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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활동하다 10년 만에 고국 무대 찾은 가수 장은숙

기획·김유림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ㆍ김형우 기자

입력 2006.06.19 16:30:00

90년대 중반 활동무대를 일본으로 옮겼던 가수 장은숙이 10년 만에 귀국해 새 앨범을 발표했다. 이제는 추억의 가수로 중년 팬들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가 지난 10년 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일본에서 활동하다 10년 만에 고국 무대 찾은 가수 장은숙

1970년대 말 혜성처럼 등장해 ‘춤을 추어요’로 많은 인기를 모았던 가수 장은숙(49)이 오랜만에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95년부터 일본에서 활동하던 그가 최근 귀국해 새 앨범을 발표한 것. 일본에서 싱글 포함, 17장의 음반을 내놓으며 왕성한 활동을 펼친 그는 지난 2월에는 도쿄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가졌다.
그는 10년 만의 귀향과 고국에서의 활동 개시라는 의미를 담아 새 앨범 제목을 ‘10년 만의 외출’로 정했다. 또한 히트곡 ‘춤을 추어요’를 새롭게 편곡해 실었고 일본에서 인기를 끈 ‘목요일의 여자’ ‘지금 바로’ 등을 한국어로 불렀다.
77년 TBC ‘스타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춤을 추어요’를 타이틀곡으로 한 첫 번째 앨범을 발표, 30만 장에 달하는 음반판매를 기록하며 단시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때를 회상하며 미소를 짓는 장은숙은 당시 자신의 형편없는 춤 솜씨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방송 리허설 도중에 ‘어쩜 그렇게 춤을 못 추냐’며 제작진에게 야단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따로 안무수업을 받아도 잘 안되더라고요. 몸 따로 음악 따로…. 그런데도 당시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웃음).”
춤을 못춰 곤욕을 치렀다고 하지만 짧은 치마를 입고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흥겹게 노래를 부른 그는 ‘섹시 댄스 가수’라는 이미지를 얻었고 그 후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연예인 며느리 안 된다’는 남자집안의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 겪어
그러나 꾸준한 인기를 누리던 그에게 한 차례의 어려움이 찾아왔다. 80년대 후반 ‘연예인 며느리는 안 된다’는 남자 쪽 식구들의 반대로 3년 동안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는 아픔을 겪은 것. 젊은 나이에 큰 상처와 충격을 받은 그는 아직까지 미혼이다.
“당시 상심이 너무 커 수면제, 안정제 등을 과다 복용해 병원에도 자주 드나들었어요. 그 바람에 3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죠.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까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이후 그는 4년 동안 자신이 직접 제작한 3장의 앨범을 발매했지만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작곡가가 택시 안에서 우연히 그의 노래를 듣고 운전기사에게 가수 이름을 물어 수소문한 끝에 그를 만나 적극적으로 일본행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1년만 있다 돌아올 생각이었어요. 나이 들어 공부하려니 일본어도 잘 안되고 너무 힘들어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빨리 돌아가자’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새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요(웃음).”
일본으로 건너가 발표한 앨범 ‘유메노 가케라’가 10만 장 넘게 팔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그는 그해 연말 ‘일본유선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일본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가수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본 가요계는 우리나라와 달리 레코드 회사 중심으로 움직여요. 한국처럼 기획사가 신인을 관리하고 거액의 계약금이 오가는 건 생각할 수 없죠. 가수의 수입은 오로지 소속회사의 월급, 앨범을 팔아 올리는 인세뿐이에요. 그러니 가수들은 음반을 팔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일본에서 활동하다 10년 만에 고국 무대 찾은 가수 장은숙

그는 이번에 새로 내놓은 앨범 ‘10년 만의 외출’을 들고 ‘일본식’ 홍보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전국을 돌며 백화점이든 공원이든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과 악수하며 “내 노래가 마음에 들면 음반을 사달라”는 호소를 할 작정이라고 한다.

그는 고국에서의 활동을 준비하면서 서울에도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앞으로 일본에 진출하고자 하는 후배 가수들을 양성하는 ‘한류 비즈니스’를 추진할 계획인 것.
“일본 가요계에 진출하려면 그 나라 문화와 시장 시스템을 잘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일본 가수들의 헝그리 정신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일본으로 진출하려는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흔아홉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날씬한 몸매와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겪은 크고 작은 시련 앞에서 더욱 자신을 혹독하게 대했기에 마음도 외모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제 인생에서 30대는 너무 아깝게 흘러가버렸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여전히 30대라 생각하고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런 착각도 하지 않으면 사는 게 참 우울하지 않겠어요?”
시련을 기회로 삼아 평생 가수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이제 한류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사업가로서 또 한번 새로운 모험을 준비 중이다.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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