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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반가운 얼굴

2년간 바닷가 마을에서 노래 만들어 새 앨범 발표한 윤수일

기획·김유림 기자 / 글·오진영 ‘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6.07.27 11:32:00

국민가요 ‘아파트’의 주인공 윤수일이 오랜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윤수일 밴드’로 활동 중이다. 그 사이 사업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음악에 전념하고 있는 그에게 음악에 대한 열정 & 혼혈 연예인 1세대로 겪었던 어려움을 들었다.
2년간 바닷가 마을에서 노래 만들어 새 앨범 발표한 윤수일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1980년대 발표됐지만 경기장에서 응원가로 여전히 불리고 있는 노래 ‘아파트’. 그 주인공 윤수일(51)이 7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본업인 가수로 돌아왔다. 검은색 나비 선글라스에 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코드라 할 수 있는 장발을 하고 가요계에 돌아온 그는 팬들에게 당시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자 ‘복고풍 컨셉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사업 실패로 인한 고생 함께 이겨낸 아내가 저의 음악활동을 가장 기뻐해주고 있어요”
그는 지난 2000년 사업가로 변신하면서 음악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IT(정보기술) 붐이 한창 일던 무렵 경영악화로 문 닫을 위기에 있던 회사를 인수, 유통업으로 업종을 바꿔 사업을 시작한 것. 한동안 회사 매출이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3년째 되던 해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당시 심한 마음고생을 한 그는 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인 가수의 길로 다시 돌아왔다.
“성공과 실패를 짧은 시간 동안 한꺼번에 경험했어요. 평생 노래만 하던 사람이 사업하기가 쉽지 않았죠.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지만 다시 음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무엇보다 힘들었던 시절 함께 고생해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또 눈물나게 고맙죠. 제가 음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자 가장 기뻐해준 사람도 바로 아내예요.”

2년간 바닷가 마을에서 노래 만들어 새 앨범 발표한 윤수일

혼혈 연예인 1세대인 윤수일은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시작한 것이 음악이라고 말한다.


무대로 돌아오기로 마음먹고 음반작업에 심혈을 기울인 그는 지난 2년 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바닷가 마을에서 노래를 만들며 지냈다고 한다. 타이틀곡 ‘숲바다 섬마을’은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만든 노래로 그가 직접 작사 작곡했다. 또한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그의 아들 지호씨(26)가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음반은 그에게 더욱 의미 있다고 한다.
“한국적 감성의 멜로디와 다이내믹한 록 뮤직의 조화가 제 음악의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9월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에 나설 계획인데 벌써부터 공연장의 열기와 저를 기다려준 팬들의 환호성이 기다려집니다.”
그는 새 앨범 발매 시기와 미국 슈퍼볼 MVP 하인스 워드의 방문 시기가 맞물리면서 언론과 팬들로부터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예전에는 사회적 편견이 싫어 혼혈에 대해 언급을 꺼려왔지만 최근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혼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처럼 훌륭한 친구들 덕분에 혼혈인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 기쁩니다. 국제결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혼혈아 숫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잖아요. 그 아이들이 훗날 제 몫을 다하는 온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나라가 앞장서서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업 실패 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도 혼혈아동에 대한 지원을 끊지 않았다고 한다. 90년대 초반 한국혼혈인협회 회장직을 맡아 혼혈 1세대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 이재갑씨의 작업을 지원하기도 했던 그는 이번 공연과 새 음반 발매의 수익금 일부도 혼혈아동 복지기관인 펄벅재단에 후원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인스 워드 보며 아들이 혼혈이라는 사실 때문에 평생 죄인처럼 살다 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는 울산에서 태어나 자랐다. 평안북도 강계 출신으로 홀로 월남한 어머니가 울산에 정착해 살다 미국 공군 조종사인 그의 아버지를 만나 그를 낳았다고 한다. 하지만 친아버지는 이미 본국에 부인과 자식을 둔 사람이었고 그가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돌아간 뒤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고. 아들 이름을 호적에 올리지도 못한 채 혼자 그를 키우던 어머니는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라는 주위의 끈질긴 권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가 다섯 살 되던 해 같은 동네에 살던 윤성환씨와 재혼해 비로소 그에게 진짜 아버지를 만들어줬다고. 그는 “어머니와 잠깐 연애하고 떠나버린 사람은 아버지로서 의미가 없다. 날 친아들처럼 키워준 아버지가 진짜 내 아버지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던 그는 사춘기 시절 어머니에게 “그때 왜 나를 입양 보내지 않았냐”고 소리치며 대든 적도 많았다고 한다.
“하인스 워드를 보면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열아홉 살 때 고향을 떠나왔는데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며 저를 배웅해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어머니는 평생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남편 내조, 자식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아들이 혼혈이라는 이유 때문에 평생을 죄인처럼 살다 돌아가셨어요.”
그가 혼혈인이라는 굴레에 당당히 맞서보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산에서 펄벅재단이 주최한 혼혈아동 모임에 참석하면서였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피부색과 얼굴 모습이 각기 다른 수백 명의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혼혈이 나만의 불행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가진 것. 혼혈이라는 사실 때문에 자신을 멀리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는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엔젤스’라는 그룹을 만들어 동네 여러 학교 축제에도 초대되는 등 일명 ‘윤스타’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음악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었던 그는 73년 가수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품고 무작정 상경해 포도원 움막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펄벅재단의 주선으로 결성된 혼혈인 그룹 ‘골든 그레이프스’의 멤버로 밴드 생활을 시작했는데 후원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소유인 망우리 포도밭의 움막을 그들의 생활터전으로 내줬던 것. 처음에는 정식 멤버가 아닌 보조로 시작했던 그는 멤버 중 한 명이 다른 그룹을 만들어 나가자 리드보컬 자리를 꿰찼다고 한다.

당시 혼혈인이고 시골 출신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치열하게 음악을 공부했다는 그는 “돌이켜보면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그때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재즈음악의 최고 이론가로 꼽히는 이판근·장광철 선생님을 쫓아다니며 공부를 했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부탁해 버클리음대에서 쓰인다는 교재로 작곡 공부를 했어요. 제 노래의 대부분을 직접 작사 작곡할 수 있었던 것도 그때 다져진 실력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룹 ‘골든 그레이프스’는 77년 초에 열린 한국그룹사운드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후 ‘윤수일과 솜사탕’이라는 그룹명으로 첫 앨범을 냈고 78년 ‘사랑만은 않겠어요’라는 노래로 그해 가수상을 휩쓸며 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단숨에 스타 대열에 합류한 그는 그 후 ‘아파트’ ‘제2의 고향’ ‘황홀한 고백’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아파트’는 지금까지도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노래방 애창곡 1순위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새 앨범에도 ‘아파트’를 월드컵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해 실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트로트를 제외하면 중년층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중견가수들이 적극적으로 음악활동을 해야 할 것 같고요. 음악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음악이 제 인생의 1순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여성동아 2006년 7월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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