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수다 떨 듯 진행되는 EBS ‘잉글리시 카페’의 영어강사 아이작 더스트(39)는 ‘에듀테이너(Edutainer)’라고 부를 만하다. 할리우드 배우 짐 캐리를 연상시키는 그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영어강의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그는 요즘 이보영, 문단열 등 인기 영어강사들이 가장 초빙하고 싶어하는 영어강사로 꼽을 만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 어릴 때부터 ‘몸을 던지는’ 스타일이었어요. 사촌동생들이 워낙 많아서 동생들과 놀아주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부터 몸으로 웃기는 데 도가 텄어요. 한국에 와서는 대학로 연극극단에서 연극배우 생활을 했을 정도로 연기에 관심이 많고요.”
영어를 ‘웃기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딱딱한 것보다는 재미있는 게 좋기 때문”이라며 명쾌하게 답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공부라면 골치부터 지끈지끈 아프다고 여기는 현실에서 자신만큼은 놀이를 하듯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그는 한국어 발음이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한자성어를 자연스럽게 섞어 쓸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대단하다.
“영문학 박사인 아버지가 제자의 소개로 새어머니를 만나셨는데, 그분이 바로 한국인이었어요. 새어머니 덕분에 일곱 살 때부터 한국 음식을 먹으며 자랐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작은 그렇게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새어머니는 영어에 능숙했기 때문에 대화하는 데 별다른 장애가 없었지만 외할머니는 사정이 달랐다. 그는 외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저희 외할머니는 영화 ‘집으로’에 나오는 할머니 같은 분이셨어요. 하루 종일 부지런히 일하고 정이 많은 분이었거든요. 할머니가 영어를 못해서 보디 랭귀지로 대화할 수밖에 없었어요. 할머니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는 버클리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연세대로 유학을 와 연세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했고,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뉴욕에서 5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지만 한국을 잊을 수 없어 97년 한 대학으로부터 전임강사 제의를 받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가 한국을 더더욱 사랑하게 된 것은 바로 아내와의 만남 때문. 정 많고 복스러운 한국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아이작은 결혼해 네 명의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넷이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요. 한 명은 너무 외로울 것 같아 한 명을 더 낳고, 적어도 셋은 되어야 할 것 같아 또 낳고…. 그러다 보니 네 명이나 되었네요. 하하.”
아빠의 모국어가 영어지만 네 자녀 모두 영어에 능통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이들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일반 학교에 다니는 등 보통의 한국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자라는데다 주로 외할머니와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또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영어보다 한국어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그래서인지 저도 보통의 한국 엄마들처럼 아이들 영어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덕분에 저만의 영어교육법을 개발하게 됐지요.”
네 아이 아빠 아이작이 알려주는 아이작식 어린이 영어교육법
▼ 아이가 관심 갖고 있는 분야의 영어책 읽어주기
요즘 많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영어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하지만 아이작은 영어동화책을 골라 들기 전 반드시 명심할 것이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모든 아이들이 동화책을 좋아하는 건 아니란 사실이다. 아이작 자녀들의 경우 첫째는 과학을, 둘째는 미술을, 셋째는 노래를, 막내는 운동을 좋아한다. 때문에 그는 아이들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골라 읽어주어 영어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고 한다.
▼ 영어책 읽어줄 때는 한 번에 한 권씩만
아이작은 아이에게 책을 무조건 많이 읽어준다고 더 많은 효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단 한 권의 책을 아이가 ‘그래서 다음엔 어떻게 됐어요?’라고 질문할 정도로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 책 한 권을 읽어주는데, 아이들은 조금은 아쉬워하면서 ‘내일은 아빠가 어떤 책을 읽어줄까’ 기대하며 잠든다고 한다.
▼ 영어책과 한국어책 동시에 읽어주기
아이가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영어책과 한국어책을 번갈아 읽어준다. 예를 들어 ‘장화 신은 고양이’ 한국어판을 읽어준 다음 영어판을 읽어주는 식이다. 그러면 영어책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 책 읽은 후 독후감 쓰기
영어책을 읽고 난 후에는 독후감을 꼭 쓰도록 한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아이라면 영어 제목만이라도 직접 써보게 한다. 그 다음에는 주인공 이름을 영어로 쓰게 해 점차 영어 쓰기의 범위를 늘려간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Amusing story’ ‘Sad story’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보도록 한다.
▼ 영어 글짓기하기
글짓기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없는 학습활동. 하지만 꾸준히 글짓기를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영어학습법은 없다.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영어 글짓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한 줄짜리 영어 글짓기를 하게 한 다음 이를 화장실이나 식탁, 냉장고 등에 붙여놓고 잘했을 경우 스티커를 붙여주고 한 달에 한 번씩 포상을 해주도록 한다. 글감은 영어 글짓기 교재에서 얻으면 된다.
▼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들게 하기
영어책을 읽고 난 다음 모르는 단어만 골라 적게 해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들도록 한다. 이렇게 한두 단어씩 써서 모아두는 버릇을 길러주면 초등학생이 된 후에는 스스로 단어장을 만들 수 있다. 아이작의 막내는 영어책 본문에 나오는 그림까지 오려붙여 자신만의 그림 단어장을 만드는 것을 매우 즐겁게 여긴다고 한다.
▼ 생활 속에서 영어 문장을 알려준다
청소할 때는 간단하게 “Clean Up”이라고 외친다거나 “Shake! Shake!”라고 말하며 아이들과 함께 밀크셰이크를 만들어 먹는 식으로 생활 속에서 간단한 영어를 써보자. 그리고 영어를 말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면 아이들에게 따로 번역해줄 필요가 없어 한국어를 배우듯 영어를 쉽게 익히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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