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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궁금한 교육법

임혁씨가 일러주는 과학과 친해지는 방법

“고정관념을 깨는 간단한 실험으로 호기심 자극해주세요”

글·구미화‘신동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10. 11

과학의 출발은 호기심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호기심 많던 아이들도 정작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과학을 배우기 시작하면 지루해하고 어려워한다.초·중·고 과학 교사들과 함께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임혁씨를 만나 과학 관련 서적과전시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아이가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임혁씨가 일러주는 과학과 친해지는 방법

아이가 자라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눈에 띄는 모든 것이 신기한 듯 다가가 만져볼 때가 있다. 그 모습이 마냥 귀여울 것 같지만 부모 입장에선 귀찮기도 하고, 엉뚱한 질문에 답해야 할 때면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서울사대부설여자중학교 과학 교사이자 초·중·고 과학 교사들이 모여 과학의 대중화와 좀 더 재미있는 과학 수업을 위해 연구하는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www.tes.or.kr)의 대표인 임혁씨(37)는 이때가 과학적 호기심을 키우고, 과학적 사고에 필요한 논리력을 키우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말한다.
“과학은 어떤 현상을 관찰하면서 생겨난 호기심에서 출발해 그것을 해결하고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생겨난 학문이에요. 아이들이 이것저것 궁금해하는 건 과학적 사고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증거죠. ‘과학=공부’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전에 과학적 사고의 기초를 닦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임씨는 이 시기에 부모들이 가장 흔하게 범하는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들이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알고 있는 내용은 너무 빨리 답을 말하고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선 대화를 피하려고 한다는 것.
“저 역시 집에서 아이가 이런저런 것을 물으면 바쁘거나 귀찮다는 핑계로 그 상황을 대충 모면하려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잠시나마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꼭 정답을 찾아내진 않더라도 혼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대단한 성취감을 느끼게 돼요. 아이가 알고자 하는 것이 아이 수준에서 벗어난다고 생각될 땐 무리해서 알게 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 더 크면 알게 될 거라며 묻어둘 필요도 있고요.”
그는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과학에 대한 흥미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가장 먼저 아이의 수준과 관심 분야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물리, 생물, 지구과학 등 과학의 여러 분야를 세분화하지 않고 통합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지만 기초를 다지는 단계에서는 특히 관심을 보이는 특정 분야를 자주 접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유아나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들은 구체적인 대상을 보고 만지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그럴 때 사실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아이들에게 과학적인 설명을 들려주긴 어렵죠. 하지만 곤충이나 동물 등을 자주 접하게 하고, 그것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주는 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아이가 만약 공룡을 좋아하면 한 번쯤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고요.”
임씨는 아이가 물리나 기계에 더 관심을 보인다면 서점에 나와 있는 책을 참고해 가정에서 직접 간단한 실험들을 해볼 것을 권했다.
전시 관람보다 사전 계획과 검토가 더 중요
그런데 이처럼 보고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과학 분야에 호기심이 많던 아이들도 단순히 보고 느끼는 단계에서 벗어나 이론적으로 현상을 설명하고, 응용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과학을 어렵고 복잡한 학문으로 여기고 관심 밖으로 내모는 경향을 보인다. 임씨는 그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과학을 처음 접할 때 실험과 이론을 별개의 것으로 접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아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과학적 현상들을 경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러한 현상을 낳는 원리를 예상하고, 추론해보는 데서 재미를 느껴야 과학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되는데 대부분 많은 것을 눈으로 보는 것에서 끝나기 때문에 과학적 이론 이해하는 것을 골치아파한다는 것. 실제 그가 수업 중에 아이들에게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을 때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지만 과학 실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을 때는 많은 수가 손을 들었다고 한다.


“과학은 많은 지식보다 논리적인 사고를 요하는 학문이에요. 때문에 아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는 답을 금세 일러주고 기억하게 하거나 정답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요. 설사 아이가 틀린 답을 말하더라도 바로 정정하지 말고, 관련 자료를 보여주거나 실험 등을 해보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답을 수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
그는 전시물을 관람할 때도 ‘아이가 하나라도 더 보고 기억했으면’ 하는 생각보다 ‘하나라도 깊이 있게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를 보는 것만으로는 입장료의 가치를 다 하지 못해요. 사전에 전시가 기획된 의도 등을 알아보고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 준비해야 하죠. 물론 아무런 준비 없이 가서 아이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신기해하면 그것만으로도 과학적 흥미를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어 과학이 어렵게 느껴질 때까지 효력이 미치지 못해요.”
박물관 탐방 자체보다 가기 전과, 다녀온 후의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박물관에 가기 전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 소개 자료를 읽고,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지 탐방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흥미를 돋우고, 다녀와서는 아이에게 뭔가를 보여줬다는 것에 만족할 게 아니라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인체의 신비전’을 보러갔는데, 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사람의 몸과 관련된 그림책을 읽게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정말 효과가 커요. 그림책을 본 다음에 전시를 관람하면 아이들이 책에서 보았던 거라며 더 재미있어하고, 자신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에 뿌듯해하죠. 전시를 보고 나면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그와 관련된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이번엔 박물관에서 보았던 거라며 책의 내용에 더 빠져들게 되죠.”

책 고를 땐 그림과 제목에 현혹되지 말고 목차 꼼꼼하게 읽어야
임씨에 따르면 7차 교육 과정에서 과학 교육의 목표는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다. 6차 교육 과정까지는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습득해 과학자를 길러내는 것이 과학 교육의 목표라 수업시간에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주력했으나 이제는 교사와 부모 모두 아이가 자신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과학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
새로운 상황이나 새로운 문제를 접했을 때 그것을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과학 교육이라고 말하는 그는 아이들이 과학과 친해지는 첫걸음으로 부모가 아이들 손을 잡고 서점에 나가 과학 관련 책들을 골라볼 것을 권했다.
“아이들 책을 고를 땐 제목과 그림에 현혹되기 쉬워요. 대부분 제값을 하지만 간혹 큰맘 먹고 샀는데 실망을 주기도 하죠. 목차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어요.”
그는 인천시교육청 디지털자료실지원센터(dls.ice.go. kr), 서울디지털자료실지원센터(dls.ssem.or.kr) 등을 참고하면 다양하고 유익한 과학도서 목록을 접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아이들이 과학과 친해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현직 과학 교사들이 올려놓은 다양한 정보들을 참고해 아이와 함께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고, ‘눈물은 왜 짤까?’ ‘환절기에 감기에 자주 걸리는 이유는 뭘까⑦’ 같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질문들을 대화의 소재로 삼아보는 것.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은 매년 겨울 초등생을 대상으로 ‘놀이마당’을 여는데 학교나 학원에서 접해보지 못한 실험들을 해볼 수 있어 참가자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한다. 과학 교사들이 주최하지만 그들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의 지도를 받은 중·고등학생들이 여러 주제에 맞는 실험을 준비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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