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지 독점

‘사랑 안 해’로 또다시 인기몰이! 백지영 ‘그 사건 후 6년’ 풀고백

“1위 소식 들었을 때는 세상 다 안은 느낌, 이젠 노래로만 평가받고 싶어요”

기획·김유림 기자 / 글·최승현‘조선일보 기자’ / 사진ㆍ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6. 06. 16

가수 백지영이 재기에 성공했다. 5월 초 발표한 발라드 곡 ‘사랑 안 해’로 온·오프라인 가요순위를 석권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그가 6년 전 ‘B양 비디오’ 사건으로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과 다시 가수로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 부모에 대한 애틋한 마음까지 속속들이 털어놓았다.

‘사랑 안 해’로 또다시 인기몰이! 백지영 ‘그 사건 후  6년’ 풀고백

가수 백지영(28)이 다시 일어섰다. “이제 다시 사랑 안 해, 말하는 난 너와 같은 사람~”, 5월 초 나와 온·오프라인 가요순위를 순식간에 석권해버린 노래 ‘사랑 안 해’. 지난 2000년 터져나온 ‘B양 비디오’ 사건의 주인공 가수 백지영이 이 노래를 불렀다. 지난 6년간 2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몇몇 노래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사랑 안 해’처럼 폭발적인 반응은 이번이 처음. 이 노래는 요즘 최고 인기를 달리고 있는 그룹 SG워너비의 ‘내 사람’마저도 넘어서는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 한 미용실에서 만난 백지영은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사랑 안 해’가 발표된 이후 온라인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을 다 안은 느낌이었고 천국에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금 열심히 활동 중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얼마나 제 노래를 좋아하고 다운로드 받는지 제대로 확인해볼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매체를 통해 조금씩 ‘사랑 안 해’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게 됐는데 얼떨떨했어요. 사실 이렇게 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댄스에서 발라드로의 변신이 자연스럽다는 평가 정도로도 충분했는데….”
‘대시’ ‘새드살사’ 등 라틴댄스 계열 음악으로 인기를 끌었던 백지영. 하지만 그는 1집 데뷔 당시, ‘작은 바램’이라는 발라드 곡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어떨까 고민했을 정도로 발라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저도 발라드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때는 라틴이 대세였기 때문에 댄스 계열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는 자신이 라틴댄스 계통 여가수로 분류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아직 라틴음악의 진정한 맛을 알지 못하는데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한되는 것 같아서라는 그는 “무용가 홍영주씨에게 라틴댄스의 기본부터 배우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랑 안 해’의 성공에 대해 주변의 해석이 분분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곡의 완성도가 높았고 백지영에게 발라드를 기대했던 팬들의 은근한 기대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에 성공한 것 같다”고.

“그 일 일어났을 때는 수십 가지 감정이 북받쳐 힘들다는 느낌은 아예 뒷전이었어요”
“사람들이 ‘사랑 안 해’를 들으며 오직 가수로서 저를 인정하는 데서 딱 멈춰줬으면 해요. 과거의 ‘그 일(비디오 사건)’은 제가 늙을 때까지, 어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도 사라지지 않겠지만 매번 연관돼서 얘기가 나오는 건 부담스러워요.”
어렵게 아픈 기억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본인 또한 피해자였음에도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야 했던 6년 전 그 일에 대해 그는 “안타깝고 억울하고 막막하고 수십 가지 감정이 북받쳐서 힘들다는 느낌은 아예 뒷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그는 “주위 사람과 가족이 아니었다면 평생 걸려도 이겨내지 못했을지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감추기 시작하면 갈수록 감출 게 많아져요. 차라리 ‘오픈’하는 게 낫죠. 사건 후 5개월 만에 3집을 낸 것도 그래서였어요. 물론 저는 무기력했지만 회사와 친구들이 저를 밖으로 끌어냈어요. 회사에서는 ‘빨리 앨범을 내야 빨리 잦아든다’고 했고 저도 ‘피할 수 없다면 잘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당시 앨범을 발표한 것이 시기상조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 과정을 빨리 겪었기 때문에 오늘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가혹했다. 누구도 백지영을 방송에 못 나오게 하지 않았지만 방송사는 그를 찾지 않았다. ‘누가 총대를 메느냐’의 문제였다.

‘사랑 안 해’로 또다시 인기몰이! 백지영 ‘그 사건 후  6년’ 풀고백

2000년 댄스곡 ‘새드살사’로 가요계 정상을 누릴 때의 모습.



“2001년 8월 SBS에 먼저 출연했는데 시청자 게시판에 난리가 났어요. PD분이 ‘이제 힘들겠다’고 하더군요. 이미 제 마음에는 굳은살이 박혔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충격이 컸어요.”
그는 “아직도 인터넷을 보면 저를 비난하는 글이 꽤 있지만 괘념치 않게 됐다”며 “인생은 결국 뭘 쥐고 뭘 버릴 것이냐가 중요한데 억지로라도 웃어넘기면 그냥 지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를 비판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남자보다 여자가 많아요. 남성 위주 한국사회에서 억눌려 지냈던 그분들요.”
여성운동가들이 주도하는 안티미스코리아 대회에도 참가했던 백지영. 그는 “이 대회에 나갈 당시 개인적 주관이 없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 사람들에게 그저 도움받고 싶은 생각뿐이었어요. 사실 제 머릿속에는 여권 운동하는 분들 이미지가 공격적으로 박혀있었거든요. 하지만 ‘우리를 이용해 지영이 인생이 밝아졌으면 좋겠다’는 그분들의 진심을 알면서 색안경을 벗게 됐어요.”
아직도 그의 가슴 속에는 켜켜이 분노가 쌓여있을 것 같지만, 그의 말과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제가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에요. 그냥 그때나 지금이나 저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이해가 가요. 그 충격적 사건의 중심에 제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대중에게 미안한 마음이고요.”
그는 “제 사건으로 한국사회가 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사실을 느낀 사람이 많고 그래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아니겠냐”고도 했다.
백지영은 데뷔하기까지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했다. 남들처럼 라면 먹고 찬 바닥에서 자고 지하실에서 목이 터져라 연습하는 등의 과정을 겪지 않았다는 것.
“원래 클라리넷 전공으로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돼 방송연예과에 들어갔어요. 한동안 방황했죠. 제가 대학에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미래에 대한 꿈도 확실치 않았고요. 그러다 학과에서 공부를 하며 연기와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가끔 무대에 설 때면 노래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수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고, 오디션도 한 번 만에 붙은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벼랑 끝에 몰려서도 ‘내 가수 인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고 수없이 다짐”
백지영은 자신이 꽤 빨리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 추진력과 강한 체력을 꼽았다.
“한창 때는 하루에 13개나 되는 스케줄을 소화했는데 그렇게 일해도 지치는 기색 없이 밝은 모습으로 팬들을 만나니까 사람들이 인정해줬던 것 같아요. 데뷔하고 얼마 동안은 하루도 쉬지 않고 노래며 춤 연습을 했죠.”
그는 차분하면서도 허스키한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활동을 하고 있을 때는 목소리에 둔감해져서 모니터링을 하기 힘들어요. 어쩌다 차에서 제 노래를 들으면 허스키하면서도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듯한 목소리가 호소력 있다는 생각이 들긴해요. 그런데 목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술을 마셔도, 말을 많이 해도, 피곤해도 목부터 먼저 쉬거든요. 그래서 인터뷰하는 것도 사실 싫어해요(웃음).”
백지영은 자신이 무슨 변신을 시도할 때마다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했다.
“‘사랑 안 해’ 후속곡 ‘EZ Do Dance’를 두고 댄스계 여왕 등극을 다시 노린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건 아니에요(웃음). 발라드를 부르다 보니까 무대에서 춤을 추며 노래하던 댄스가수 시절이 그립고 다시 즐기면서 노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사랑 안 해’로 또다시 인기몰이! 백지영 ‘그 사건 후  6년’ 풀고백

그는 벼랑 끝에 몰려서도 ‘내 가수 인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고 수없이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족 얘기를 꺼냈다.
“부모님이 말수가 적으세요. 제가 힘들어하고 있을 때 저를 대하는 게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밥 먹어라’는 말 한마디 꺼내기도 쉽지 않으셨을 거고요. 그런데도 제게 살갑게 대해주신 게 눈물나게 고마워요.”
노래 하나로 모든 것을 평가받고 싶다고 말하는 백지영. 그의 새 앨범 제목은 ‘스마일 어게인(Smile Again)’이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