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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프라이버시 인터뷰

코믹 연기로 제 2의 전성기 맞은 중견 탤런트 김수미

“나이 들어 사랑받는 게 고마워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팬들을 더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해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ㆍ홍중식 기자|| ■ 메이크업&헤어ㆍ3스토리 by 강성우 ■ 의상협찬ㆍ레나 랑에 ■ 장소협찬ㆍ나뚜라

입력 2006.04.04 15:08:00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수미. 하지만 그는 “인기는 바람 같은 것이기에 늘 살얼음을 걷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동안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연기에 더욱 깊은 맛을 내게 됐다는 그가 들려준 ‘배우 인생 & 가족 이야기’.
코믹 연기로 제 2의 전성기 맞은 중견 탤런트 김수미

‘김수미’ 하면 먼저 카사노바에게 정기를 빼앗기고 하루아침에 늙어버린,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이사벨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하지만 지난 3월 중순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 ‘일용엄니 책방’에서 만난 김수미(55)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테이블 위에 놓인 꽃을 어루만지며 “나는 이렇게 하얀 꽃을 보면 가슴이 시려’라고 말하는 모습은 한없이 여성스러웠다.
“제가 원래 푼수기가 좀 있기는 하지만 ‘천생’ 여자예요. 음식 만들고 집안 가꾸는 걸 좋아하고 예쁜 걸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죠. 이 서점도 제가 직접 꾸몄어요. 평상과 리어카는 ‘전원일기’ 촬영 때 일용이네 집 마당에 있던 걸 드라마가 끝나고 양해를 구해서 가져왔어요. 책은 제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진열하죠.”
최근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외에 영화 ‘간 큰 가족’ ‘마파도’ ‘미스터 주부 퀴즈왕’ ‘구세주’ 등에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그는 4월 영화 ‘맨발의 기봉이’와 ‘빨간 모자의 진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출연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증거. 그는 요즘 초등학생들로부터도 ‘수미 언니, 친구해주세요’라는 팬레터를 받는다고 말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게 고마울 뿐이에요. 사람들은 저더러 ‘코믹 연기의 대가’라고 하는데 그게 다 경비실에 선물 놓고 가고, ‘언니 친구하자’고 편지 보내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죠(웃음). 제가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팬들을 더 즐겁고 기쁘게 해주고 싶거든요.”
1970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 배우 인생 36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수미. 하지만 그는 “인기는 바람과 같다는 것을 알기에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사꾼이 물건을 많이 팔면 기분 좋듯,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스스로를 지탱하는 힘은 외부의 자극이 아니라 내적인 성숙함이라는 것.
그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과 무관치 않다. 김수미는 99년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숨진 시어머니의 혼이 씌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3개월 동안 속옷을 한 번도 갈아입지 않고, 손톱 밑에 때가 끼여 이쑤시개로 파낼 정도로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한동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정신을 놓고 살았어요. 다행히 남편과 아이들의 도움으로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죠. 특히 남편은 제가 자살할까봐 24시간 곁에 붙어 있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오늘 같은 날이 오려고 그런 고생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시련 겪으며 가족의 소중함 깨달아, 남편도 자식도 이젠 친구 같은 존재
코믹 연기로 제 2의 전성기 맞은 중견 탤런트 김수미

되돌아보기조차 싫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담담하게 말하는 김수미. 비로소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는 가족 이야기를 하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남편과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프로그램 외주제작사 PD인 아들은 남편을 닮아 착하고 낙천적인 반면 딸은 자신을 닮아 똑부러지는 성격이라고.
“아들은 같은 분야에 종사하지만 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어요. 대신 건강 문제로 제게 잔소리를 많이 하죠(웃음). 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약속시간에 먼저 나가 기다리는 것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요. 자존심이 강해서 ‘누구 딸’이라고 불리기보다 혼자 힘으로 뭐든지 해내고 싶어하는 게 대견하면서도 한편 안쓰러울 정도예요.”
동갑내기 남편과는 둘도 없이 좋은 친구 사이. 설레는 마음이야 연애시절보다 못하지만 이젠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까지 속속들이 내보일 수 있을 만큼 편안하고 세월의 무게만큼 믿음이 쌓인 관계가 됐다.
“제가 발이 못생겨서 어디 가서도 함부로 내놓지 못하는데 남편한테만큼은 편안하게 내보일 수 있어요. 전에는 저녁에 늦으면 어디 가서 뭘 하는지 의심했는데 요즘은 혹시 사고라도 당하지 않았는지 걱정이 돼요(웃음).”

코믹 연기로 제 2의 전성기 맞은 중견 탤런트 김수미

김수미가 가장 아낀다는 강아지들. 그는 “우리 애기들 사진도 책에 좀 내줘”라고 부탁하기도.


30년 세월 덕분에 남편도, 그도 편안해졌지만 10여 년 전에는 이혼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는 김수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연기자들에게 부부문제에 관한 상담을 해주기도 하는 그는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결점을 찾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도 40대 초반 남편과의 갈등 때문에 이혼 직전까지 간 적이 있어요. 남편이 가정을 겉돌면서 불화가 시작됐는데 사실 저는 억울했죠. 돈 잘 벌어, 살림 잘해, 그 바쁜 와중에도 뼈가 부서져라 김치 담가 식구들 챙겨가면서 열심히 사는데 뭐가 불만일까 싶었으니까요.”
이혼을 결심하고 친정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겨준 ‘명심보감’을 뒤적이며 마음을 다잡던 그는 ‘내 두레박 끈이 짧은 것은 모르고 남의 집 우물 깊은 것만 탓하지 마라’는 글귀를 접하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그제야 제 잘못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항상 일에 쫓겨 살면서 남편과의 잠자리에 소홀한 면이 있었거든요. 남편이 옆에 오면 ‘내일 새벽에 촬영 있어서 나가봐야 한다’면서 먼저 잠자리에 들곤 했죠. 그럴 때마다 남편이 절 이해해주리라 생각했지 불만을 품고 있으리란 생각은 못했어요. 그러니 남편 입장에서는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였겠어요.”

“글쓰기는 내 삶의 원동력, 올 가을 소설 펴낼 계획”
코믹 연기로 제 2의 전성기 맞은 중견 탤런트 김수미

연기와 더불어 글쓰기가 자신의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김수미. 그는 몇 해 전 주부들과 삶의 지혜를 나누고 싶어 서점을 열기도 했다.


‘명심보감’ 덕분에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 김수미는 지금도 그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들여다본다. 그가 2003년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에 ‘일용엄니 책방’을 낸 이유도 또래 주부들과 삶의 지혜를 나누기 위해서라고.
“하루는 어떤 주부가 돈 만원이 아까워서 책을 만지작만지작하고 있더라고요. ‘평생 자신을 위해 책 한권 산 적이 없다’며 만원으로 저녁 반찬을 사야 할지, 책을 사야할지 고민하던 그 주부에게 제 에세이를 선물했죠. 그랬더니 그 다음에 ‘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찾았다’ 며 저희 서점 단골이 됐어요(웃음).”

소설가가 꿈이었다는 김수미는 “문학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에세이집 ‘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와 요리책을 비롯, 7권의 책을 펴낸 그는 올 가을 소설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제 삶의 영양제죠. 그래서 글을 못 쓰면 연기를 잘하고 인기를 누려도 마음이 허해요.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열정적인 사랑을 할 때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냈고 그 사랑이 좌절됐을 때 ‘샤넬 넘버 5’라는 향수를 만들어냈는데 제 삶과 글쓰기도 그렇게 하나로 흘렀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올 가을 탈고를 목표로 소설을 집필 중인데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 계획이에요.”
가까운 곳에 외출할 때도 곱게 화장을 할 만큼 자신을 가꾸는 데 정성을 다하고 책을 가까이해 내적인 아름다움을 가꾸는 김수미. 그는 “여성의 섹시함은 열정과 지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밤샘 촬영을 하고 새벽에 해 뜨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해요.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전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 섹시해보여요.”
매년 봄이면 왠지 모를 그리움에 끌려 논개의 생가를 찾아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며 아득한 정취에 빠져든다는 김수미. 그의 진지함에 한창 빠져들 무렵 그는 특유의 익살스러움으로 인터뷰를 마감했다. “나중에라도 다시 시집갈 수 있게 사진 좀 이쁘게 내 줘~.”

여성동아 2006년 4월 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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