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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재혼 가정 성공기

세 자매 영재로 키운‘재혼 부부’ 황석호·윤미경 남다른 교육법

“재혼 가정일수록 부부 중심으로 생활해야 아이들도 빨리 안정 찾아요”

기획·이남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6.06.19 16:25:00

초등학교 졸업이 정규교육의 전부인 세 딸을 ‘영재’로 키운 황석호ㆍ윤미경 부부. 이들은 지난 99년 재혼해 가정을 꾸렸다.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 한 번 시키지 않고 오직 집에서만 공부를 하게 했다”는 황씨 부부의 남다른 교육법과 부부사랑법에 대해 들어봤다.
세 자매 영재로 키운‘재혼 부부’ 황석호·윤미경 남다른 교육법

두 딸 다빈, 정인양과 황석호·윤미경 부부(왼쪽부터).


세 자매를 모두 영재로 키워낸 부모가 있다. 주인공은 황석호(38)·윤미경(40) 부부. 이들의 큰딸 손빈희양(15)은 지난해 14세 나이로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올해 부산외대 법대에 진학했다. 7개 대학의 수시모집에 합격해 ‘골라서’ 대학에 입학한 빈희양은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을 뿐 아니라 기숙사비가 무료이며 대학 1학년부터 고시반에 들어가 사법고시를 준비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빈희가 (부산외대) 장학생으로 선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대입원서에 주민등록번호가 잘못 기재된 것 같다’면서 대학 측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다른 입학생들보다 네, 다섯 살이나 어리니까 주민등록번호를 틀리게 작성한 줄 알았나봐요. ‘맞다. 이제 열다섯 살’이라고 하자 ‘정말이냐’면서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측이 빈희의 조기 입학소식을 언론에 알려 유명세를 타게 된 거죠.”(황석호씨)
황씨 집에는 빈희양 외에 영재가 둘이나 더 있다. 동생 황정인양(15) 역시 2005년 대입 검정고시를 최연소로 합격했고 셋째 손다빈양(14)은 올해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최연소로 합격했다.
이쯤 되면 빈희네 세 자매가 특별한 영재교육을 받거나 영재를 만들기 위해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부모의 교육열에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예측하겠지만 빈희네 자매들은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 정규교육도 초등학교를 다닌 것이 전부다. 이들은 한 핏줄로 맺어진 친 자매도 아니다. 황씨와 윤씨 두 사람이 99년 겨울 새 가정을 꾸린 것.
“제 처지를 잘 아는 분이 (지금의) 남편을 소개시켜준다고 하기에 대꾸도 하지 않았어요. 이혼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였고 또다시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자꾸 한번만 만나보라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약속장소에 나갔죠. 얼굴을 보니 영 아니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저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2시간 동안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흔들렸어요. 무엇보다 부모의 이혼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정인이와 태성이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황씨는 윤씨와 재혼하던 해 여름 전처와 이혼을 했다. 이 과정에서 큰딸 정인양은 할머니 손에 맡겨졌고 둘째 태성군(9)은 고모에게 보내졌다.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한 아내가 책을 읽고 있었는데 첫눈에 마음에 들었어요. 아내는 저보다도 제 아이들이 더 걱정됐던 모양이에요. 아이들을 돌봐줄 테니 자신의 집으로 보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을 먼저 아내에게 보낸 뒤 전화통화를 하고 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이 싹트게 됐죠.”
황씨의 두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 윤씨는 정서가 불안정한 정인양과 태성군의 아픈 상처를 사랑으로 어루만져주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두 아이들이 저희 집으로 들어온 지 몇 달 후에 살림을 합쳤어요. 저희 부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혼과 재혼으로 인해 아이들이 겪은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었죠. 정인이와 태성이는 공부와는 거의 담을 쌓은 상태였어요. 성적은 꼴찌에 가까웠고요. 저는 오랫동안 학원을 경영하며 아이들을 교육시킨 경험으로 4명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공부를 가르쳤어요.”(윤미경씨)
한의학을 공부한 황씨는 재혼한 이듬해인 2000년 아내 윤씨, 네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떠났다. 자녀들 세대에는 중국어가 살아가는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는 국내에서의 정규교육을 과감히 포기하고 중국에서 3년간 머물렀다.

세 자매 영재로 키운‘재혼 부부’ 황석호·윤미경 남다른 교육법

1 황석호·윤미경 부부가 새롭게 가정을 꾸릴 무렵.
2 맏딸 빈희양과 막내아들 태성군.
3 이들 가족은 3년간 중국에 머물렀다. 왼쪽부터 다빈, 정인, 빈희양, 그리고 어머니 윤미경씨.


“중국어, 영어,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외국어 하나. 이렇게 3개 국어를 하면 살아가는 데 경쟁력이 있다고 믿었어요. 처음 1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죠. 일부러 한족 아이들만 있는 학교에 입학시켰는데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상태여서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어요.”
학교 측은 황씨에게 “도저히 수업을 따라오지 못해 가르칠 수 없다”고 통보했고 이날부터 황씨의 스파르타식 교육이 시작됐다.

짧은 시간 공부해도 성적 오르도록 집중력 길러줘
“각각 하루에 단어 20개씩 외우라고 시켰어요. 매일 시험을 봤죠.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면 셋을 모두 혼냈어요. 그렇게 하니까 잘하는 아이가 못하는 아이를 가르치더라고요. 아이들끼리 스스로 도우면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익혀나갔어요. 결국 이 교육방법은 성공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중국에 발을 내디딘 빈희가 6학년 때 전교 1등을 차지하더라고요. 나머지 아이들도 중국 학교에서 줄곧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죠.”
황씨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은 ‘집중력’이라고 손꼽는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지 않아도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공부하는 요령을 익히면 누구나 영재가 될 수 있다는 것.
“아이들에게 명상을 통해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뇌 호흡, 극기 훈련, 여행 등을 통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있어요. 무슨 일이든 마음먹기에 달려 있잖아요. 공부를 하면서도 딴생각을 하고 있으면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하죠.”
황씨는 “누구나 잘하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가 있다”면서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정인이와 다빈이는 큰언니가 공부한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언니처럼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거든요. 아이들은 저희가 재혼한 직후 학교 친구들로부터 ‘너희들은 자매인데 왜 성이 다르냐’는 말을 듣고 상처를 많이 받았대요. 울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매야말로 같은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임을 깨달은 거죠.”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결혼하는 4쌍 중 1쌍이 재혼 가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재혼 가정이 깨질 확률은 70%로 초혼 가정보다 훨씬 높다는 것. 특히 황씨 부부처럼 각각 자녀를 데리고 재혼하는 경우는 갈등과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이혼, 재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가르쳐
“아이들에게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가르쳤어요.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라고요. 또 저는 아이들 앞에서 아내에게 애정표현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키스하고 끌어안는 것은 기본이고요. 아이들은 ‘제발 우리들 앞에서 비디오 찍지 말라’면서 ‘19세 관람 불가’ 행동을 삼가라고 농담을 해요. 하지만 그 모습을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 부모가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끼죠.”

세 자매 영재로 키운‘재혼 부부’ 황석호·윤미경 남다른 교육법

황석호·윤미경 부부는 “아이들 앞에서 부부가 과감한 애정표현을 할수록 가정이 더욱 화목해진다”고 말한다.


황씨는 부부 사이에 애정표현은 과하다 싶을 만큼 차고 넘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음속으로만 ‘사랑한다’고 되뇌는 게 아니라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것. 황씨는 사진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아내에게 “사랑해”라고 속삭였다. 학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막내 태성군과 부산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어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한 빈희양을 제외한 두 딸 정인양과 다빈양이 “아빠, 사진 찍을 때는 좀 참아 주세요” 하고 부탁했지만 황씨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내를 꼭 끌어안았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만날 저렇게 지내요. 삐져나온 엄마의 뱃살을 만지면서 아빠는 ‘이마저도 사랑스럽다’고 하질 않나 ‘바람 불면 날아가게 생겼다’면서 몸매에 자신 없어하는 엄마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해요.”(다빈)
황씨는 “가족생활은 부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아이들에게 “아빠는 너희들보다 엄마를 훨씬 사랑한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부모가 행복해야 가정이 화목해진다는 것. 윤씨 역시 “엄마 아빠의 다정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안정을 빨리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가 다투고 나서 오랫동안 말문을 닫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 방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부부싸움은 ‘짧게’, 화해는 ‘빨리’ 하는 게 중요하죠. 특히 재혼 가정은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해요.”
황씨는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행복한 가정의 지름길”이라면서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공부하라는 잔소리 대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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