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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두식 교수의 어린이 미술교실

“미술학원 언제 보내야 할까?”

구술정리·장옥경‘자유기고가’

2006. 04. 14

많은 엄마들이 자녀가 미술적인 재능을 타고났는지 판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또 아이가 미술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언제부터 학원에 보내야 할지 몰라 고민한다. 아이마다 재능이 나타나는 시기는 차이가 있으므로 꾸준히 관찰한 뒤 적절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미술학원 언제 보내야 할까?”

사람의 얼굴과 탈의 모습을 뛰어난 관찰력으로 표현한 7세 어린이의 작품.


“내아이가 미술적인 재능을 타고났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이에게 미술교육을 시키는 엄마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미술적 소질이 드러나는 시기는 저마다 개인차가 있다. 아주 일찍부터 소질을 보이는 아이는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재능이 드러난다. 몇몇 단어를 나열해 문장을 구사할 나이가 되는 4~5세경에 벌써 미술적인 재능을 보이는 것.
이런 아이들은 눈썰미가 뛰어나다는 특징을 갖는다. 사물을 보고 평면 위로 옮길 때, 즉 2차원의 세계를 2차원으로 옮기거나 2차원의 세계를 3차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세밀하게 그려낸다. 아이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일단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봐도 된다.
초등학교 2~3학년이 되면 시각적·조형적 소질이 있는 아이는 육면체의 성냥갑을 그릴 때 눈에 보이는 3면을 다 그리기도 한다. 또 이런 아이들은 2차원적인 면을 감지하는 시각적 능력이 조기에 발달해 있어서 사물을 꼼꼼하게 보고 비례를 잘 맞춘다. 보통 아이가 사람을 그릴 때 얼굴은 크고 몸은 작게 묘사하는 데 비해, 시각적 능력이 발달한 아이는 얼굴이 작고 몸은 크게 비례를 잘 맞춰 그린다. 또 일반 아이들이 얼굴에서 눈이나 코만 그리는 데 비해 묘사력이 발달한 아이는 눈썹, 입술, 양쪽 귀까지 넣어 그린다. 사물에 대한 인지도가 뛰어나 눈에 보이는 대로 다 그린다면, 아이가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이 미술학원에 가길 원하면 뜻대로 해주는 것이 좋다. 단 학원은 자유분방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 기법과 공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자유롭게,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순간의 느낌 그대로 표현하게 해주는 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실기대회 수상이나 경쟁을 강조하는 학원을 선택한다면, 아이는 교사의 의도대로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리게 될 위험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가 되면, 친구나 가족의 얼굴을 똑 닮게 그리는 아이를 볼 수 있다. 이런 수준의 아이라면 전문학원에서 사과, 꽃, 구조물, 공산품 등 정물을 어떻게 그리는지 본격적으로 배우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수준이 이미 엄마가 지도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한 묘사력을 익히는 작업은 쉽지 않다. 정확한 비례, 양감, 질감을 표현하는 능력을 배우려면 아이에게 대단한 지구력이 요구된다. 눈앞에 정물을 놓고 1시간 이상 집중해야 하는데, 억지로 학원을 다니는 아이는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한다. 아이가 원해서 미술공부를 시작했어도 도중에 싫증을 내는 일이 허다하다.
아이가 미술을 배우는 데 싫증을 낸다면 쉬게 하는 것이 좋다. 미술은 한석봉의 엄마처럼 엄격하게 훈련시킨다고 빨리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미술지도를 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irun@donga.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이두식 교수의 어린이 미술’ 코너에서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이두식 교수는요
“미술학원 언제 보내야 할까?”
홍익대 미대 학장. 1947년 경북 영주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화가를 꿈꾸는 아들 손을 잡고 해마다 기차로 8시간 거리인 서울로 국전을 보러 올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정성 덕분에 그는 과외 한 번 받지 않고 서울예고에 합격했고 홍익대 등을 거치면서 추상미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2002년 이탈리아 로마 플라미니오 지하철역에 아시아 화가로는 처음으로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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