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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뜻밖의 고백

10년째 신장질환으로 투병 중인 방송인 김혜영

“최악의 시기 넘기고 건강 되찾은 뒤 매사에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ㆍ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6.06.19 16:44:00

97년 완치가 힘든 신장질환의 일종인 사구체신우염 진단을 받고도 방송을 포기하지 않았던 김혜영이 들려준 투병기 & 병마와 싸우며 깨달은 인생의 지혜.
10년째 신장질환으로 투병 중인 방송인 김혜영

김혜영은 철저한 식이요법과 몸에 맞는 약을 찾은 덕분에 병세가 많이 호전됐다고 한다.


MBC 라디오국 한켠에는 20년 이상 라디오를 진행한 MC들의 입 모양을 본떠 만든 ‘골든 마우스’가 걸려있다. 일종의 명예의 전당인 셈인데, 내년 1월이면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진행자 김혜영(44)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골든 마우스에 대열에 합류한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밝은 모습을 보여왔던, 더군다나 요리책을 낼 만큼 야무진 살림꾼으로 알려진 그가 그동안 사구체신우염이라는 난치병으로 투병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5월 중순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지금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된 상태지만 이 병이 완치라는 게 없기 때문에 늘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사구체신우염 진단을 처음 받은 건 97년. 전에 비해 극심한 피로를 느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우연히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집에 일하는 아줌마가 아파서 응급실에서 밤을 새우며 병간호를 하고 다음 날 화장실에 갔는데 소변색이 콜라 빛이었어요. 무척 놀랐지만 ‘이러다 말겠지’ 하고 그냥 넘겼는데 며칠 동안 증상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죠. 진찰을 마친 의사가 병명을 알려주며 더 이상 좋아질 가능성도, 특별한 약도 없다고 하는데 믿어지지 않았어요.”
신장질환의 일종인 사구체신우염은 혈액 내 불순물을 걸러 밖으로 배출하는 사구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소변에 피와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증상으로 완치가 어려우며 증세가 악화될 경우 혈액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당시 두 살, 여덟 살 어린 두 아이를 두고 있던 그는 마음이 참담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아팠다고.
“눈물이 나서 아이들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이 어리니까 더 막막하더라고요. 식구들 다 자는 밤에 혼자 몰래 베란다에 숨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처음 병명 알았을 때는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몰래 많이 울어
병마와 싸우며 하루가 다르게 지쳐가던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과 건강을 염려해준 동료들 덕분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제가 다른 일에는 일절 신경을 안 쓰게끔 도와줬어요.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밥 먹이는 것도 챙겨주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라 결혼 초엔 좀 힘들기도 했는데, 그런 일이 생기니까 비로소 남편의 진가를 알겠더라고요.”
평소 그와 친자매처럼 지내던 가수 현숙은 잘 고친다는 병원을 수소문해 ‘혜영이를 살려달라’며 함께 울어줬고, 건강한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그런 현숙을 “내가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오래 투병생활을 하셔서 서울 한 대학병원은 경비부터 원장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현숙 언니가 하루는 제 손을 잡고 그 병원 원장실로 찾아가서는 ‘제발 혜영이 좀 살려달라’고 울면서 애원했어요. 신장 분야의 권위자였던 원장님은 처음엔 좀 당황하시더니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에는 내가 있다는 걸 믿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해줬는데 그게 제게 큰 힘이 됐어요.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말을 해준 의사는 그분이 처음이었거든요.”

10년째 신장질환으로 투병 중인 방송인 김혜영

10년 가까이 사구체신우염을 앓으면서도 늘 밝은 모습을 보여온 김혜영.


그에게 또 하나 힘이 된 것은 자식 같은 라디오 방송 ‘…싱글벙글쇼’였다고 한다. 그는 병원에서 검사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웃으며 사연을 읽고 노래가 나갈 땐 자리에 푹 쓰러졌지만 절대 방송을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방송을 듣던 청취자들조차 그가 아프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라디오국 간부들과 스태프들은 제가 아픈 걸 알고 걱정하긴 했지만 방송을 그만두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그랬더라면 아마 더 좌절했을 거예요. 방송을 그만두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밥 먹고 누워있는 일밖엔 없는데 그건 제게 사형선고나 다름없거든요.”
그는 2001년 암 판정을 받았던 오미희에게도 라디오 방송을 계속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그때 미희 언니가 항암치료를 받아서 손톱이 새까맸어요. 그러니 몸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런 언니한테도 방송을 계속하라고, 그래야 살 수 있다고 했어요. 완치된 뒤에 언니도 일을 계속하길 정말 잘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기라고 말해요”
그는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혈압이 낮은 편이라 다행히도 사구체신우염을 치료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철저한 식이요법과 몸에 맞는 약을 찾은 덕분에 병세가 많이 호전된 상태라고. 하지만 감기만 걸려도 악화될 수 있기에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한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안 되고 증상의 정도에 따라 물을 잘 조절해서 마셔야 해요. 제 경우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편이라 결명자차, 상황버섯 달인 물, 생수 등을 늘 준비해놓고 번갈아가면서 마시고 있어요. 그리고 감기에 걸리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고 다녀요. 또 무리한 운동은 못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등산으로 건강을 관리하죠.”
힘겹게 건강을 되찾은 그는 병마의 터널을 빠져나온 후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한다. 아등바등 욕심내며 사는 게 얼마나 덧없는지를 절감했기에 매사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또 고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두 딸에게도 성적 걱정은 말고 재미있게 공부할 것을 권한다.
“건강을 잃으면 돈 많고 공부 잘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저는 아이들한테 절대 공부하란 말을 안 해요. ‘연예인 김혜영은 어떻게 아이들 공부를 시키나’ 궁금해하던 동네 주부들이 실상을 알고 나면 ‘제발 아이들 공부에 신경 좀 쓰라’고 충고할 정도거든요(웃음). 초등학교 4학년 딸이 60점, 70점을 받아와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지만 대신 넘어져서 몸에 상처라도 나면 크게 야단치죠. 몸이 최우선이니 항상 조심하라고요. 또 제가 아프면서 사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경험한 만큼 아이들에게도 늘 사람을 잘 사귀라고 말해요.”
공부는 못해도 상관없으니 친구를 잘 사귀라고 말하는 그에게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이며, 남자친구 얘기까지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고 한다. 그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또래 중년 주부들보다 젊어 보이는 것도 자녀 교육문제로 속앓이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아이들이 하루 중 일어났던 일을 다 말해주니까 별로 걱정할 게 없어요. 남편도 자기 일 잘 알아서 해주고…. 제가 아팠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은데 늘 웃으면서 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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