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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희망의 노란색으로 세상을 가득 채운 ‘해바라기’

2006. 07. 25

희망의 노란색으로 세상을 가득 채운 ‘해바라기’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해바라기, 1888, 캔버스에 유채, 95×73cm, 암스테르담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


어느 날 한 소년이 작은 무덤을 찾았습니다. 그 무덤은 이 세상에서 태어나자마자 죽은 불쌍한 아기의 무덤이었습니다. 무덤 곁에는 해바라기가 피어 있었지요. 해바라기는 소년에게 “나는 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무덤 속 아기의 이름도 빈센트 반 고흐였습니다. 무덤 속의 아기는 소년의 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찍 죽는 바람에 소년과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었지요. 불쌍한 아기를 잊을 수 없었던 소년의 부모는 소년의 이름을 형과 똑같이 ‘빈센트’라고 지어주었습니다. 그 형의 무덤에서 해바라기를 본 소년은 이후 해바라기를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른이 돼 화가가 된 빈센트 반 고흐. 고흐는 다른 무엇보다 해바라기를 즐겨 그리는 화가가 됐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처럼 밝고 노란 빛을 뿜어내는 해바라기는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지닌 그의 마음을 닮았습니다. 잿빛으로 찌푸린 날 구름을 물리치고 해가 나타나면 무척 반갑지요. 그 노란 태양의 빛은 그래서 늘 희망을 상징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예술을 알아주지 않았지만, 고흐는 죽을 때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언젠가 저 해바라기처럼 온 세상에 밝고 환하게 빛나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그 아름다움을 크게 떨치리라 믿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날에는 해바라기뿐 아니라 화병도 배경도 바탕도 모두 노랗게 칠해버렸지요.
심지어 다른 그림을 그려도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버리곤 했지요. 그래서 이 그림을 보게 된 사람들은 이후 노란색만 보면 고흐를 기억하게 됐습니다. 영원한 노란색의 화가, 그가 빈센트 반 고흐이지요.

한 가지 더∼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은 ‘빛 위의 빛(light against light)’이라고 불립니다. 환한 노란색이 배경에 칠해진 위에 또 노란색으로 해바라기를 그렸으니까요. 그림을 그릴 때 보통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배경은 주제의 보색(반대 색) 혹은 주제보다 어둡고 탁한 색 등 주제와 대비되는 색을 사용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제가 살지 않지요. 그러나 고흐는 <해바라기>에서 주제와 배경에 같은 종류의 색을 써서 오히려 주제를 강렬하게 살리고 있습니다. 위대한 대가의 솜씨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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