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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문화 담은 금속공예전 연 리사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부인

글·김명희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6.07.29 14:38:00

주한 미국대사 부인 리사 버시바우 여사가 개인전을 열었다. 금속 공예가인 그는 남편의 부임지마다 옮겨다니며 그 나라의 전통문화를 익혀 작품에 녹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문화 내조’가 한·미 양국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버시바우 여사를 만났다.
한국 전통문화 담은 금속공예전 연 리사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부인

한국 전통 문살 무늬를 모티프로 해 철, 알루미늄, 아크릴 소재로 만든 ‘붉은 램프’.(좌) 버시바우 여사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브로치와 귀고리 등의 액세서리를 착용하기를 즐긴다.(우)


서울 시청 맞은편 덕수궁 돌담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호젓한 곳에 미국 대사관저가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필립 하비브의 이름을 따 ‘하비브 하우스’라고도 불리는 이 집에서 지난 6월 중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53)의 부인 리사 버시바우 여사(53)를 만났다. 이에 앞서 그는 6월 초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금속 공예가인 그는 벨기에, 러시아 등 남편의 부임지를 따라 세계 각국을 다니며 그 나라의 전통문화를 모티프로 한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임지마다 접하게 되는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은 관저 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나무 잎과 옥 등을 소재로 한 금속 장신구, 한지로 만든 옷 등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것들이죠.”
항상 환한 미소를 띠고 있어 ‘스마일 부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는 이날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대나무 문양의 브로치와 팔찌, 귀고리 등의 액세서리를 하고 나왔다. 대사관저 곳곳에도 그가 디자인한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었다.
“대사관저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미국 정부에서 파견한 전문 디자이너가 하는 것이라 큰 부분에는 손댈 수가 없어요. 하지만 작은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정도는 할 수 있죠(웃음).”
자신의 작품을 즐겨 착용하고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주었다.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중요한 회담에 앞서 상징적인 문양의 브로치를 착용, 그날의 회담 결과를 예고하기도 했는데 그런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그는 작은 미사일 모양의 브로치를 선물한 적이 있다는 것.
한국 전통문화 담은 금속공예전 연 리사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부인

“남편이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대사로 있던 시절 올브라이트 장관께 브로치를 선물했더니 그 브로치를 하고 러시아 측 인사들과 만나 ‘우리는 이렇게 작은 미사일만 만든다’고 농담을 해서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 적이 있어요.”
조부모의 모국이기도 한 전임지 러시아가 고향같이 편안한 느낌이었다면 처음 부임하는 아시아 국가인 한국에서의 경험은 모든 게 새롭고 흥분된다고 한다. 특히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초고층 빌딩과 화려한 광고 등을 접하고 미래사회에 한 발 내디딘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신발을 벗고 방 안에 들어가서 마주앉아 차를 마시는 데서는 1대 1 개별 접촉을 중시하는 전통적 요소들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런 두 가지 다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게 한국문화의 특성이 아닌가 싶어요.”

한국 전통문화 담은 금속공예전 연 리사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부인

버시바우 여사는 지난 6월 초 열린 전시회에서 대나무 잎 등을 모티프로 한 다양한 금속공예 작품을 선보였다.


“앞으로는 삼계탕, 김치 같은 한국요리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한국 문화처럼 대사 부부도 지난 30년간 외교관과 예술가로 조화로운 삶을 살아왔다. 열다섯 살 때 미국 매사추세츠주 작은 마을에서 처음 만난 이들 부부는 30년 전 결혼,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남편과는 옆집에 살면서 사랑이 싹 터 결혼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고 살았는데 사실, 남편이 협상에 능한 외교 전문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싸움의 빌미를 주지 않죠(웃음). 부부관계에서 중요한 건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거죠. 저희 부부의 경우는 남편이 제가 하는 예술에 영감을 주고, 저는 문화적인 내조로 남편의 외교활동을 돕는 식이라고 할 수 있죠.”
벤자민, 그레고리 두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외교관 생활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자주 이사를 하고 학교를 옮겨다녀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이 따르기도 한다. 그는 “지금은 아이들이 모두 성장해 별 어려움이 없지만 아이들이 어려서는 적잖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부임지가 바뀔 때마다 큰 짐은 배로 부치고 작은 짐은 비행기로 날랐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땐 보행기며 유모차, 장난감을 운반하느라 힘들었어요. 지금은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데 그 점이 많이 아쉬워요.”
대사 부부가 아이들 교육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가족간의 사랑과 존중’이라고 한다. 덕분에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이들 가족은 수시로 전화나 메일로 안부를 주고받고 필요할 땐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작업실을 공개했다. 대사관저 입구 수영장 옆 건물을 개조해 만든 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는 가족사진과 각종 미술 전시 포스터, 금속을 자르고 다듬는 도구와 기계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작업실 창가로 이번 전시회에 모티프가 됐다는 대나무 잎들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번 작업실이 역대 작업실 중 가장 넓어요(웃음). 하루 3~6시간씩 이 안에서 지내죠. 작업을 하는 시간 외에는 뭘 하느냐고요? 한국을 알아가는 새로운 경험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관저를 거닐며 한옥의 고풍스러운 매력을 감상하기도 하고 인사동 곳곳을 누비며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도 하죠. 앞으로는 시간을 내서 비빔밥, 삼계탕, 김치 같은 한국요리를 배워볼 생각이에요.”

여성동아 2006년 7월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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