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수 후텔식품건강연구소 소장(49)은 84년부터 16년간 제과회사에서 일했고 그중 14년 동안 신제품 개발업무를 담당했다. 안씨는 설탕과 물엿, 밀가루로 만들어내는 과자를 종합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할 만큼 새로운 과자를 탄생시키는 일에 온 정열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과자는 물론이고 동료가 만든 과자, 경쟁사의 제품, 해외에서 구입해온 과자까지 온갖 종류의 과자를 날마다 수도 없이 먹었고 집에서도 과자와 청량음료,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 먹었다.
그런 그에게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후반부터 안좋은 징후들이 나타났다. 어느 순간부터 피곤감과 무력감이 계속됐고 이유 없이 정신이 몽롱해지는 일이 잦았기 때문. 나중에는 기억력과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가만히 앉아 책 읽는 것이 힘들 지경이었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봐도 특별한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좋아하던 담배도 끊고 꾸준히 조깅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는 과자가 원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98년 일본에 출장을 갔다가 한 제과회사 사장으로부터 책 한 권을 건네받았다. 작은 규모이지만 큰 수익을 내고 있는 제과회사의 사장이자 식품에 대해 전문가 뺨치는 식견을 갖춘 그가 건넨 책은 뜻밖에도 과자와 인스턴트 식품의 유해성을 알리는 ‘식원성 증후군’이란 제목의 책이었다.
“그 책은 대학에서 식품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제과업계에서 일해온 제 상식을 송두리째 부수는 내용으로 가득했어요. 그 책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중·고등학교에서 교내 폭력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원인을 청소년들의 식생활에서 찾고 있었죠. 저는 그저 설탕과 식품첨가물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 책에 그러한 사실이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어요.”
안씨는 그동안 자신에게 나타난 여러 증세들이 과자와 인스턴트 식품 탓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자의 개인적인 주장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발표된 관련 논문을 찾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인스턴트 식품과 과자에 들어가는 설탕, 식품첨가물에 대한 연구가 매우 깊이 있게 이루어져 있더라고요. ‘내가 정말 식품전문가가 맞나’라는 자책감이 들 정도였어요. 결국 제가 그동안 먹어온 것들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회사를 그만뒀어요.”
과자와 인스턴트 식품 끊고 식생활 바꾸자 몸이 가뿐해지고 머리가 맑아져
2000년 봄 회사를 그만둔 안병수씨는 우선 자신의 식생활부터 완전히 바꿨다. 과자와 인스턴트 식품을 완전히 끊고 잡곡밥과 야채, 생선 등으로만 식단을 짠 것. 집에 있던 설탕과 인공조미료, 인스턴트 커피와 프림, 청량음료 등을 모두 내다버린 그는 간식도 과자에서 찐 고구마와 옥수수로 대체했다.
그러자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새로 일하게 된 벤처기업의 업무량이 많아 전보다 훨씬 바빠졌지만 건강은 오히려 더 좋아진 것. 하지만 당시 중학교 1학년생이던 아들이 문제였다. 여느 아이들처럼 과자나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고 밥을 먹을 때조차 사이다를 옆에 두고 물처럼 마시던 아이의 식생활을 바꾸기 힘들었던 것.
“다시는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약속을 어기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며칠에 걸쳐 설탕과 기름에 절은 과자가 왜 몸에 안 좋은지 강의했죠. 그 결과 아들 역시 과자와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하더군요.”
식생활을 완전히 바꾼 지 6개월이 지나자 안병수씨는 몸의 변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몸이 가뿐해지고 머리도 맑아졌다는 것. 해마다 겨울이면 감기에 걸리곤 했는데, 그해 겨울은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지나갔다고 한다. 1년이 지나자 아들에게도 변화가 일어났다. 하위권에 머물던 성적이 점차 오르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책상 앞에 10분 이상 앉아 있지 못하던 산만한 태도가 말끔히 사라진 점이 가장 놀라웠다고 한다.
“입과 눈에 좋은 식품을 추구할 게 아니라, 몸에 좋은 식품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이 우리의 몸은 물론 정신까지 지배하기 때문이죠. 정제당, 쇼트닝, 식품첨가물 덩어리를 나와 내 아이의 입에 꼭 넣어야 하는지 과자를 먹을 때마다 생각해보길 바라요.”
안병수씨가 일러준 우리 몸에 해가 되는 식품첨가물
안병수씨는 과자와 인스턴트 식품을 멀리하게 한 후 아들의 집중력이 놀랍도록 향상돼 놀랐다고 한다.
아질산나트륨 햄 등 육가공품에 첨가돼 먹음직스러운 색깔이 나도록 하는 발색제이자 방부제 역할도 하는 첨가물. 일본의 식품첨가물 전문가들이 ‘가장 위험한 첨가물’로 지적했을 만큼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이다.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어 식품에 첨가할 경우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식용색소 먹을 수 있는 색소이기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식용색소는 합성착색료 타르에서 추출한 것으로 발암, 알레르기 유발은 물론 신경전달물질 기능을 왜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에 첨가할 경우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인공조미료(MSG)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에 거의 모두 첨가돼 있다고 봐야 할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식품첨가물로 두통과 발열, 현기증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 MSG는 의무표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식품의 용기나 포장지에 표기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표기됐다 하더라도 ‘양념 0호’ ‘L-글루타민산나트륨’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적혀 있어 인공조미료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다.
쇼트닝 식물성 지방, 마가린, 경화대두유 등으로 바꾸어 표기된다. 실온에서 액체 상태인 식물성 기름을 화학 처리해 고체 기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생겨나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다. 과자를 튀기는 데 이용될 뿐 아니라 파이, 케이크, 도너츠 등 대부분의 제과류에는 쇼트닝이 첨가된다.
정제당세 번의 정제작업을 거쳐 만들어진 흰설탕으로 영양분과 섬유질이 전혀 없는 칼로리 덩어리에 불과하다. 설탕을 많이 섭취하면 몸이 산성화되면서 우리 몸에 이로운 미네랄과 비타민이 축나게 된다. 또한 살찌게 할 뿐만 아니라 근육, 신경조직, 장기 등 각 신체기관의 에너지 고갈을 유발한다. 치매환자들 중에는 어릴 때부터 단 것을 즐겨먹은 이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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