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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는 도전

홍상수 감독의 영화로 스크린 데뷔하는 고현정

“노출 연기, 생각만 해도 무섭지만 영화에 꼭 필요하다면 할 수 있어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ㆍ지재만 기자

입력 2006.05.10 10:47:00

고현정이 데뷔 후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한다. “감독과 관객이 원하면 노출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히는 고현정을 만났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로 스크린 데뷔하는 고현정

영화 홍보용 포스터 속 자신의 모습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며 멋쩍은 듯 웃는 고현정.


“그동안 의도하지 않게 보호받으며 살아왔어요. 이제 제가 용기를 내서 여러분 앞에 다가가는 거니까 밀어내지 마세요.”
고현정(35)은 쑥스러운 듯 연신 머리를 뒤로 넘기며 환하게 웃었다. 2003년 이혼 후 1년여 만에 드라마 ‘봄날’로 화려하게 컴백,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영화 ‘해변의 여인’으로 스크린에 도전한다.
바다로 떠난 네 남녀가 벌이는 로맨스를 담은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 고현정이 맡은 역은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며 혼자 공상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는 개방적인 여성 문숙. 네 남녀에는 고현정 외에 김승우, 김태우, 송선미가 캐스팅됐다.
영화계 안팎에선 작품 선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고현정이 자신의 첫 영화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선택한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군다나 출연료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니, 그가 ‘모험’을 강행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제가 홍상수 감독의 팬이에요. 영화 내용은 아직 모르지만(홍상수 감독은 대본을 촬영 당일 배우들에게 주기로 유명하다) 감독님이 좋아서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5월 초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고현정은 지난 4월 중순 포스터 촬영 때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주었다.
“태우씨랑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승우씨만 좋아라’ 하는 표정을 지으라고 주문해서 섭섭했어요(웃음).”
‘강원도의 힘’ ‘극장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생활의 발견’ 등 홍 감독이 만든 모든 영화에는 꼭 여배우의 노출 장면과 베드 신이 등장한다. 엄지원, 성현아, 추상미 등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여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 장면은 흥행과는 무관하게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동안 청순하고 우아한 이미지로만 비쳐졌던 고현정이 노출 연기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도 큰 관심사다.
“노출 연기는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웃음). (노출 신이나 베드 신이) 감독님이 원한다고 꼭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관객이 원하면 감독도 할 것이고 원하지 않으면 감독님도 주저하시겠죠. 지금까지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지만 그건 소소한 제 욕심일 뿐이고 영화에 꼭 필요하다면 할 수 있어요. 이제는 배우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고 싶거든요.”
변화에 대한 의지는 외모에서도 드러났다. 고현정은 그동안 고집해왔던 긴 생머리 대신 웨이브가 살짝 들어간 경쾌한 느낌의 갈색 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영화에서는 현재보다 웨이브가 더 많이 들어간 집시 스타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이런 그를 보고 있노라니 소풍을 앞두고 설레서 이것저것 상상하고 준비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소영, 최진실 라이벌로 생각 안해, 영화에 관해 한 수 배울 생각이에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로 스크린 데뷔하는 고현정

“영화를 앞두고 기대나 재미보다 두려움이 앞서요. 드라마는 TV를 틀면 나오지만 영화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서 봐야 하는 거잖아요. 그림일기를 끝내고 줄만 그어져 있는 일기장을 선물받은 기분이랄까, 아무튼 갑자기 소녀에서 성인으로 부쩍 성장한 듯한 느낌이 들어요.”
고소영, 최진실 등도 올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영화 작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영화계에선 자연스럽게 이 세 배우의 흥행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소영씨나 최진실씨는 영화를 많이 했잖아요. 그분들은 워낙 잘하니까 제가 라이벌은 못 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영화를 잘할 수 있을지 그분들에게 물어봐야 될 것 같아요.”
고현정은 간간이 웃음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말을 풀어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홍 감독은 이런 그를 두고 “몇 시간을 함께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친구다. 한마디 한마디 귀에 꽂힐 정도로 신선하게 말을 잘하는 게 매력”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만난 고현정은 이혼의 상처도, 지난 연말 떠돈 음독 소문도 훌훌 떨쳐버리고 예전의 밝고 활달한 모습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다. 이제 용기를 내서 다가서려고 한다”는 그의 말은 재벌과 결혼, 베일에 가린 생활을 해야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가정의 달인데다가 결혼기념일, 아이들의 생일이 몰려 있는 5월이면 유난히 더 외로움을 탄다는 고현정. 그가 영화 크랭크인과 함께 행복한 5월을 보내고 지금처럼 밝은 모습으로 스크린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6년 5월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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