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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 궁금증 A to Z’

대안교육운동단체 ‘민들레’ 현병호 대표 조언

입력 2006.06.27 18:33:00

‘홈스쿨링 궁금증 A to Z’

Q 홈스쿨링, 홈스쿨러가 뭔가요? 학교를 안 다닌다는 점에서 탈학교, 탈학교생과 같은 의미인가요?
A 홈스쿨링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홈스쿨링이란 학교를 벗어나 하는 공부를 말합니다. 학교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탈학교와 같은 의미로 보는 분도 계시죠. 하지만 결국엔 자기가 느끼는 기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스스로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계속해서 ‘배운다’는 의식이 분명해야 홈스쿨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해 생기는 탈학교 청소년이 8만 명이라고 하는데, 그 아이들 중 학교를 나와서 스스로 배움의 길을 간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몇 천 명도 안될 겁니다. 때문에 저는 학교를 나온 것과 더불어 부모의 동의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공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예로 학교를 나온 두 아이가 하루 동안 지내는 것은 비슷한데 한 아이는 자신이 홈스쿨링을 한다고 느끼고 다른 아이는 안 한다고 생각해요. 객관적으로 보기엔 비슷한 생활이지만 한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지지하고 공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봐준다고 느끼고 다른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Q 우리나라에서 홈스쿨링 개념이 등장한 건 언제부턴가요?
현재 우리나라 홈스쿨링 인구는 얼마나 되나요?
A 20~30년 전부터 특정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홈스쿨링이 이뤄지긴 했지만, 언론에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은 90년대 말 홈스쿨링을 하는 한 지방 선교사 가정이 한 여성지를 통해 소개되고부터입니다. 저희 출판사(민들레)도 비슷한 시기인 99년 1월 세워져, 창간호에서 홈스쿨링을 특집으로 다뤘어요. 그 후 기사를 보고 홈스쿨링에 관심 있는 스무 명이 민들레에서 만남을 가지게 됐죠.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약간 사회운동적인 성격도 띠게 됐고요. 탈학교생, 홈스쿨러 쉼터인 민들레 공부방도 그 시기에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홈스쿨링과 관련된 통계는 전혀 없습니다. 예상인원도 알기 힘들어요. 무엇보다 홈스쿨링의 정의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니까요. 학교를 자발적으로 그만뒀는지, 아닌지. 또 자발적으로 그만뒀다 해도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죠.
다만 홈스쿨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얼마 전 몇 개 언론에서 홈스쿨링을 기획으로 다룬 것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민들레’만 해도 거의 모든 방송사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일반인 문의전화도 부쩍 늘었어요.
Q 외국에서는 활발히 이뤄지나요?
A 영어권 국가는 홈스쿨링이 꽤 활발한 편이에요. 캐나다나 호주, 미국 등은 땅이 넓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국의 경우 기독교 세가 강한 곳이기 때문에 신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교육에 반감을 갖는 부모들이 홈스쿨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Q 홈스쿨러들은 주로 어떤 이유로 홈스쿨링을 하나요?
A 백인백색이지만 어림잡아 크게 네댓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부모가 교육에 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 처음부터 학교에 안 보내고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 두 번째는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데 별 문제는 없지만 학교교육의 문제를 경험한 부모가 홈스쿨링으로 방향전환한 경우, 또 다른 하나는 아이가 왕따를 당하거나 적응하지 못해서 홈스쿨링이 불가피한 경우, 또는 아이가 영재라서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경우,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로 학교교육을 거부하는 경우 등이죠.
Q 홈스쿨링의 장점은 뭔가요?
A 아이들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거라 할까요. 옆에서 지켜보면 아이들이 대학 가려고 죽어지내는 게 아니라, 지금 살아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어떤 생기랄까, 생명력 같은 거. 그게 앞으로 살아가는 데도 큰 자산이거든요. 아이들은 처음에 조금 비실비실하다가도 살아가면서 제 길을 찾아갈 수 있는데 학교에 잡아두고 획일적인 걸 강요하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Q 홈스쿨링과 대안학교의 차이점은요?
A 또래집단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선 대안학교가 좋죠. 그런데 이상적인 학교는 아이 한명 한명에게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안학교도 그런 목표를 갖고 운영되는데 대안학교가 아무리 대안교육을 한다고 해도 아이가 40, 50명 되면 그러기 쉽지 않죠. 그 점에서 홈스쿨링은 아이에게 잘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고 의사결정 과정도 간단하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할 수 있는 반면 학교에선 그런 걸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유연성이나 다양성은 홈스쿨링이 가장 탁월한 방식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이런 두 가지를 합한 ‘그룹 홈스쿨링’이라는 개념도 나왔습니다. ‘남한산 작은학교’ 같은 경우가 대표적 예인데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 대여섯 명이 모여서 튜터 한 명을 두고 교육을 받는 거죠.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Q 홈스쿨링을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요?
A 홈스쿨링이 잘사는 사람들의 향유물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주 잘사는 사람들은 유학 보내거나 다른 길을 찾지 않을까요(웃음). 어떤 교육을 받든 경제력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좋죠. 하지만 가난하다고 못하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어려운 가정에서도 하고 있는 경우를 봤고요. 다만 도시의 경우 홈스쿨링이 쉽지 않긴 해요. 일단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니까, 부모 중 한 사람이 경제활동을 안 해도 괜찮은 정도는 돼야죠.
Q 초등학생과 중학교 이상 되는 학생의 홈스쿨링은 다른가요?
A 중학생 정도 되면 혼자 여행을 가거나 단체에 참여하는 등 좀 더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지만, 초등학생은 엄마가 전적으로 붙어야 해요. 엄마와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이 보장돼야죠. 실제로 홈스쿨링 교육 모임을 하는 부모는 초등학생 쪽이 절대적으로 많아요.
Q 홈스쿨링을 처음 시작하려면 어떤 절차부터 밟아야 하나요?
A 아이의 담임을 만나서 홈스쿨링 뜻을 밝히고, 이후 교장과 만나 협의를 해야 합니다. 담임이 이해하지 못할 경우 교장과 교감을 통해 바로 만날 수도 있고, 교육청 담당자를 찾아가 상담할 수도 있죠. 가장 쉬운 방법은 교장의 양해를 얻어 ‘정원 외 관리’ 대상으로 처리되는 겁니다. 정원 외 관리대상이 되면 검정고시를 빨리 볼 수 있거든요.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합격증 사본과 의무취학 면제신청을 하면 학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어요.
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배정을 받은 뒤 등록을 하지 않으면 ‘입학 유예’가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중학교 다닐 권리를 해당 나이까지 보장해주기 위해서 만 15세가 지나야 검정고시를 볼 수 있어요.
Q 학교를 안 다니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진 않을까요?
A 홈스쿨러 부모들은 ‘학교가 실제로 사회성을 길러주는가’에 의문을 갖고 있어요. 사회성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잘 맺는 능력이라면, 그 말은 다른 것과 다른 사람을 인정할 줄 아는 능력이란 거죠. 하지만 학교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몸으로 체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획일적이고 통제를 주로 하는 학교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제대로 된 사회성을 기르지 못한다는 거죠. 단지 홈스쿨링의 저변이 넓지 못한 상황 때문에 홈스쿨링의 사회성 문제가 거론된 건데, 그 문제는 ‘학교 너머’와 같은 홈스쿨러 모임 캠프에서 다른 홈스쿨러 친구를 만나고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처세나 조직문화에 대한 적응력이 결여되진 않을까요?
A 학교에 다녔다고 그런 걱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우리 모두 학교를 나왔지만 다들 처세를 잘하나요?(웃음) 물론 홈스쿨이라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우리나라의 군대와 같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가, 이 부분은 아직 홈스쿨링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홈스쿨링을 받은 아이의 유연성이나 융통성이랄까 그런 것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외국 사례이긴 하지만 홈스쿨링을 한 아이는 일반학교에 가서도 잘 지낸다고 하거든요. 리더십도 있고요. 홈스쿨링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헤쳐나갈 힘이 길러지는 것 같습니다.
Q 성공적인 홈스쿨링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려요.
A 물론 홈스쿨링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이의 문제라기보다는 부모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부모가 아이를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못할 경우, 즉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신뢰로 맺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많죠. 부모와 갈등하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에너지가 다 소진되니까요. 그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써야 합니다. 부모와 관계가 좋은 아이들은 학교를 나와 홈스쿨링을 해도 잘할 수 있어요. 부모에 대한 신뢰가 결국 자기 자신을 신뢰하게 만들고,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도록 힘을 주죠.

홈스쿨링에 도움을 주는 사이트
▼ 민들레 www.mindle.org
출판사이자 교육운동 단체인 ‘민들레’의 홈페이지.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홈스쿨링을 소개한 단체답게 풍부한 홈스쿨링 관련 정보와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게시판에서 접할 수 있다.

▼ 학교너머 www.schoolbeyond.org
대표적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홈스쿨링 네트워크. 홈스쿨링 가정 캠프와 정기 모임 등을 소개받을 수 있다.

▼ 남한산 작은학교 humanedu.g3.cc/namhansan
남한산성의 한 카페에서 여섯 명이 모여 그룹 홈스쿨링을 하는 남한산 작은학교의 사이트. 서너 명 혹은 대여섯 명이 함께하는 그룹 홈스쿨링을 원한다면 참고할 만하다.

▼ 대안교육연대 www.psae.or.kr
홈스쿨링을 비롯, 대안교육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www.activelearning.or.kr
‘학교 밖 청소년의 자기 길 찾기’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지원센터로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대안교육사업을 알아볼 수 있다.

▼ 세상을 학교 삼는 아이들의 부모모임 psae.or.kr/bbs/zboard.php?id=home_school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 모임으로 홈스쿨링 관련 모임과 교육에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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