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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이고 건강한 성의식 심어주는 자녀 성교육 노하우

입력 2006.04.20 15:03:00

긍정적이고 건강한 성의식 심어주는 자녀 성교육 노하우

“제 아이가 여섯 살인데 자꾸 자기 성기를 만져요. 아무리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도 그때뿐이에요. 혹시라도 아이가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돼요.”
주부들을 대상으로 성 강의를 할 때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결국 못 만지게 호통을 치거나 아이의 손을 때린다”고 답한다. 부모의 이런 거친 반응은 오히려 아이에게 자기 성기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해 성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가 자신의 성기를 만지는 것은 특정 시기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엄마가 성적으로 흥분하면 배 속에 있는 사내아이의 성기가 발기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인간은 성적인 존재다. 태어나 자라면서 신체적·정신적·지적으로 발달하는 것처럼 성적으로도 발달한다. 따라서 일찍부터 각 단계에 맞는 성교육을 해줘야 건강하고 긍정적인 성의식을 갖게 된다.
성교육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깨달은 나라는 네덜란드다. 서구는 1960년대 히피문화가 유행하면서 프리섹스가 성행했다. 그 결과 첫 섹스 경험 연령이 평균 만 11세까지 떨어졌고, 10대 임신이 큰 사회문제가 됐다. 이에 네덜란드에서 조기 성교육을 실시한 결과 10년 후에는 10대 임신이 30% 이상 줄었고, 첫 섹스 경험 연령도 평균 3세 이상 높아졌다. 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성 건강의 중요성과 함께 자기 몸을 사랑하고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를 본 다른 나라에서도 앞다퉈 성교육을 시작했고, 이젠 학교에서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자녀들이 산수나 국어처럼 성에 대해 스스럼없이 물어보고 부모들은 솔직하면서도 아이의 나이에 맞는 적절한 표현으로 가르쳐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여전히 성은 숨겨야 하는 것이고, 사춘기가 돼서야 알려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아이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고 와서 얘기를 하면 “순진한 우리 아이가 발랑 까지게 됐다”며 항의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 성교육이 전무한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 성인 비디오 등 아이들이 성을 접할 요소는 세상에 널려 있다. 결국 아이들은 이런 매체들을 통해 왜곡된 성을 접하게 되고, 그걸 성의 전부로 생각하는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데 착각이다. 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그릇된 행동을 하는 게 ‘다른 집 아이들’ 문제가 아닌 ‘내 아이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아이가 건강한 성의식을 갖도록 제대로 성교육을 해야 한다.
지금도 많은 부모들이 “성교육을 하면 성행위를 조장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아이가 성적인 질문을 한다는 것은 이미 그런 질문을 할 정도로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인정하고 자녀의 질문에 정확히 대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릴 때부터 내 몸의 주인은 나고 내 몸은 소중하다는 점 인식시켜야
자녀 성교육을 위해선 우선 부모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부모 자신이 성이란 말 자체를 입에 제대로 올리지 못할 정도로 성에 대해 부끄럽게 여긴다면 비뚤어진 성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부모가 성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고, 알고 있는 것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자녀에게 제대로 된 성 지식과 기술, 가치관을 가르칠 수 있다.
흔히 성이라고 하면 남녀의 성 기관과 성 반응, 성교 행위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성 역할, 성에 대한 느낌과 태도, 가치관, 대인관계, 그리고 개인의 성 행태까지 모두 포함한다.
그럼 가정에서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 할까.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를 잘 관찰하다 성기를 만진다든지, ‘내건 왜 아빠거랑 틀려’ 하고 묻는 등 성과 관련된 행위를 보일 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게 좋다. 임산부를 보거나, TV에서 키스 장면이 나올 때 자연스럽게 성을 화제로 삼아 얘기를 끌어내는 것도 좋다.

보통 부모들은 키스 장면이나 조금만 야한 장면이 나오면 아이들의 고개를 돌리게 하거나 눈을 가린다. 심지어 “네가 보면 안 되는 것이니 방에 들어가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성에 대해 필요 이상의 호기심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너는 저런 장면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니” 하고 물어본다. 그럼 아이는 “간질간질하다” “찌릿하다”는 반응을 하는데, 이때 “엄마 아빠도 그런 느낌이 들어. 그런데 저런 행동은 아무 하고나 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하는 거야” 하고 말을 해준다.
중요한 것은 자녀가 성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에 대한 관심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든지, 웃음으로 넘긴다든지, 못 들은 척 외면한다면 아이는 두 번 다시 성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자녀로 하여금 신뢰를 갖고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자녀가 질문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얘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답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녀 스스로 또 다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끄는 게 좋다.
성교육의 핵심은 자녀가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자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소중한 내 몸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여기서 아이로 하여금 ‘좋은 터치’와 ‘나쁜 터치’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몸을 만지는 것은 사랑의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아이가 노래를 잘했을 때 칭찬하며 안아줄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좋은 의미의 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이라도 아무 계기도 없이 몸을 만진다면 나쁜 의도의 터치일 수 있다. 따라서 제3자가 자신의 몸에 터치를 했을 때 좋은 의도인지 나쁜 의도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런 교육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아이들은 나쁜 터치를 받아도 그게 나쁘다는 걸 모르게 되고,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처음부터 아이의 가슴이나 성기를 만지는 성추행범은 드물다. 이유 없는 터치는 선생님이라도 거절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특히 자신의 성기와 가슴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을 주입시켜줘야 한다. 또한 어른으로부터 나쁜 터치를 받았을 때 이에 대응하는 기술을 역할놀이 등을 통해 가르쳐줘야 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 판단해 나쁜 터치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나 그렇게 하는 거 싫어요” “계속 이렇게 하면 선생님에게 이를 거예요” 하고 거부감을 분명히 드러내도록 훈련한다. 그래도 계속 나쁜 터치를 하면 소리를 지른다든지, 호루라기를 불어 주위 어른들의 도움을 받도록 가르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추행범들이 대부분 “이 사실을 어른에게 말하면 죽인다”고 협박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숨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 위협을 물리치고 부모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온 가족이 함께 목욕하고 스킨십을 즐기는 ‘터칭 패밀리’ 돼야
엄마들이 난감해하는 문제의 하나가 아이가 포르노를 보는 것을 목격했을 때다. 아이들이 처음 성인용 비디오를 접하는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모가 숨겨둔 것을 발견하면서다. 부모들은 성인용 비디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자녀가 음란물을 보았다는 걸 알았을 때는 대응을 잘해야 한다.
포르노 잡지 수집이 취미인 아버지가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그 잡지를 보는 것을 엄마가 발견하고 내게 상담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아버지를 불러 해결방법을 일러주었다. 그는 나의 충고대로 서점에서 만화로 된 성교육서와 야한 사진이 있는 성교육서를 사서 아들과 함께 보았다.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책을 보면서 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아버지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서 음란물로 인해 잘못 알게 된 성지식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만약 아버지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아이는 포르노 잡지에 나와 있는 변태적인 성행위가 성의 전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난잡한 과정을 통해 태어났구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부모에 대한 존경 역시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성엔 사랑이 담겨 있으며 자신은 사랑의 결과물로 태어난 소중한 존재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이는 아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엄청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성교육을 할 때는 아이의 나이에 맞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부가 섹스를 하는 걸 다섯 살 된 아이가 봤을 때 아이에게 ‘남자와 여자는 성기삽입을 통해 어쩌고’ 하고 설명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한다. 오히려 “엄마랑 아빠랑 사랑해서 씨름하는 것”이라고 하는 게 더 이해가 빠르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면 거짓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이상 부모가 하는 성 얘기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한 주부를 상담한 적이 있다. 다섯 살 된 아이가 무엇을 보았는지 벌거벗은 채 “엄마도 이렇게 하고 나랑 놀자”고 했다고 한다. 자꾸 떼를 쓰기에 옷을 벗었더니 아이가 엄마의 가슴과 성기를 만지면서 “나중에 나는 엄마랑 결혼할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가 뭘 알까’ 싶기도 하고 벗은 몸을 보여줘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판단이다.
아이가 그런 행동을 보일 땐 거부하고 “엄마는 아빠와 이미 결혼해 너를 낳은 것이고 너는 어른이 되면 비슷한 나이의 여자와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이해시켜야 한다. 성교육 역시 연령에 맞게 그림을 보여주거나 가족이 자연스럽게 목욕을 하면서 아이 스스로 깨치도록 하는 게 좋다.
나는 가장 좋은 성교육은 가족이 ‘터칭 패밀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교육은 자연스럽게 몸에서 느껴지고 익혀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사춘기에 들어서기 전까지 같이 목욕을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남자와 여자의 성기는 어떻게 다르고, 아이의 성기와 어른의 성기는 어떻게 다른지를 알게 된다. 궁금해서 물어볼 때는 차근차근 설명해주면 된다. 또한 가족 간에는 스킨십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터치를 통해 느껴지는 느낌이 바로 성적인 것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모가 성과 인생에 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이를 자녀들과의 대화를 통해 전달해야 자녀들도 사랑과 성, 인간애, 인생에 대한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여성동아 2006년 4월 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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