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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별책 부록│초·중등생 학습법 大백과

‘세상을 학교로 삼는 홈스쿨링의 매력’

홈스쿨링 4년, 심은희·이종건 모자가 말하는

입력 2006.06.27 18:31:00

‘세상을 학교로 삼는 홈스쿨링의 매력’

홈스쿨링 4년 차, 이종건군(16). 정규 과정을 밟았다면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나이지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한·러 청소년 교류차 러시아 방문, 자전거 국토 종주, 영어·일어 가능, 특기 거문고 연주…’.
독서량 역시 방대해서 최근 2~3년간 읽은 역사서적만 해도 1백 권이 넘는다고 한다. 두꺼운 영어 원서를 번역할 만큼 영어실력도 뛰어나다.
“요즘은 엄마가 인도여행 다녀오면서 사온 책들을 번역 중이에요. 국내엔 아직 들어오지 않은 책인데 간디 이후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비노바 바베가 쓴 책이에요. 번역하면서 인도 사회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자신 있는 건 영어지만, 좋아하는 건 끊임없이 질문거리를 던져주는 철학”이라는 대답에서도 보통의 열일곱 살과 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혹시 어릴 적부터 워낙 특출난 탓에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된 게 아닐까. 하지만 어머니 심은희씨(44)는 아들의 이런 능력이 홈스쿨링 덕분에 길러졌다고 말한다.
“전혀요, 학교 다닐 땐 그냥 묻히는 아이였어요. 뛰어나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홈스쿨링을 받으면서 달라진 거고, 흥미를 찾게 된 거죠.”
종건군이 홈스쿨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다. 아이가 ‘철학을 하는, 음악을 즐기는 주체적인 농부’가 되길 원했던 어머니 심은희씨는 종건군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최대한 많이 놀 수 있도록’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양평에 있는 대안 학교 ‘작은 학교’로 옮겼다. 아이는 그곳에서도 잘 적응했고 어머니의 바람대로 즐겁게 학교를 다녔다. 때문에 학교 다니는 게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종건군의 홈스쿨링 전환은 좀 의외로 느껴진다.
“학교가 특별히 싫거나 적응하지 못해서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홈스쿨링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랬고, 지금까지 계속 좋으니까 하고 있는 거죠.”
평소 제도권 학교의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어머니 심씨는 당시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던 종건군이 “중학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할까?” 묻자 “맘대로!”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내심 반가웠지만 행여 엄마의 선택으로 오해할까봐 내색하진 않았어요. 대신 ‘책임도 네 것’이라고 강조했죠.”
중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홈스쿨링을 하게 된 후 집에서 공부를 하게 된 종건군은 영어나 수학 같은 기본 교과공부는 주로 독학했고, 모르는 것은 부모에게 묻거나 학원 과외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홈스쿨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초등학교 때 놀기만 했는데 무슨 기본 실력이 있겠어요. 영어만 해도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겨우 알파벳만 아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다고 했고, 그만큼 동기가 확실하다 보니 가능했던 것 같아요. 홈스쿨링은 자기 스타일에 맞춰 시간조절을 할 수도 있고요.”
그러나 종건군이 학교에서처럼 책상머리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만화와 영화, 책을 보았고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놀면서 공부했다”고 말한다.
“세상이 온통 공부거리죠. 만화만 해도 그래요. 종건이는 허영만의 ‘오! 한강’, 김혜린의 ‘북해의 별’ 등을 보면서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거든요. 또 여행을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아있는 세상을 만나게 되죠. 그게 진정한 사회성 아닐까요.”
하지만 모든 것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진 않는다. 한 예로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기획서를 제출하고, 다녀온 후 보고서 제출 및 발표가 필수적이라고.
“아이가 독립하기 전까지 공부에 필요한 비용에 한해 지원해주기로 약속했어요. 그러니까 그냥 놀러가는 여행이라면 지원을 해줄 필요가 없죠. 배운다는 전제하에 여행경비도 지원해주는 거예요.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사실 일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교육비에 비하면 결코 많은 액수는 아니에요.”
종건군과 어머니 심씨 모두 홈스쿨링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동생 종보군도 중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홈스쿨링을 할 예정이라고. 심은희씨는 이제 종건군이 자신에게서 ‘독립’했다고 표현한다.
“홈스쿨링은 세 단계가 있어요. 부모가 방향을 설정해주면서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시기,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설정하면 그에 따라 정보제공 같은 도움을 주는 시기, 마지막으론 모든 결정을 본인이 하고 본인의 맘대로 움직이는 시기. 종건이는 마지막 단계니까, 제가 더 이상 개입할 필요가 없어요.”
남다른 환경에서 교육받은 아이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 궁금했다. 종건군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다.
“하늘을 난다는 게 흥미로워서 한때는 파일럿이 되고 싶었는데 이젠 사회에 도움을 주는 CEO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그것도 언제 바뀔지 모를 일이고…(웃음) 꿈이란 걸 어떤 직업에 한해서 말하긴 어려워요. 시인 에머슨이 ‘내가 살기 이전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놓고 사는 것이 꿈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저도 그래요.”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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