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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안전한 학교를 위해

학교폭력 예방 & 대처법

스쿨폴리스, 또래상담, 신변 경호 프로그램…

글·강지남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2005. 11. 01

만약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면? 가정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55만 명으로 추산되는 등 많은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돼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학교폭력 예방 & 대처법

지난 5월 열린 부산 스쿨폴리스 창단식


몇년 전부터 사회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학교를 그만두거나 자살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지난 10월1일에는 남자 중학생이 학교에서 같은 반 급우에게 구타당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까지도 벌어졌다. 현재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55만 명(가해학생 18만 명)으로 추산될 지경이니 학교폭력을 ‘일부 불량학생들 사이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와 학교 당국, 시민사회는 그 예방책과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중 실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예방·대처법을 소개한다.

스쿨폴리스, 교권 침해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성과 거두고 전국적으로 시범 실시
부산의 한 남자중학교 학생들은 하교길이 무서웠다. 인근 공업고등학교에 다니는 선배가 정문 앞을 지키고 있다가 아이들 몇몇을 데리고 가 강제로 다른 아이들을 때리고 돈을 뺏는 일을 시키기 때문. 교사들이 이 학생을 야단치려고 하면 “당신이 뭔데 참견이냐”며 강하게 대드는 통에 창피만 당하기 일쑤라 선뜻 나서는 교사들도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스쿨폴리스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아이들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스쿨폴리스 요원이 그 문제학생을 훈계해 그 학생 담임교사에게 인계해준 이후 더는 정문 앞에 얼씬거리지 않게 됐기 때문. 부산지방경찰청 이흥우 스쿨폴리스 팀장은 “문제학생들은 퇴직 경찰인 스쿨폴리스 뒤에 경찰서가 연계돼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권침해의 우려 속에 지난 5월부터 석 달 동안 부산 시내 7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스쿨폴리스 제도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처에 성과를 거두자 경찰청과 교육당국은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11월1일부터 전국 70개 초·중·고등학교에 퇴직 경찰관과 퇴직 교사가 한 조를 이루어 학교에 상주하게 된다. 앞으로의 활동성과에 따라 스쿨폴리스의 상주를 원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이 제도를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부산의 스쿨폴리스 시범실시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시범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63%, 학생의 56%가 스쿨폴리스의 지속적인 실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교육청이 시범학교 학생, 교사, 교직단체, 학부모 1천3백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스쿨폴리스 시범실시 이후 학교폭력이 감소했냐’는 물음에 학생, 교사, 교직단체, 학부모 응답자들 중 32∼35%가 ‘그렇다’고 답했다. 스쿨폴리스와 학생들과의 관계에 대해 “좋다”고 답한 학생들은 50.3%에 달했다.
스쿨폴리스는 학교폭력뿐만이 아니라 학교 담장 밖에서 벌어지는 ‘유해 요소’들까지도 제거하는 과외소득까지 올렸다. 지난 7월 스쿨폴리스 요원 이세근씨는 1년 전부터 부산 양덕여중 앞에 출몰해 여학생들에게 성기를 꺼내 보이는 등 변태행위를 일삼았던 ‘바바리맨’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이 학교 여학생이 이씨에게 보낸 ‘바바리맨이 나타났다’는 문자메시지를 보고 출동해 바바리맨을 격투 끝에 붙잡았고, 그는 결국 구속됐다. 청소년에게 술을 파는 양심 불량업소를 신고받아 단속한 일도 있었다.
개금고등학교에서 스쿨폴리스 요원으로 활동한 퇴직 경찰 윤대기씨는 “처음 열흘 정도는 아이들이 스쿨폴리스를 낯설어했지만 나중에는 하루에 문자메시지가 수십 통씩 올 정도였다”면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학생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래상담가 활동, 아이들끼리 문제 해결하는 효과 커 호평 받아
경남 거제 중앙고등학교는 지난 4월 또래상담 봉사단을 발족했다. 1학년 15명과 2학년 12명으로 구성된 ‘친구 고충 도우미 봉사단’이 꾸려져 온·오프 라인을 통해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학교성적 등에 대해 상담을 벌이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

또래상담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봉사단 담당교사인 진형란씨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래상담자들은 상담을 요청한 학생들이 동의할 경우 상담내용을 기록한 문서를 진 교사에게 전달하는데, 벌써 1백 건이나 모였다고. 집단 따돌림이나 학교폭력 문제뿐만이 아니라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 용돈문제나 가정문제, 친구들과의 갈등 등이 상담의 대다수를 이뤘다고 한다. 남학생들끼리의 우발적인 주먹다툼도 또래상담자가 개입해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음을 양쪽에 알려 무난하게 해결한 적도 있다고 한다. 진 교사는 “또래상담은 고민을 교사나 부모보다는 친구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효과가 큰 것으로 본다”면서 “실제 이뤄진 상담건수가 1백 건을 훨씬 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생들의 고민상담을 해주는 또래상담은 1994년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시작돼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1만4천여 명이 또래상담자로 활동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또래상담은 학교 상담실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거나 특별활동반 형태로 이뤄진다. 여러 청소년단체에서도 또래상담 동아리를 따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며 인터넷에서도 또래상담 카페를 찾아볼 수 있다.
상담 전문기관에서 활동교육을 받은 뒤 활동하는 또래상담자들은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고민을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기 때문에 상담 성과가 훨씬 좋다는 평가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거나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서 교사나 부모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또래상담자들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바람직한 대처법이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할 점 등을 조언받을 수 있다.
또래상담은 비단 피해학생을 보듬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해학생도 변화시킬 수 있다. 학교폭력 또래상담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민양(인제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은 또래상담자의 ‘바람잡이 역할론’을 강조한다. 교실에서 한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다면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자’ ‘선생님 오신다’라고 말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해학생들에게 피해학생의 좋은 점을 넌지시 이야기해주면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변 경호 프로그램, 학교폭력 두려움으로 학교 가기 무서운 아이와 함께 등·하교
중학교 2학년인 민지(가명)는 5명의 친구들에게 끌려가 구타당하고 돈을 뺏기는 일을 당한 이후로 학교 가기가 너무 무서워졌다. 민지는 심리적인 불안 증세까지 보였다. 이에 민지 아버지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신변경호를 요청했고, 민지는 6주 동안 삼촌으로 가장한 경호원과 함께 등·하교했다. 이 재단의 김형래 국장은 “민지에게 경호원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가해학생들에게 알렸고, 덕분에 그 학생들이 더 이상 민지를 괴롭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지처럼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한 뒤 학교 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할 경우에는 신변 경호 프로그램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02-585-0098,www.jikim.net)은 지난 1월부터 지속적인 학교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거나 피해학생이 학교 가기를 두려워할 경우 경호원과 함께 등·하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신변 경호 프로그램은 경호 전문업체 에스텍이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손잡고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료로 제공된다.
지금까지 5명의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적용받았는데, 모두 더 이상의 학교폭력에 시달리지 않았다. 김형래 국장은 “담임교사와 가해학생들을 제외한 아이들에게는 경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도록 진행하며 경호가 끝난 후라도 위급 상황에는 경호원이 바로 출동하도록 하고 있어 가해학생들이 보복하는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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