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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번 성형수술한 사실 공개적으로 밝힌 남자 박효정

“외모 콤플렉스 벗어나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기획·구가인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ㆍ조영철 기자

입력 2006.04.12 14:30:00

남들은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성형수술을 스물네 번이나 한 이가 있어 화제다. 그것도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스물네 번의 성형수술 사실을 감추지 않고 당당히 밝혀 유명해진 박효정씨. 스스로를 “성형 얼짱”이라 칭하는 그를 만나 숱하게 성형을 해야 했던 사연을 들어봤다.
스물네 번 성형수술한 사실 공개적으로 밝힌 남자 박효정

‘설기현에서 차승원으로.’ 인터넷에 도는 박효정씨(24)의 사진 제목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을 나간 적이 있어요. 시합 전 선수들 프로필 사진이 화면에 나온 직후 제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졌는데 사람들이 ‘설기현 닮았다’며 웃어대는 거예요. 설기현씨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제 얼굴을 보고 웃으니 기분 나빴죠.”
설기현은 그렇다 치고, 그럼 차승원은?
“처음 성형을 했던 4년 전에는 남자 성형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어요. 인터넷을 뒤져봐도 별 소득이 없었죠. 결국 차승원씨 사진을 들고 병원에 가서 ‘이런 코가 갖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좀 낮은 편이었던 미간의 콧대를 높이고 콧방울의 크기를 줄였다. 약간 들창코였던 코 끝은 귀의 연골을 집어넣어 날렵하게 다듬었다. 결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만족스러웠다. 뭐든 처음 하기가 어렵지 일단 길을 열면 두 번째, 세 번째는 쉬워지는 법. 이어서 눈, 이마, 가슴, 배, 턱… 얼굴과 신체에서 마음에 안 들었던 곳을 하나씩 고쳐 나갔고 어느새 ‘24번 성형 수술한 남자’가 됐다.
스물네 번이라는 숫자가 듣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지만 알고 보면 그다지 충격적인 것도 아니다. 이마 주름을 펴기 위한 보톡스 주사 6회, 얼굴의 점 빼기 등 ‘수술’이 아닌 ‘시술’ 횟수도 다 포함시킨 숫자이기 때문.
“어렸을 때부터 제 외모에 불만이 많았어요. 위로 누나 세 명 모두 쌍꺼풀이 있고 코도 높은데 나만 왜 이러냐고 투덜거리면 식구들이 ‘주워온 아이’라고 놀리곤 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툭하면 성형수술하고 싶다고 말했던 터라 가족들은 ‘쟤가 언젠가는 사고를 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방송 출연 후 ‘남자 망신 시키지 마라’ 등 악성 댓글에 시달려
스물네 번 성형수술한 사실 공개적으로 밝힌 남자 박효정

첫 수술인 코 수술을 받은 게 2002년. 당시 그는 병역특례산업체에 근무 중이었다. 꿈에도 그리던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친구들에게 조금씩 돈을 빌려 수술비 1백20만원을 만들었다. 수술비만큼은 처음부터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혼자서 마련했다고.
처음 코 수술 결과를 본 주위 사람들은 ‘멋있다’ ‘괜찮다’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스스로도 거울 보기가 부쩍 즐거워졌다고.
용기백배한 박씨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일찌감치 자리 잡아 신경 쓰였던 이마 주름을 펴기로 했다. 보톡스를 6회 맞고 나니 이마가 반듯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마 근육을 못 쓰게 되니 눈이 게슴츠레하게 떠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차례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박효정씨는 자신이 받은 모든 수술 중 가장 ‘잘됐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부위가 바로 쌍꺼풀이라고 말한다. 그의 쌍꺼풀은 눈 앞부분 안쪽에서 살그머니 접히기 시작해 바깥으로 갈수록 섬세하게 조금씩 넓어지다가 공들여 그린 마스카라 붓끝을 연상시키듯 자연스럽게 끝난다. 성형 전문 용어로 ‘단매듭 연속 매몰법’이라고.
그는 내친김에 보조개를 만드는 수술도 두 번 했다. 입 안과 밖의 한 점씩을 절개해 안팎을 꿰매버리는 보조개 수술은 비교적 간단했던 대신 2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희미해졌다. 이어서 얼굴에서 점을 20개 이상 뺐고 가슴 털을 제거하는 수술을 또 6회 받았다. 제모 수술은 모근을 영구히 없애기 위해 두 달마다 한 번씩 여러 번 받아야 한다. 또 적은 양이지만 복부 지방 흡입도 했다. 원래 살이 찐 편이 아니었던지라 바지 허리춤 위로 도톰하게 살짝 접히던 옆구리 주름이 없어졌다. 그런데 그토록 잦은 수술을 받으면서까지 ‘잘생긴 남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뭘까. 박효정씨는 어린 시절 느꼈던 외모 콤플렉스에 대해 털어놓았다.
“중학교 때 별명이 ‘크런키’였어요. 까맣고 땅콩이 우툴두툴하게 박힌 초콜릿요. 스스로 못생겼다고 느끼니까 자꾸 소심해지고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어요. 수술을 거쳐 외모가 괜찮아지자 마음도 편해지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스물네 번 성형수술한 사실 공개적으로 밝힌 남자 박효정

박효정씨는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니는 성실한 젊은이다.



수술을 통해 원하던 얼굴 모양을 갖게 되고 생활 자세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그는 성형수술한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넷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밝히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알게 된 정보들을 올렸다.
성형 관련 사이트를 드나드는 네티즌 사이에서 제법 유명인사가 된 박씨는 지난해 11월에는 SBS ‘진실게임’에 출연,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됐다.
“고교 시절부터 연기자가 꿈이었어요. ‘진실게임’에 출연하면 연예인이 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출연 신청을 했어요. 원래는 ‘유쾌하게 말 잘 하는 사람’이라는 컨셉트로 신청했는데 작가가 저를 보더니, ‘당신이 바로 그 성형수술 많이 한 사람 아니냐’고 알아보더라고요.”
그는 쇼킹한 사연의 주인공 중 가짜 또는 진짜를 찾아내는 ‘진실게임’에 ‘23번 성형수술한 남자’로 출연한 직후 인터넷 검색어 1, 2, 3위를 모조리 휩쓸었다. 드디어 나도 뜨는구나, 하고 좋아했던 것도 잠시, “밤길 조심해라” “남자 망신시키지 마라” 등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웃어넘기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는 악플에 화가 치밀어 일일이 반박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아예 전화를 걸어와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집에 불을 질러버리겠다”는 협박 이메일이 날아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한동안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사람들 서넛이 모여서 얘기하는 것만 봐도 내 흉을 보고 있는 건가 불안해질 정도였죠.”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길을 택한 대가려니 생각하기로 했다고. 그러나 확실히 그의 방송 출연은 성형수술에 관심은 있지만 막상 결단을 못 내리고 고민하던 수많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하루 2천 명을 기록했고 성형수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카페를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이 1백 통 넘게 쏟아져들어온 것. 그래서 문을 연 곳이 성용사(성형으로 용될 사람들 cafe.daum.net/model5510)다.
“회원이 1만2천여 명이에요. 몇몇 성형외과로부터 카페를 사고 싶다는 제안도 받았어요. 하지만 돈 벌려고 만든 게 아니거든요.”
그는 카페에 가입한 회원들이 사진과 함께 성형 상담을 해오면 그동안 수십차례 성형외과를 드나들며 모으고 연구한 자료를 제공하며 성의껏 답신을 보낸다. 그 자신도 남자 성형 관련 정보가 없어서 답답하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라고 충고한다.
“어렵게 용기를 내고 비싼 돈을 들여서 하는 성형수술인데 부작용이 생기거나 결과가 실망스러우면 안 되잖아요.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 해요. 저는 병원 1백 곳을 돌아다녔다니까요. 자신에게 필요한 수술이 어떤 것인지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의사를 만날 때까지 계속 찾아다니라고 권합니다.”
그가 가장 최근 받은 수술은 턱 수술. 4개월 전 비대칭에 길게 튀어나온 편인 턱 교정을 위해 턱뼈 옆과 밑 부분을 잘라냈다. 피부를 절개하면서 잡아당겨 늘어난 턱 밑 신경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 그 정도가 지나야 감각이 완전히 회복된다고 한다. 아직도 더 고치고 싶은 곳이 남았을까?
“찾아보면 얼마든지 많지요. 하지만 당분간은 더 이상 수술할 생각이 없습니다. 수술의 목적이었던 외모 콤플렉스가 충분히 극복됐으니까요.”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야간대학 다니는 연예인 지망생
스물네 번 성형수술한 사실 공개적으로 밝힌 남자 박효정

성형수술을 받기 전인 2000년(위), 2002년(아래)에 촬영한 사진들.


성형수술 공개와 방송출연 덕분에 박씨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꿈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연예인 에이전시, 영화사 등에서 심심치 않게 섭외가 들어오고 있는 것.
“아직은 주로 건달이나 야한 남자 역이 많아요. 제게 맞는 역할을 찾을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릴 생각입니다. 아직 젊고 시간도 많으니까요.”
‘스물네 번 성형수술을 했다’는 ‘쇼킹한 사연’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의 생활은 평범했다.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니는 전자공학과 3학년생으로, 그리고 주말에는 ‘성형으로 손 댈 곳 한 군데 없이 예쁜’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즐기는 성실한 젊은이였다. 마지막으로 박효정씨는 앞으로 지금껏 자신이 해온 뼈와 살을 깎는 ‘수술’뿐 아니라 뼈와 살이 깎일 만큼의 ‘노력’도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외모뿐 아니라 연기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멋있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저 자신을 다듬어갈 겁니다.”

여성동아 2006년 4월 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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