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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휴식 후’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MC 유정현

글·송화선 기자 / 사진ㆍ박해윤 기자

입력 2006.07.24 18:59:00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춰 많은 이들을 궁금하게 했던 MC 유정현. 그가 최근 SBS ‘도전 1000곡’의 진행자로 다시 돌아왔다. 변함없는 재치와 진행 솜씨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를 만나 그동안의 생활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1년여 휴식 후’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MC 유정현

큰 눈, 호리호리한 몸매, 약간은 수줍은 듯한 미소. MC 유정현(40)이 지난 10여 년간 변함없이 지켜온 모습이다. 지난해 5월 SBS ‘생방송 TV연예’(옛 ‘한밤의 TV연예’) MC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췄던 그가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매주 일요일 아침 방송되는 SBS ‘도전 1000곡’을 통해서다.
가장 궁금했던 건 지난 1년 동안의 생활. 그가 소리 소문 없이 TV를 떠나있던 이유가 궁금했다.
“그냥 좀 쉬고 싶었어요. 93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활동을 시작한 뒤 한 번도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 바쁠 때는 7개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한 적도 있었고요. 밤을 새워 ‘한밤의 TV연예’ 취재를 한 뒤 아침 생방송을 위해 방송사로 달려간 적이 있을 정도로 늘 일에 쫓기며 살았죠. 문득 돌아보니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끝없이 달려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에게 지난 1년은 쉼 없이 일해온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던 셈이다. 그는 얼마나 쉬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지, ‘한밤의 TV연예’의 마지막 녹화를 마친 바로 다음 날 부인과 단둘이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을 정도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주간의 여행이었지만, 일에 대한 걱정 없이 오직 ‘푹 쉬기만 한’ 미국에서의 나날은 지금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많은 분들이 ‘한밤…’ 마이크를 놓을 때 서운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세요. 하지만 사실 전 진작부터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제작진에 전달해놓은 상태였어요. 95년 리포터로 그 팀에 합류한 뒤 10년 동안 줄곧 한 프로그램을 했으니 얼마나 지쳤겠어요. 많은 것을 배웠고, 즐거운 추억들도 많지만, 그만둘 때 마음은 솔직히 ‘홀가분함’이었어요. 그게 계기가 돼서 다른 부담도 모두 털어버리고 마음껏 쉬어보자고 결심하게 된 거죠.”
유정현은 해외출장 때면 언제나 부인 장지은씨(32)를 동행할 정도로 방송가에 소문난 애처가다. 출장 동행은 가정주부로, 두 살배기 딸 선우를 키우느라 늘 바쁜 아내에게 자신이 출장을 떠날 때만이라도 휴가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작은 ‘이벤트’. 하지만 함께 외국에 나간다고 해서 부부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정현이 일하는 동안 장씨는 혼자 근처를 여행하다 함께 귀국했을 뿐이다. 그런 출장이 반복될 때마다 이들 부부는 언젠가는 둘이 함께 마음껏 시간을 보내며 여행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휴식 기간에 유정현은 부인과 함께 미국, 유럽, 하와이 등을 마음껏 돌아다녔다고. 선우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한 번에 오랜 시간 외국에 머물지는 못했지만, 2주 정도 여행한 뒤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짐을 꾸려 떠나곤 했다고 한다. 그는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에 “모든 여행이 다 ‘최고의 휴식’이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꼽을 수가 없다”고 답할 만큼 그 시간들이 아주 행복했다고 말했다.
“아무 일정도, 계획도 없이 여행을 다닌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유명한 쇼들을 보러 다니고, 유럽에 갔을 때는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후배와 지인들을 만났죠. 호텔 창문을 열고 바깥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아, 이게 바로 휴가구나’ 하고 실감했죠(웃음).”
하지만 유정현이 지난 1년 동안 달콤한 휴식만 즐겼던 것은 아니다. 그는 5년 전 시작했다가 바쁜 스케줄 탓에 중단했던 대학원 석사과정(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방송영상학)을 마치느라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여행을 다닌 시간을 제외하곤 주로 책과 씨름하며 지냈다는 것.

“노래는 또 하나의 목표, 내년에는 뮤지컬 무대에 설 겁니다”
‘1년여 휴식 후’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MC 유정현

“사실 지난해 일을 쉬기 전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목표가 없다는 점이었어요. 올해 제 나이가 마흔인데, 더 이상 일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어요. 방송을 잠깐 쉴 결심을 하면서 과연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했죠. 그래서 내린 결론이 대학원을 졸업하자는 것과, 뮤지컬 무대에 서자는 것이었어요.”
유정현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에게 뮤지컬 도전은 일부 스타들이 한번쯤 시도해보는 ‘외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왕 한다면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그는 지금껏 감히 무대 위에 서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아무 걱정 없이 노래만 하던 학생 때였더라고요. 늘 마음속으로 ‘마흔이 넘으면 내 이름을 건 독창회를 열어야지’ ‘아이가 좀 더 크면 이탈리아로 가서 본격적으로 노래 공부를 시작할 거야’ 같은 꿈을 꾸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휴식기를 가지며 ‘왜 못해, 지금 시작해야지’ 하는 결심을 다지게 된 거예요.”
유럽 여행을 하며 그곳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있는 선·후배들을 만난 것도 그에게 큰 자극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유정현은 이번 학기에 대학원을 졸업한 뒤 올 가을부터 연대 음대 교수로 있는 대학 동창으로부터 정식 성악 레슨을 받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절대 대충하지 않을 겁니다. 조연이더라도 제대로 된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고 싶거든요. 내년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요.”
요즘 유정현의 얼굴이 한층 밝아보인 건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가 된다고 해서 MC로서의 자리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노래가 그에게 동경의 대상이라면, MC는 몸에 꼭 맞는 옷처럼 느껴지는 천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예 프로그램 진행자로 입지를 굳힌 그는 앞으로는 정보와 유머가 함께하는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쪽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싶다고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분에 넘치는 인정을 받으며 행복하게 일해왔어요. 이제는 인생 2라운드를 시작하는 거죠. 지난 1년간 잔뜩 충전한 것들을 풀어내며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자주 인사 드리겠습니다.”

여성동아 2006년 7월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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