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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입양 2년 맞은 영화배우 김진아 ‘감동 육아일기’

“남편이 서운해할 정도로 아들에게 푹 빠져 지내요”

글·김유림 기자 / 사진ㆍ홍중식 기자

입력 2006.05.04 17:25:00

최근 보건복지부가 5월11일을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입양의 날’로 제정했다. 11일은 한(1) 가정과 한(1) 아이가 만나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에서 지정된 것이라고. 지난 2004년 생후 11개월 된 남자 아기를 입양해 화제를 모은 영화배우 김진아를 2년 만에 다시 만나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느끼는 행복 & 공개입양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아기 입양 2년 맞은 영화배우 김진아 ‘감동 육아일기’

서울 성북동 영화배우 김진아(43)의 집 정원에 들어서자 파란 잔디 위에서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한 아이가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강아지 두 마리와 신나게 뛰놀고 있었다. 지난 2004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김진아·케빈 오제이(44) 부부의 품에 안긴 마태오다. 마태오는 어느덧 “엄마, 아빠”를 외치며 뛰는 세 살배기 아이로 성장해 있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김진아 또한 더 이상 초보 엄마가 아니었다.
“그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아이에게 푹 빠져 살았어요. 남편이 서운해할 정도죠(웃음). 하루 종일 아이가 머릿속에서 떠날 때가 없고 밖에서 약속이 있어도 몇 번이고 집에 전화를 걸어 아이의 안부를 물어야 직성이 풀려요.”
지난 2000년 미국인 사업가 케빈 오제이씨와 결혼한 그는 처음 아이를 입양했을 때는 마음이 불안해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많다고 한다. 아이가 입양되고 6개월 내에 친부모 측에서 입양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아이를 돌려줘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다행히 그가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평생 마태오의 부모 노릇을 할 수 있게 된 그는 “이제는 마음 놓고 아이를 자랑하며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서는 일상 대화가 영어로 이뤄지고 있다. 베이비시터도 외국인이고 그 역시 아이와 하루 종일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한다. 미국 본사에서 파견나와 있는 남편이 언젠가는 한국을 떠나 또 다른 외국 혹은 미국으로 근무지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그 역시 고등학교 때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함에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집에서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해서인지 아이는 또래에 비해 말이 느린 편이라고 한다. 걱정이 돼 병원에 가보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간혹 말이 늦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매튜(마태오)도 병원에 갔더니 조금 느릴 뿐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어려서 말이 무척 느렸고 저희 남편도 시어머니한테 듣기로 ‘무지 무지’ 늦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매튜가 엄마 아빠를 닮았나봐요.”

“아이 일곱 살 때 입양 사실 알리고 훗날 친부모 찾는다면 적극 도울 거예요”
김진아·케빈 오제이 부부는 결혼 전부터 아이를 입양할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많은 선물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입양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나눔이라고 확신한 것. 마태오라는 이름 또한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아이를 2명 낳고 한 명은 입양하기로 의견을 모은 두 사람은 결혼 후 4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자 입양을 먼저 하기로 결심했다.
“남편이나 저나 오랫동안 싱글로 지내다 늦은 나이에 결혼했기 때문에 온전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온전한 가정이란 우리 둘만 잘 사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라고 믿었죠. 하지만 뜻대로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애초 계획대로 입양을 서둘렀어요. 1년 전에는 매튜에게 예쁜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두 번째 입양을 시도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어요. 마음에 둔 아이가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에이즈 보균자로 판명났기 때문이죠. 다행히 그 아이는 현재 미국의 한 부부에게 입양됐어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의료정책이 잘 갖춰져 있으니 한결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아이를 데리고 오기 전 공개입양 여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친자식처럼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고, 나중에 친부모가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남편은 그에게 “아이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가 세상에 나온 배경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친부모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도리라는 것. 남편의 말에 동의하고 공개입양한 그는 요즘에는 또 언제쯤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알려줄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또한 그는 입양한 부모를 위한 교육을 받으며 깨달은 것이 “절대로 자신들이 아이의 친부모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기 입양 2년 맞은 영화배우 김진아 ‘감동 육아일기’
아기 입양 2년 맞은 영화배우 김진아 ‘감동 육아일기’
아기 입양 2년 맞은 영화배우 김진아 ‘감동 육아일기’

“전문가들은 아이가 일곱 살 정도 됐을 때 사실을 얘기해주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열 살이 넘어가면 곧 사춘기가 오기 때문에 더 안 좋을 수 있다고요. 열 살 난 조카가 제 여동생한테 그러더래요. ‘엄마, 이모가 이상해. 배가 부르지 않았는데 어떻게 매튜가 생겼지?’라고요. 매튜가 처음 왔을 때는 동생이 생겼다며 마냥 좋아하던 아이인데 한 살 더 먹고는 입양이 뭔지를 알게 된 거죠. 우리 매튜도 적당한 시기가 되면 다 말해줄 거예요. 나중에 성인이 돼 친부모를 찾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고요. 지금은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 사회의 일원이 되기까지 잘 돌봐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남편이 외국인이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문화적 차이를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특히 남편은 그가 아이에게 화내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고.
“하루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던 중 아이가 ‘마미’ 하고 부르기에 제가 ‘뭐가~’ 하고는 짜증을 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바로 ‘What is 뭐가?’ 하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What for?’의 의미라고 하자 어떻게 아기가 엄마를 부르는데 그렇게 대답할 수 있냐고 화를 내더라고요. 항상 아이가 부르면 ‘Yes baby’라고 말하래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엄마를 싸움의 대상으로 여겨 존경하지 못한다면서요.”
아이를 포대기에 꽁꽁 싸서 키우는 우리나라 방식대로 지난 겨울 내내 아이에게 내복을 입혔다는 그는 남편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한겨울에도 반바지에 양말을 신고 다니는 서양아이들만 보아왔으니 아이에게 옷을 껴입히는 것을 당연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그는 “앞에서는 알았다고 하지만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내복에 스타킹까지 입힌다”며 까르르 웃었다.
남편은 아이가 먹는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부터 생선을 구워 먹이고 미역국에 곰탕까지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 먹이려고 하는 것을 보고 “아이를 이렇게 잘 먹이는 건 처음 본다”며 흐뭇해한다고.
올해로 한국에 온 지 8년이 넘은 남편 또한 한식 마니아. 결혼 후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진 남편은 한국 음식이 얼마나 건강식인지를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술 먹고 들어온 다음 날 먹는 해장국을 가장 좋아하고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면 매콤하고 칼칼한 음식을 먼저 찾는다고.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좋은 가정의 새 부모 품에 안기길 기도해요”
아이에게 빠져 지내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이와 온몸으로 놀아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면서 아이와 친밀감을 쌓는다고. 또한 매사 철두철미한 성격이라 벌써부터 아이 교육 등 먼 미래의 일까지 철저한 계획을 짜두었다고 한다. 그런 남편이 든든하다고 말하는 그는 “남편은 ‘아내와 자식은 남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이와 단둘이 있는 것만큼은 피한다고 한다. 아이와 잠시 놀아주는 건 자신 있지만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야 하는 것은 감당하지 못한다고.
“가족여행을 떠나 하와이에서 머물던 중 제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두 시간 정도 흘러 집에 들어갔는데 아이는 발가벗겨진 상태로 침대에 쓰러져 있고 남편도 파김치가 돼 소파에 누워 있더라고요. 아이랑 얼마나 전쟁을 치렀는지 집안에는 우유를 토한 냄새가 진동하고 장난감과 쓰레기가 널려 있었죠. 그 뒤로 남편은 아이와 단둘이 남겨지는 걸 가장 무서워해요(웃음).”

아기 입양 2년 맞은 영화배우 김진아 ‘감동 육아일기’

성가정입양원에서 갓난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김진아는 많은 이들의 재정적 지원과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결혼 전부터 호스피스로 봉사활동을 해온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성가정입양원에서 갓난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열악한 시설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그는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좋은 가정의 새 부모 품에 안기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매튜를 키워 보니 모든 아이들이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네요. 하루빨리 우리 사회에서 입양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라요. 무엇보다 위탁시설에 대한 재정적 보조가 제대로 이뤄지면 좋겠고요. 성가정입양원의 경우도 한 방에 스무 명이 넘는 갓난아이들이 엉켜서 생활하고 있어요.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 한명 한명을 안아서 우유를 먹이지 못하고 누운 채로 옆으로 고개를 돌리게 한 뒤 혼자 젖병을 빨도록 하거든요.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이 과연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입양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봉사에 동참하기를 바라요.”
“요즘 들어 남편보다 아이와 자는 게 더 좋다”며 웃는 그는 마태오가 상처받지 않고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끝까지 사랑과 축복 속에서 키울 수 있도록 자신과 남편의 건강도 잘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여성동아 2006년 5월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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