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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기대되는 배우

드라마 ‘이제 사랑은 끝났다’에서 악역 연기로 눈길 끄는 김영재

“처음에는 악역 연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저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어요”

글·구가인 기자 / 사진ㆍ김형우 기자 || ■ 장소협찬·Cook’n Heim(02-733-1109) brokerzee.com

입력 2006.06.19 16:36:00

천사표에서 악역으로. KBS 미니시리즈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 주인공 비의 착한 형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김영재가 악역으로 변신해 화제다. MBC 아침드라마 ‘이제 사랑은 끝났다’에서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등장하는 것. “특정 배역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김영재를 만났다.
#1 아침드라마 촬영장 - Vivace(빠르게, 활기있게)
드라마 ‘이제 사랑은 끝났다’에서 악역 연기로 눈길 끄는 김영재

일일연속극에 출연하는 배우와 인터뷰하기란 쉽지 않다. 촬영분량이 많은 만큼, 촬영 스케줄의 변동도 심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 역시 몇 번의 약속시간 번복 끝에 이뤄졌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MBC 아침드라마 ‘이제 사랑은 끝났다’에서 신분 상승을 위해 야비한 일을 서슴지 않는 인물 배신욱을 맡은 김영재(28). 쉴 틈 없이 분주한 촬영장 한켠에서 만난 그는 크지 않은 목소리에 눈빛이 ‘순한’ 사람이었다. 미안하다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에 금세 마음이 약해진다. 그 수더분한 인상에서 기회주의자 ‘배신욱’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처음엔 정말 어색했죠. 인상 쓰는 거 자체가 너무 싫었어요. 우선 저 자신이 ‘배신욱’이란 캐릭터를 이해하기 어려워 초반엔 많이 헤맸어요. 그래서 슛 들어가기 전에 마음속으로 ‘야! 이 ××야!’ 이러면서 막 욕하고 들어갔죠. 그러다보니 요즘엔 점점 빠져들어요. 욕도 늘어나고… 성격 자체가 이상해지고 있어요(웃음).”
전작과 비교해 캐릭터 변화 폭이 크긴 하다. ‘이제 사랑은…’ 이전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KBS 미니시리즈 ‘이 죽일 놈의 사랑’. 김영재는 여기서 주인공 ‘복구’(비)의 형 ‘민구’ 역을 맡았다. 동생 대신 소년원에 가고, 사랑하는 여자의 약혼 소식에 충격을 받아 옥상에서 떨어져 식물인간이 되는 착하고 여린 캐릭터 ‘민구’는 지금의 ‘배신욱’과 대척점에 있다.
“당시 민구에게 푹 빠져있었어요. 대사 안 외워서 좋겠다고 하는데, 사실은 많이 힘들었어요. 그렇게 누워있다 보면 기가 빨려나가요. 촬영하면서 실제로 5kg 정도 빠졌고요.”
식물인간 역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서른 번 넘게 봤다는 그는 배역에 따라 평소 성격과 행동을 바꿀 정도로 연기에 몰입하는 타입이다. 극 초반 배신욱이 여주인공 홍도와 사이가 좋았을 땐 홍도 역의 오세정과도 살갑게 지내다가, 위기 상황에 있는 지금은 촬영장 밖에서도 거리를 둔다고.
“감정을 좀 더 잘 잡으려고 그래요. 촬영장 밖에서의 분위기가 연기할 때 느낌에도 조금 영향을 주는 거 같거든요. 예전엔 오세정씨와 의식적으로 매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했어요. 그러다 (극 중 관계가) 점점 틀어지면서 실제 관계도 소원해졌죠. 물론 촬영 끝나면 다시 친하게 지낼 거예요(웃음).”
지난 1월 시작해 7월 초에 종영 예정인 이 드라마는 김영재의 TV 드라마 첫 주연 작. 1백50회에 달하는 이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쉼없이 촬영했다고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촬영일정에 지칠 만도 하다.
“피곤하기보다, 아직은 (연기) 내공이 달린다고 할까요. TV 드라마 시스템이 어려운 게, 일주일에 영화 한 편 분량 이상을 찍어내요. 처음에는 이건 아니다 싶은데도 대사만 안 틀리면 그냥 넘어갈 때가 많았어요. 요즘은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이해를 얻어요.”
‘이제 사랑은…’ 게시판에는 배신욱을 비난하는 글이 드문드문 올라온다. 그가 그만큼 실감나는 연기를 보였다는 증거지만, 혹시 기분 상하진 않았을까.
“게시판을 보니까 저를 호되게 질타하는 분이 종종 있더라고요. 특히 외모를 가지고 그러시던데, 윗입술 라인이 없다는 등, 재수 없게 생겼다는 등…(웃음).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관심이라고 생각하니까 괜찮아요.”

#2 배우의 꿈 - Andante(조금 천천히, 걸어가듯)
드라마 ‘이제 사랑은 끝났다’에서 악역 연기로 눈길 끄는 김영재

드라마에 출연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지난 6년간 여러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경험을 쌓았다는 김영재.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의 극단을 오가는 김영재는 스스로를 신인이 아닌, ‘중고 배우’라고 칭한다. 지난 6년간 ‘싱글즈’ ‘해안선’ ‘거미숲’ ‘사랑니’ 등 여러 영화에 출연해왔기 때문.
“지난해 ‘사랑니’에 출연하기 전까진, 주로 단역만 맡았어요. 오디션만 1백 번 넘게 봤던 것 같아요. 번번이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졌죠. 같이 최종 오디션을 보던 배우가 어느새 다른 영화에서 주연이 되고, 스타가 됐는데 전 여전히 단역에 머물러 있을 때… 많이 서러웠죠. 연기자가 된 걸 후회하기도 했고요.”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김영재는 사실 군대를 다녀와 대학에 복학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배우가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한다. 그저 연출자를 꿈꾸는 ‘조용한 학생’이었다고.
“어느 날 영화를 보는데, 갑자기 ‘욱’ 하는 감정이 들더라고요. 한 대 맞은 것 같기도 하고, 소름도 돋고. 영화를 보다가 그런 느낌이 든 건 처음이었어요. 그러면서 ‘저 배우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다, 나도 연기를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처음엔 학과 연극동아리에서 활동을 했고, 이후엔 명계남 선생님이 만드신 ‘액터스21’에 오디션을 봐서 들어갔어요. 다른 친구들이 취업준비를 시작할 때 저는 딴따라의 길로 접어든 거죠.”
그의 갑작스런 전향(?)에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잠시 미쳐서 하는 짓’으로 여겼다고 한다.
“아마 액터스21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잠깐 그러다 멈췄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때 오디션에 통과했고, 6개월간 무료로 교육받으면서 처음 제대로 된 연기수업을 받았죠. 당시 오지혜씨가 가르치셨는데 진짜 배우들과 생활하니까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순간 ‘꽂혀’ 내디딘 배우의 길은 쉽지 않았다. 생계유지를 위해 사촌형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양한 부업을 했다.
“기억에 남는 부업 중 하나가 콘돔을 말아서 예쁘게 포장하는 거였어요. 하나 포장하면 7원을 줬는데… 배고픈 시절이었죠. 한번은 아버지와 싸운 적이 있는데, 당시 한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고 연락받은 상황이었어요. 아버지 앞에서 큰소리쳤죠. 나도 이제 주인공 됐다고, 내일부터 촬영 들어갈 거라고… 그런데 그날 전화가 오더라고요. 주연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아, 그땐 정말… 결국 밖에 나와서 울었어요.”
김영재가 다양한 배역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연기 밑바닥을 지탱하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 덕분인지도 모른다.

#3 자유로운 연기, 소박한 삶 - Comodo(알맞은 템포로, 편안하고 자유롭게)
짧지 않은 무명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한길을 걷게 한 힘이 뭐였냐는 질문에 김영재는 ‘사람들’을 꼽았다.
“솔직히 ‘난 성공하게 돼있어’ 식의 자신감은 없었어요. 그저 바람만 있을 뿐이죠. 잘 모르겠는데, 아마 사람들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슬럼프가 와서 그만 접어야지 생각했을 때, 주변의 ‘헝그리’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위로해주고… 이런 게 정말 도움이 됐죠. 그렇게 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하고, 자극도 받았으니까요. 이쪽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가족처럼 되는 게 참 좋더라고요. 그 즐거움에 포기 못한 거예요.”
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가 잦다 보니 “여자친구 만들 시간도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의 이상형은 ‘배려심 많은 여자’.

드라마 ‘이제 사랑은 끝났다’에서 악역 연기로 눈길 끄는 김영재

“결혼은커녕 연애 안 한지도 꽤 됐어요. 요즘 많이 외롭더라고요. 가끔 문자 오면 ‘대리운전’ 광고나 와있고…. 매일 만나는 건 좀 힘드니까, 가끔 만나더라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이해심 많은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밤에 문자도 보낼 수 있고요(웃음).”
“카메라 앞에 설 때가 가장 뿌듯하다”는 김영재는 역할과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배우’를 꿈꾼다. 조니 뎁이나 짐 캐리처럼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드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자유롭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배역은 없는지 묻자, 잠시 망설이다가 6년 전 연기를 처음 배웠을 당시 떠났던 여행 이야기를 들려준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무작정 여행을 떠났어요. 안동에서 부산, 해남을 지나 보길도로 가는 여행이었는데… 마지막 보길도 가는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저 빼고 다 노인 분들이었는데, 가난하지만 참 행복한 풍경이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그런 소박한 사람들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어요.”
순한 눈빛의 이 배우와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은 참 잘 어울릴 것 같다. 앞으로 그가 떠나게 될 자유롭고 편안한 여행길이 궁금해진다.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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