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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진정한 적은 내부에 있음을 보여주는 ‘로마인의 타락’

2006. 07. 25

진정한 적은 내부에 있음을 보여주는 ‘로마인의 타락’

토마 쿠튀르(1815~1879), 로마인의 타락, 1847, 캔버스에 유채, 472×772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지구상에 있던 많은 나라들이 멸망했습니다. 멸망한 나라들은 적의 침입으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은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경우도 있습니다. 고대 로마제국은 게르만 민족의 침입으로 멸망했다고 하나 안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쌓여 무너져 내린 부분도 있습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토마 쿠튀르는, 로마가 멸망한 데는 로마인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로마인의 타락’을 보면 사람들이 흥청망청 노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환한 낮인데도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춤과 노래를 즐기는가 하면 옷을 제대로 추슬러 입지 않고도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심지어 나라의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조각상에 술을 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림 맨 오른쪽의 남자 두 명은 사람들의 이런 행동이 못마땅한 듯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처럼 깨어있는 사람이 적었던 것이 로마의 불행이었지요. 쿠튀르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단순히 옛날 로마의 어리석음을 비웃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쿠튀르가 살던 당시 프랑스도 여러 가지 문제로 사회가 안으로부터 썩어가고 있었지요. 그래서 로마의 타락을 거울삼아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문제의식을 담아 이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나라만이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경쟁자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혹은 주어진 조건이 좋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게으름을 피우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노력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나라든 개인이든 진정한 적은 자신 안에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로마제국은 로마시에서 일어나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 전체를 지배했던 서양 역사상 최대의 고대 제국입니다. 기원전 8세기에 왕정으로 일어나 기원전 510년 공화정이 됐다가 기원전 27년 제국이 됐습니다. 왕정 시기의 이야기는 전설로 내려옵니다. 서기 395년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동로마제국은 1453년에 각각 멸망했습니다. 게르만족에게 멸망한 로마가 서로마제국입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전문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문화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4남매를 키우며 집필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어린이를 위한 주제별 그림읽기’ 시리즈의 두 번째로 다양한 인물화에 대해 설명하는 ‘신비로운 인물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를 펴냈다. 최근엔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관을 다녀와 그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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