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은 예부터 ‘충절의 고장’이자 ‘예(禮)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매헌 윤봉길 의사의 고향으로도 이름난 이곳에는 옛것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전통 방식으로 삼베를 짜고 명장에게 옹기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며,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목장을 구경하는 이색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따사로운 날씨와 신록 우거진 산과 들이 나들이길을 재촉하는 5월, 충남 예산을 찾아가보자.
삼베 짜기와 쑥개떡 만들기 체험
예전에는 삼베의 원료가 되는 대마에 마약 성분이 있어서 삼베 짜기를 제한, 많은 수의 삼베마을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예산군 광시면 신흥리에 가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삼베를 짜는 마을이 있다. 삼베길쌈마을이 바로 그곳. 3·1운동으로 온 마을 사람들이 국가 유공자가 된 ‘충절의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로 들어서면 커다란 정자나무와 마을회관이 맨 처음 반긴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삼베길쌈 체험전시관으로 들어가면 대마 껍질이 삼베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삼베를 짜는 베틀이 전시돼 있다. 잠시 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전시관 안으로 들어와 벽면 아래에 놓여 있는 삼베공정 전시물을 한 개씩 들고 앉아 속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는 맨살에 거친 대마 껍질을 비비고 이로 대마 껍질을 얇게 쪼개며 삼베실 만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다리에 멍이 들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대마 껍질을 몸에 비비는 이유는 기계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껍질이 잘 말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삼베의 원료가 되는 대마는 매년 2월 초에 심어 6월15~20일 사이에 수확하는 일년초 식물. 삼베를 만들려면 우선 수확한 대마를 쪄 껍질을 벗겨야 한다. 돌무더기를 불에 달군 뒤 그 위에 물을 끼얹으면 수증기가 올라오는데, 이 수중기로 대마를 찐다. 대마가 수확되는 6월에 방문하면 대마 껍질 채취과정을 체험할 수 있고, 대마 수확시기가 아닌 경우에는 대마 대신 고구마를 올려서 쪄 먹는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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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길쌈마을에서는 맨살에 대마 껍질을 비비고 이로 대마껍질을 얇게 쪼개는 등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좌)향긋한 내음이 입맛을 자극하는 쑥으로 쑥개떡을 만들고 맛볼 수 있다.
껍질을 벗긴 대마는 말리고 양잿물에 담그고 물에 헹구는 과정을 2~3번 반복한 뒤 말려서 보관한다. 삼베를 만들 때 꺼내 물을 축여 가늘게 쪼개고 비벼 실의 형태로 말아낸 뒤 물레를 돌려 실로 이어내 꾸리(실을 감은 뭉치)를 만들고, 돌꼇(실을 감고 풀고 하는 데 쓰는 기구)을 돌려 원하는 굵기로 실을 감아낸다. 그 다음 베틀에 앉아 북집에 꾸리를 넣고 삼베를 짜면 끝!
“베틀에 앉아서 북을 툭 치고 발 바꾸고, 다시 툭 치고 발 바꾸면 돼. 간단하지?”
숙련된 할머니들의 설명을 들으면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올을 다져주는 틀을 잡아당겨 툭~ 소리가 나게 하는 것도 어렵다. 손발이 맞지 않아 춤추듯 되는 일이 다반사. 체험객의 어설픈 모습에 체험장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삼베짜기 체험이 끝나면 쑥 캐기와 쑥개떡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싱그러운 자연의 내음을 만끽하며 마을 지천에 깔린 쑥을 뜯고 마을로 돌아오면 바로 쑥개떡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 곱게 빻은 쌀가루에 쑥을 넣어 반죽한 뒤 동글납작하게 빚어 찌면 완성!
삼베짜기 체험 외에 쑥개떡 만들기 체험처럼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체험료는 1박2일에 어른 4만원, 어린이 3만5천원(1일 숙박과 세 끼 식사 포함). 당일 체험은 삼베짜기 1인당 1만원, 쑥개떡 만들기 1인당 5천원이고 한 끼 식사는 1인당 5천원이다. 문의 삼베길쌈마을 총무 지용덕(011-9087-1628) http://sambea.go2vil.org
전통 옹기 구경과 옹기 만들기
전통예산옹기에서는 도자를 전공한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옹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예산군 오가면 오촌리에 자리한 전통예산옹기는 전통 옹기를 구경하고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곳. 3대째 옹기를 만들어온 옹기 명가로, 옹기공예 부문 명장인 황충길씨와 그의 아들이 옹기를 빚고 있다.
전통예산옹기에 들어서면 거대한 옹기 작업장이 보이고 작업장을 지나 안으로 올라가면 전시장이 나온다. 전시장에서는 작은 밥솥부터 어른 키 높이의 커다란 항아리, 찻잔과 물컵 등 옹기로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옹기’라고 하면 대부분 둔탁한 항아리를 생각해서인지 이곳의 전시물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부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건 옹기 밥솥인데 옹기를 직접 불에 올려 사용할 수 있으며, 밥맛 역시 그야말로 꿀맛이라고 한다. 이곳의 옹기는 예부터 내려오는 재(솔가루재, 콩깍지재)와 약토를 혼합해 삭힌 다음 앙금을 내린 천연 잿물을 유약으로 사용하고, 1300℃의 고온에 두 번 구워 불에 올려도 갈라지거나 깨지지 않는다고 한다. 전시장 운영시간은 오전 8시~오후 6시다.
전시관을 둘러본 뒤 안쪽으로 들어가면 옹기체험실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항아리 성형 시연을 본 뒤 직접 옹기를 만들어볼 수 있다. 우선 황충길씨가 흙을 다지고 넓게 판장질(반죽한 흙을 응달에 약간 말린 뒤 바닥에 쳐서 판자 모양으로 만드는 것)해 바닥을 만든 뒤 옆면을 붙여가는 항아리 성형과정을 보여준다. 성형 시연이 끝나면 본격적인 옹기 만들기 시간.
“우선 앞에 놓인 흙을 한 덩어리 떼어서 얇고 긴 선을 만드세요. 그런 다음 원하는 모양으로 둥글게 쌓아 올리면 됩니다.”
도자를 전공한 강사의 말을 들으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옹기 만들기에 집중하며 화분, 접시 등 원하는 모양의 옹기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옹기는 원할 경우 유약을 입히고 그림을 그린 뒤 불에 구워 집으로 보내준다(택배비 개인 부담). 옹기 만들기 체험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40분 정도. 1인당 15×15cm의 흙덩어리를 주며 체험료는 뚜껑 없이 꽂이 형태로 만들 경우 1만2천원, 뚜껑이 있는 합을 만들 경우 1만5천원이다. 가족 단위의 체험교실은 토요일 오전 9시30분~오후 2시30분에 진행되며, 재료 준비 때문에 최소한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문의 041-332-9888
소젖짜기, 우유 아이스크림 만들기… 다채로운 목장체험
목장에서는 송아지에게는 우유를, 소에게는 마른 건초를 먹이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예산군 고덕면과 당진군 면천면 경계에는 30만 평의 넓은 초지가 시원하게 펼쳐진 태신목장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체험목장으로 육우용 2백 마리와 젖소 50마리가 살고 있다. 체험공간인 젖소목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모형 젖소와 개조된 트랙터가 반긴다. ‘상쾌한 목장, 신나는 체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트랙터는 체험단을 태우고 목장 내부를 둘러보는 ‘관광버스’.
트랙터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너른 정원 한쪽으로 젖소들이 살고 있는 작은 집들이 보인다. 여기서는 태어난 지 3개월이 채 안된 45kg 내외의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젖소에게 우유를 먹이며 “젖소들이 사료를 먹기 전까지 매일 자기 몸무게의 10%에 해당하는 우유를 먹어야 한다”는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다. “와~ 그럼 저 소는 하루에 4.8kg의 우유를 먹어야 하네요.” “나는 한 잔 먹기도 힘든데, 저 소는 1000ml 우유를 5개나 먹어야 하는 거예요?” 등 아이들은 저마다 생각과 느낌을 말하기 바쁘다.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체험이 끝나면 장소를 큰 소들이 모여 있는 우사로 옮겨 사료 먹이기 체험을 한다. 잘 마른 건초가 오늘의 식사 메뉴. 한 움큼 집어들고 소 앞에 내밀면 혀를 날름거리며 잘 받아먹는다. 그 다음 코스는 우유짜기.
“모든 젖소에서 우유를 얻을 수는 없어요. 일단 암컷이어야 하고, 또 하나의 조건은 아기 소를 낳은 어미 소여야 한다는 것이죠. 우유를 짜려면 젖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당겨주면 됩니다.”
체험 안내자의 세심한 설명을 들으며 우유를 짜기 시작한다. 우유를 짤 때는 소가 굉장히 예민해 있어 발길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때문에 절대로 소 뒤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한다. 우유를 짜고 난 뒤에는 목장의 너른 초지로 들어가 초원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이어진다. 트랙터를 타고 목장 가장자리로 내려가 울타리 옆에 있는 송아지를 타보고, 몽골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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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체험의 마지막은 초원에서 즐기는 우유 아이스크림 만들기. 우선 큰 통과 작은 통을 준비한 뒤 큰 통에 소금과 얼음을 1대 3 비율로 넣는다. 작은 통에 우유와 감미료를 넣은 다음 뚜껑을 닫고 큰 통에 넣어 쉬지 않고 계속 흔든다. 이렇게 15분 정도 흔들면 큰 통의 온도가 순간적으로 영하 26℃까지 내려가 작은 통 안에 들어 있는 우유가 얼면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된다. 아이스크림 만들기는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도 나오는 과학실험이어서 교육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목장체험에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3시간 30분 정도. 체험료는 어른 1만원, 어린이 8천원이다. 오전 10시(목장에서 운영)와 오후 1시(낙농진흥회가 운영)에 체험이 이루어진다. 20명 이상의 단체는 예약을 하면 언제든지 체험이 가능하나 가족 단위는 정해진 날짜에만 참가할 수 있다. 5월에는 13일과 21일이 ‘가족 체험의 날’이다. 문의 041-356-3154 www.taeshinfarm.com/intro.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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