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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대한 호기심 & 창의력 기르기’

생물학 박사 출신 프로마술사 이원근

입력 2006.06.27 18:02:00

‘과학에 대한 호기심 & 창의력 기르기’

“과학은 아이들이 비교적 늦게 접하는 과목 중 하나예요. 초등학교 2학년 밑으로는 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거의 모르지만 일단 과학을 접하고 나면 아이들은 과학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죠. 실제로 조사해봐도 초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장래희망이 과학자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아져요. 그런데 학년이 높아지고,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영어·수학 공부에 치여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죠.”
이원근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43)은 공교육의 과학수업이 체험 위주가 아닌 공식 암기와 문제 풀이 등 주입식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초등학교 때 샘솟는 과학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와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과학은 가정에서 공교육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싶어도 실험에 필요한 기구와 재료를 구하고, 오차 없이 실험을 진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귀국 후 연구소나 대학에 몸담지 않고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렇듯 일상과 괴리되어 있는 과학을 대중, 특히 아이들과 밀착되게 하기 위해서다.
이원근 소장은 지난 2000년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를 설립한 뒤 줄곧 어린이들이 과학과 친숙해지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국내 최초의 과학극단 ‘키스’를 창단해 재미없는 과학을 연극과 접목시켜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최근엔 프로마술사로 변신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2004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마술을 배우기 시작해 최근 일본마술협회 정회원 자격을 얻어 프로마술사가 됐다.

아이가 의문 제기했을 때 선뜻 정답 가르쳐주면 창의력 키울 수 없어
이 소장은 과학적 사고는 의문을 갖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이게 왜 그럴까’ 하고 의문을 던지고, 고민해보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창의력이 쑥쑥 커진다고. 따라서 과학적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특별히 개발됐다는 프로그램이나 교재 및 교구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하는 것보다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의력은 여유가 없으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많이 줘야 해요. 정답을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아이가 자꾸 의문을 갖게 만드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죠. 아이가 어떤 일에 의문을 가진 다음에는 스스로 답을 찾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아요. 정답을 찾는 데 정도가 따로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사실 어렸을 때는 정답을 몰라도 상관이 없고요. 그런데도 누군가 먼저 ‘이건 이렇게 해서 이런 답이 나온다’고 알려주면 아이는 그때부터 그 방법으로만 정답을 찾으려 하죠.”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아이 혼자 힘으로 답을 찾아내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그 원리를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는 그런 점에서 언뜻 과학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마술이 과학에 대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3년여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연극과 마술 공연으로 청소년들에게 과학이 재미있고 유익한 것임을 알려온 그는 아이들이 마술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마술과 과학을 접목시켜 웃음과 함께 지식을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갈고닦은 마술은 대략 수백 가지에 이르고,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스스로 개발한 과학마술만 수십 가지라고.
“마술이라는 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니까 재미있고, 곧바로 의문이 생기잖아요.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고요. 특히 외국 사람들은 대부분 마술을 보고 즐기는 데서 끝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원리를 캐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 과학 원리를 응용한 마술을 보여주면 과학적 사고의 출발이 되는 의문이 솟고, 자기 나름대로의 추론을 하고, 직접 테스트를 하면서 추론을 검증하고, 혼자서 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원리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쳐 과학적 지식도 습득하고 창의력도 개발할 수 있어요. 답을 알기 전에 스스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마술은 단순히 원리를 설명해주거나 실험을 보여주는 것보다 교육적 효과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할 수 있죠. 간단한 마술 한두 개를 스스로 해보는 건 대인관계를 좋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초등학교 5학년과 일곱 살인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이 소장은 과학 원리를 접목시킨 마술을 개발할 때마다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보여준다고 한다. 마술을 보여준 뒤 그 비밀을 알려주면 아이들이 신기해한다고. 그는 마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더 친해진 것 같다고 한다.

“아이가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잔치를 열었을 때 제가 마술을 보여주니까 참 좋아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아빠가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게 좋죠. 또 아빠가 과학을 전공했다고 해도 아이를 앉혀놓고, 공부를 시키는 건 쉽지 않지만 마술을 보여주면서 은연중에 과학적 원리를 알게 하니까 교육적 효과도 높죠. 처음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게 하나 둘 쌓이면 이 다음에 꽤 많은 지식이 될 테고요. 그리고 마술이 주는 첫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그것이 설사 좀 재미없는 원리를 바탕에 두고 있더라도 아이들 머릿속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어요.”

간단한 마술과 연극, 각종 체험 등으로 과학적 호기심 꾸준히 자극해야
그렇다면 아이가 과학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해선 모든 부모가 마술을 배워야 할까. 이 소장은 “흔히 마술이라고 하면 상자 속에 들어간 사람이 사라지고, 모자 속에서 비둘기가 나오는 것만 생각하는데 펜과 고무줄, 쌀과 공, 컵 등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활용해 간단히 해볼 수 있는 마술도 여러 가지가 있다”며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과학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에 과학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도 호기심이 생기면 나중에 같은 내용을 접했을 때 훨씬 높은 관심과 집중력을 보일 수 있기 때문.
“아이가 과학에 흥미를 갖고 공부하고 싶어할 때 적절히 도움을 주면 돼요. 그러려면 부모도 공부를 해야죠. 그렇다고 부모가 교과서의 내용을 섭렵해야 한다거나 실험을 일일이 해봐야 하는 건 아니에요. 아이와 함께 고민해보고, 간단한 마술이나 과학 관련 공연, 체험활동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과학에 흥미를 갖게 하는 데 충분합니다.”
그는 또 아이에게 여러 과학적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 과학이 왜 필요한 것이며, 과학을 공부했을 때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훨씬 유익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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