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수인이(8)는 벌써 1년째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자리한 옹기민속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도예를 배우고 있다. 수인이 엄마 이재란씨(41)는 다섯 살 때부터 아동미술을 배운 수인이가 그림은 잘 그리지만 만들기에는 서툴자 어린이 도예교실에 수인이를 보내기 시작했다.
엄마 이재란씨는 “수인이가 처음부터 도예교실에 흥미를 느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수업을 한 달 다니고는 재미없다며 안 가겠다고 했다는 것. 만들기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흙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힘겨워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런 수인이를 석 달만 다녀보고 그래도 하기 싫으면 그만두자며 달랬는데 3개월이 지나자 도예의 재미에 푹 빠졌다고.
“처음에는 만들기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작품을 손톱만한 크기로 만들어왔어요. 그래도 참 잘했다며 용기를 북돋워줬더니 점차 작품의 크기도 커지고 표현도 다양해졌어요. 이제는 도예교실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요.”
도예교실의 수업내용은 매주 달라진다. 처음에는 흙과 친해지게 하기 위해 흙에 몸 도장을 찍는 등 흙을 가지고 놀게 한다. 그 다음 매달 테마를 정해 생활과 밀접한 작품을 만들어본다. 추석에는 송편을 빗고, 송편 담을 접시를 직접 만들어 집에서 사용하게 한다. 또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을 부조로 표현하도록 하고 아이들끼리의 공동작업을 통해 대형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달팽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책을 읽고 만든 작품을 자랑하는 수인이와 엄마 이재란씨.
수인이는 박물관을 가거나 책에서 토기 그림을 발견하면 “나 이거 어떻게 만드는 줄 알아”라면서 어떻게 흙을 빚고 그릇을 구우면 되는지 설명하기 바쁘다고 한다. 이재란씨는 도예를 배운 것이 앞으로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만들기는 ‘입체화된 그림’이기 때문에 수학을 배울 때 입체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어린이 도예교실의 강사인 유지은씨는 “흙은 잘못 만들었어도 뭉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창조적인 소재”라며 산만하거나 내성적인 아이들도 흙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집중력과 자신감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 ‘우리 아이 무얼 배울까’는 아이의 정신적, 신체적, 심리적 균형 발달에 좋은 취미 생활을 갖도록 하고 싶은데 무엇이 좋을 지, 어떻게 접하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기획된 연재물입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배우고 있는데 좋은 점이 많아 다른 아이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은 취미 생활이 있으면 layra@donga.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선정되신 분께는 육아·생활용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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