 실력을 쌓게 된 걸까.

듣는 귀 열어주는 게 첫 번째, 대화와 문법은 그 다음
이씨가 생각하는 천군의 성공 이유는 영어를 공부의 대상이 아닌 언어로 대한 것. 천군은 영어 동화 테이프를 듣는 걸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인우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 영어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방문 학습지를 신청했는데, 하루치 교재마다 몇 문장씩 동화 ‘피노키오’를 연재하고 있더라고요. 책과 함께 배달되는 영어 테이프에도 같은 분량이 원어민 발음으로 녹음돼 있었고요. 동화를 통해 영어를 배우면 더 쉽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제가 그 부분만 모아 새로 테이프를 만들었어요. 동화 부분만 이어 녹음하니 이야기가 완성됐죠. 그걸 수시로 인우에게 들려줬어요. 영어 비디오였다면 화면에 집중해야 하니까 계속 반복하기 어려웠을 텐데, 이건 소리만 나오는 거니까 어느 때고 들려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가 놀 때도 틀어놓고, 잠들 때도 틀어주곤 했어요.”
따로 동화 내용을 가르치거나 암기시키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저 영어에 익숙해지면 족하다고 생각했다고. 그런데 인우군은 방문 학습지 교사와 진도를 나가며 자연스레 ‘피노키오’ 이야기와 단어들을 익히더니, 이를 자신이 매일 듣고 있는 내용과 연결시키게 됐다고 한다. 마치 갓난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듯 영어의 발음과 의미가 하나로 통한 것이다.
“어느 날 보니 인우가 중얼중얼 그 테이프를 따라하데요. 전 그저 노래를 흥얼거리듯 발음만 외운 거겠지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미 내용까지 다 이해하고 있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다른 영어 동화 테이프도 들려주고, 학습 영어 비디오 가게에서 외국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어린이극도 빌려다 보여줬죠. 무엇이든 한 종류를 고르면 인우가 이야기를 다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틀어줬어요.”

영어 백일장 장원 차지한 천인우군과 엄마가 공개한 학습법

영어를 우리말 배우듯 자연스럽게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는 천인우군과 어머니 이윤경씨.


그래서 천군은 영어 이야기를 ‘영어’가 아닌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좋아했다고 한다. 여러 번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는 통째로 외워버렸다. 영어 문장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말문도 트여 유치원 졸업식 때는 친구들과 학부모 앞에서 ‘피노키오’ 동화를 영어로 들려주기도 했다고.
이씨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데 있어 부모의 영어 실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영어를 ‘가르치려’ 했다면 천군이 오히려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씨는 아이가 집안에서는 영어를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대하도록 했다. 대신 유치원 졸업식 때 영어 동화를 발표하게 하듯, 다양한 외부 경험을 활용했다고.
천군이 영어를 ‘공부’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한 방송사가 주최한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고부터. 천군은 이 대회 본선에 진출했지만, 상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대신 영어 잘하는 친구들을 만나 큰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천군은 각종 영어대회에 참가하며 영어 실력을 겨루기 시작했고, 4학년 때 전국영어스피치경시대회에서 입선한 뒤 영어독후감대회, 국제영어논술경시대회, 영어웅변대회 등에서 잇달아 상을 받았다.

영어 말하기 대회 준비하며 원고 통째로 외운 것이 실력 키우는 데 도움돼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려면 일단 원고를 통째로 외워야 하거든요. 그게 영어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영어를 단어나 문법에 따라 분해하지 않고 문장 전체로 이해하게 되니까요. 그 과정에서 글쓰기 능력도 자연스럽게 길러지고요. 인우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외운 덕분에 영어 문장에 대한 감이 있었어요. 처음엔 일기 한 장을 쓰는 데 두 시간씩 걸리기도 했지만, 꾸준히 연습하다보니 글쓰기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죠. 우리나라 아이들은 영작을 할 때 문법은 맞지만 어법상 어색한 문장을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인우는 그런 면에서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어요.”
이처럼 듣기 연습과 영어대회 참가 등으로 천군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외국에서 살다온 또래 아이들보다 영어 실력 면에서 앞서 나갔다고 한다. 귀국한 어린이들이 주로 다니는 영어 전문학원의 레벨 테스트에서 ‘스페셜’ 등급을 받아 여러 해 동안 외국 생활을 경험한 어린이들과 같은 강의실에서 영어를 배웠다고. 그 과정에서 천군의 영어 실력이 한층 더 성장했음은 물론이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친구들과 사귀면서 저도 자연스레 영어와 친해졌어요. 그 아이들처럼 영어로 된 교재를 사서 다른 과목을 공부하게 됐죠. 사실 제가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나 과학 같은 이과 쪽 분야거든요. 학교에서는 우리말 교재를 쓰니까, 혼자 공부할 때만 영어책을 봤어요.”
영어 문법책은 중학교 1학년 때, 외고 입시준비를 시작하며 처음 보게 됐다고. 그는 다른 아이들이 영어를 ‘달달’ 외우는 동안 오히려 다른 과목을 공부했다. 중학교 때 한국 수학올림피아드 본선에 진출해 장려상을 받았고, 학교 대표 수학과학 영재로 뽑혀 1년간 성남시 영재교육원에서 특별교육을 받기도 했다. 천군의 꿈은 미국 MIT 공대에 들어가 우주과학 분야를 공부하는 것. 용인외고 국제반에 진학한 것도 이를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친구들을 보며 ‘나도 저 아이들처럼 외국에 머물렀다면 좀 더 쉽게 영어를 배웠을 텐데’ 하고 생각한 적도 있죠. 특히 외국 문화나 생활습관을 익히는 건 아직도 참 어려워요. 하지만 영어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조금씩 그런 장애가 극복되는 것 같아요. 영어가 왜 어려운지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영어가 어려운 걸 충분히 알면서도 극복한 사람이 더 멋진 거 아닌가요? 일상생활 속에서 영어를 익히다보면 어느 순간 영어가 또 다른 국어처럼 친숙하게 느껴질 겁니다.”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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