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최남단에 자리한 청도는 산과 물이 맑고, 인심이 좋아 삼청(三淸)의 고장으로 불려져왔다. 이곳에서는 씨 없는 감 ‘반시’와 반시로 만든 와인을 맛보고, 반시 즙을 이용해 천연염색을 하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매년 3월에 열리는 소싸움축제도 청도 여행의 즐거움. 일정을 마친 뒤 용암온천의 게르마늄 유황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싹 풀린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기 쉬운 3월, 경북 청도를 찾아가보자.
감으로 만든 와인 맛보고 와인터널 구경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를 형성하고 있는 청도는 청정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 특히 옛 이서국(삼한시대에 있었던 부족국가)의 수도였던 화양읍은 무수히 많은 감나무를 볼 수 있는 ‘감마을’로 유명하다. 청도의 감은 쟁반처럼 생긴 감이라고 해서 ‘반시’(盤枾)로 불린다. 씨가 없고 크기가 크며 당도가 높아 맛있다. 하지만 수분이 많아 곶감을 만들기에는 부적합해 저장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 그래서 감을 4등분해 곶감처럼 건조시킨 감말랭이, 감을 얼린 아이스홍시를 만들어 판매한다. 얼마 전에는 반시의 대량 소비를 위해 청도와인에서 반시를 이용한 와인(감그린)을 개발했다.
청도와인(주)의 와인연구소 내부. 반시로 만든 와인은 심장병 예방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타닌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감 와인은 반시 즙을 발효시켜 만드는데,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과당과 펙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고 만드는데, 심장병 예방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타닌 성분이 들어 있다. 육류와 생선류로 만든 요리뿐 아니라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 감 와인의 맛과 효능이 입소문나면서 지난해에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가 대표단의 환영 만찬주로 선정돼 인기를 끌었다.
청도와인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와인 저장고로 사용하고 있는 화양읍 송금리의 터널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 터널은 1904년 대한제국 말기에 경부선 철도용으로 뚫었던 곳으로 와인 숙성에 좋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총길이가 1km에 달해 와인 10만 병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터널에 들어가 와인과 터널 내부를 구경한 뒤 터널 입구에 마련된 쉼터에서 와인을 직접 마셔보는 시간을 갖는다. 쉼터에는 와인을 주문해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작은 카페도 마련돼 있다. 와인 시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9시. 와인 터널과 쉼터 안의 카페에서 와인을 판매하며 가격은 터널에서는 750ml 2만원, 카페에서는 750ml 2만2천원이다. 문의 054-371-1100 http://gamwine.com
와인 저장고로 사용하고 있는 터널. 쉼터가 마련돼 있어 와인 시음과 와인 구입을 할 수 있다.
감물을 이용한 천연염색 체험
화양읍 유등리에는 천연염색 공방인 꼭두서니가 있다. 공방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에서 사업을 하던 주인장 김종백씨는 고향인 청도로 내려와 동네 할머니들에게 전통 방식대로 천을 염색하고 천이 사각거리도록 풀을 먹이는 방법을 배우며 염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태풍이 몰아쳐 감이 많이 떨어지자, 못 먹게 된 감을 이용해 염색을 하게 됐는데 감물색이 더할 나위 없이 예뻤다고 한다.
공방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기는 건 너른 마당에 가득히 널려 있는 천들이다. 햇살을 받으며 다양한 형태로 펄럭이는 천들을 보면 경외감마저 들 정도. 염색에 사용되는 감물은 청도 반시의 즙을 짜서 만든 것이다. 감물염색을 하려면 우선 천을 물에 빨아 풀기를 빼고 말린 뒤 감물에 담가 감즙이 고루 배어들도록 20여 분간 주무른다. 그런 다음 천을 꼭 짜서 햇빛에 널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물에 주물러 널어놓은 천이 햇빛에 바싹 마르면 물을 골고루 뿌리며 다시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천 전체에 골고루 예쁜 감물색이 올라온다고. 염색천에 뿌리는 물의 성분에 따라서도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철분이 많은 약수를 뿌리면 갈색이 훨씬 많이 돌게 된다고 한다.
꼭두서니를 방문하면 감즙을 이용해 천을 염색하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다. 공방 전시장에는 다양한 천연염색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
||||||
감즙을 이용한 염색이 끝나면 마당에 천을 널어놓고 천연염색전시장으로 건너간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감물염색 제품들이 거실, 주방, 손님방 등으로 나누어진 공간에 전시돼 있다. 현관 바로 앞에 자리한 주방에는 낮은 커튼이, 거실 창가에는 커다란 감물 커튼이 걸려 있는 식. 가장 눈에 띄는 건 손님방 바닥에 깔려 있는 ‘감물로 염색한 삼베’인데 항균성이 뛰어나 장판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감물염색 체험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할 수 있다(일요일 휴무). 염색 체험료는 1인당 1만원이며 2시간 정도 진행된다. 문의 및 예약 054-371-6135
천연 유황온천수에 몸을 담그며 건강 목욕
대형 바데풀이 있어 게르마늄 유황온천수를 이용해 전신 마사지를 할 수 있다.
화양읍 삼신리는 용암온천으로 유명한 곳. 예부터 장수마을로 이름났으며, 힘센 사람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의 온천들은 땅속 1000m에서 솟아오르는 43℃의 게르마늄 유황온천수를 사용한다. 피부를 좋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게르마늄 성분이 다른 온천보다 15~30배 이상 함유돼 있어 건강을 지켜준다. 수량 또한 풍부해 하루 6천2백 톤의 온천수가 솟아오른다.
이곳의 대표적인 온천인 용암웰빙스파는 5층 규모의 건물 전체를 다양한 온천시설로 꾸며놓았다. 기능성 온천뿐 아니라 대형 바데풀을 구비해놓아 온천수를 이용한 전신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또 온천수에 아로마테라피를 가미한 아쿠아테라피 시설을 도입한 것도 특징. 2층과 3층에 꾸며진 노천탕과 황톳불 찜질방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5천여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온천 개장시간은 오전 6시~오후 10시이며 이용료는 6천5백원이다. 아쿠아테라피의 이용료는 주중 1만2천5백원, 주말 1만5천원. 문의 및 예약 054-371-5500 www.yongamspa.co.kr
아이와 함께 즐기는 이색 체험, 소싸움축제
청도를 대표하는 ‘소싸움축제’. 소싸움뿐 아니라 싸움소로 키우고 있는 어린 소를 구경하고 로데오 경기를 관람하는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매년 3월이면 청도에서는 ‘소싸움축제’가 열린다. 지난 90년 ‘영남민속투우대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래 해마다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청도 하면 소싸움이 떠오를 만큼 청도를 대표하는 행사가 됐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원형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소싸움이다. 경기장을 빼곡히 메운 사람들은 친구, 가족과 함께 열띤 응원을 벌이며 소싸움에 집중한다. 청도의 소싸움에는 스페인의 투우처럼 투우사의 싸움기술이나 화려함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몸무게가 1톤이 넘는 소들이 뿔을 맞대고 뿜어내는 강렬한 열기 때문. 마치 작전을 짠 것처럼 능수능란하게 싸우는 소들을 보고 있으면 아슬아슬한 기분이 들면서 경기에 빠져들게 된다고 한다.
다양한 농기구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농기구 체험과 싸움소로 키우고 있는 어린 소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달구지를 타고 축제가 열리는 장터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주한미군 카우보이협회 회원들이 길들이지 않은 소의 등에 올라타고 벌이는 로데오 경기 역시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올해는 3월11부터 15일까지 청도 서원천 둔치 특설 경기장에서 열린다. 전국의 싸움소 1백여 마리가 출전, 체급별 경기를 치른다. 일본·미국·호주산 소가 한우와 겨루는 국제전도 펼쳐질 예정. 문의 054-370-6376 www. cheongdo.go.kr
가족여행 전문가 한은희씨는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이달에 찾은 청도는 반시로 만든 와인을 맛보고, 감물염색을 해보는 등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포근한 봄바람이 외출을 재촉하는 3월, 온 가족이 청도에서 특별한 체험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적극 추천했다.
|
||||||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