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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강의

고승덕 변호사가 들려준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교육 노하우’

구술정리·최호열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2005. 08. 31

지난 8월12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오픈을 기념해 고승덕 변호사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고시 3관왕’으로 유명한 그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공부비법을 들려주었는데, 그의 강연 중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교육 노하우’를 정리했다.

고승덕 변호사가 들려준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교육 노하우’

흔히‘초등학교 때의 성적은 엄마의 성적’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엄마가 옆에 달라붙어 잔소리를 하고 신경을 쓰면 성적은 당연히 올라간다. 심지어 어떤 엄마는 밤새워 아이 숙제를 대신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엄마가 공부를 대신해줄 수도, 숙제를 대신해줄 수도 없다. 그때부터 성적은 아이 자신의 실력이다.
성적은 아이의 학습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학습능력은 스스로 노력해서 키워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아이 스스로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하고 싶다. 재미있어야 꾸준히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는 독서가 최고다. 초등학교 때는 닥치는 대로 많이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당연히 공부를 재미없어한다. 천재라면 한번만 읽어도 다 이해가 되겠지만 극소수의 천재를 제외하면 한두 번 읽어서는 이해가 안돼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봐도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만화책이다. 아이가 만화책을 보더라도 혼내지 말고 적극 권장하는 것이 좋다. 단 그 흥미를 이어서 다음엔 학습효과가 있는 만화책으로, 그 다음엔 글이 조금 많은 책으로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흥미를 느낀 책은 집중해서 빨리 읽게 된다. 또한 여러 번을 반복해서 읽게 된다. 그런 습관을 가지고 아이가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어차피 공부라는 게 다 똑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누가 더 집중적으로 더 많이 교과서를 보았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된다. 내가 대학 2학년 때 1년 동안 공부해 사시에 합격하고, 3학년과 4학년 때 외무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집중해서 반복적으로 교재를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노력을 한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인생에서 커다란 좌절을 겪었다. 경기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당시 한 학년의 3분의 2가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래서 중간만 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놀았다. 그런데 2학년 첫 수학시험에서 45점을 받았다. 거의 꼴찌였다.
내 머리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남들과 똑같이 노력하면 남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머리가 좋지 못하다면 방법은 한 가지, 남보다 더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꾸준히 노력한 결과 남과 똑같아진 것이 아니라 남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세상엔 남보다 노력을 덜하고 같은 결과를 얻으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내가 더 노력하면 앞서가게 된다.
노력은 열심히 한다는 뜻인데,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다. ‘양적으로 시간을 얼마나 더 많이 투자했느냐’ ‘질적으로 얼마나 집중력을 높였느냐’다. 양적으로 매일 3시간을 공부한 사람이 4시간을 공부한 사람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은 있지만 매일 10시간을 공부한 사람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 또한 느긋이 공부한 사람이 내일 당장 시험인 것처럼 집중력을 발휘해 공부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평소에 벼락치기를 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면 3배 정도 빨라질 수 있다. 결국 누가 더 많은 시간을, 더 많은 집중력을 발휘해 공부했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된다.

독서 통해 몇 번이고 흥미를 갖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습관 길러야
인생이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직선으로 나타난다면 성공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인생도 공부도 그렇지 않다. 1시간을 공부했다고 1점이 늘어나지 않는다. 처음엔 노력한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를 나는 ‘고통의 터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서면 실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고시를 준비할 때 처음엔 책을 전부 보는 데 5개월이 걸렸다. 그땐 정말 절망스러웠지만 다시 기운을 내고 두 번째 볼 때는 시간이 절반도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열흘 만에 다 보았다. 대부분 처음에 효과가 지지부진하니까 해도 안되는구나 하고 포기한다. 그것만 견디면 된다.

고승덕 변호사가 들려준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교육 노하우’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고변호사의 특강은 학부모들에게 높은 관심을 모았다.


누구나 자기 아이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인관계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혼자 하는 노력만 잘해도 되었지만 지금 사회에서는 그걸 요구하지 않는다. 방송을 하면서 느낀 게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PD치고 이사까지 올라간 사람이 없다. 자기 혼자 노력해서 만드는 프로그램은 잘 만들 수 있어도 대인관계에 대한 노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인관계도 노력이 필요하다. 대인관계와 자기 노력은 다르다. 대인관계는 남과의 문제다. 그러면 당연히 내가 아니라 남에게 신경을 써야 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능력이 있는 PD는 남에게 너그럽지 못하다. 자기 기준으로 잘못된 점이 눈에 띄면 그걸 지적하는 자기 중심형 인간이 되어버린다.
자녀의 대인관계는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자기 관점으로 판단하고 야단친다면 자식농사는 당연히 망친다. 자식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가 보기에 미흡해도 자식의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부모들은 잔소리를 많이 한다. 잔소리는 자기의 관점에서 자기 생각과 다를 때 하는 소리다. 남편이 아내에게 반찬이 맛 없다고 잔소리를 하면 반찬 가짓수만 줄어든다. 못한다고 하면 아예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교육도 마찬가지다.
난 지난해 재혼을 했다. 아내가 신문사 기자이다 보니 나보다 일찍 출근하고 나보다 늦게 퇴근한다. 그래서 부모님은 “밥이나 얻어먹겠냐”는 걱정을 하셨고 나도 고민을 했다. 그러나 나는 간 큰 남자가 아니어서 속으로 ‘밥을 차려주면 고맙고, 안 차려주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자’고 정리를 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자기가 먼저 아침밥을 차려주겠다고 나왔다.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난 밥과 김치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첫날 아침 식탁에 진짜로 밥과 김치만 올라왔다. 물론 특별한 반찬이 하나 더 있기는 했다. 식품회사에서 만든 김이 포장만 뜯겨진 채 올라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이것도 밥상이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었다. ‘안 차려주는 것보다는 나으니 맛있게 밥을 먹자’고. 그런데 내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 것을 보았는지 아내가 “반찬이 없어서 그러냐. 그럼 생선이라도 구워줄까?” 하며 냉동실에서 생선을 꺼냈다. 난 생각지도 않던 생선을 먹게 되었다는 기쁨에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살림을 하는 주부들은 다 알 것이다. 냉동생선을 조리하려면 전날부터 미리 꺼내 해동을 시켜놓아야 한다. 냉동실에서 막 꺼낸 꽁꽁 언 생선으로는 요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아내는 생선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가 해동이 안 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급기야 녹지도 않은 생선을 팬에 굽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몸에 좋다는 올리브 오일을 팬에 두르는 것은 잊지 않았다. 불길이 닿는 곳은 너무 뜨거워 타고 다른 쪽은 계속 얼어 있는 생선을 20여 분 동안 씨름한 끝에 아내는 식탁에 올려놓았다.

요리 초보인 아내 칭찬하자 자신감 갖고 노력해 지금은 푸드 아티스트 수준
그때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다음부터는 떡이나 먹자”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아내는 차리지 않아도 상관없는 밥을 차려주었고, 안 구워도 되는 생선을 나를 위해 구워주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게다가 몸에 좋다는 올리브 기름으로 구운 생선을 처음 먹어봤는데 석쇠로 구운 것보다 맛있었다.
그래서 “당신 음식 솜씨가 예술”이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우리는 둘 다 적당히 게으르고 약간은 통통한 편이어서 서로 팬더라는 애칭을 부른다. 그런데 이날 나는 아내에게 새로운 애칭을 하나 더 붙여주었다. 푸드 아티스트라는.
내가 정말 감사의 마음으로 맛있게 밥을 먹고 칭찬을 해주자 아내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친정과 시집에 전화를 걸어 “남편이 음식 솜씨가 좋다는 칭찬을 했다”는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 후로 정말 달라졌다. 하루하루 반찬 가짓수가 늘어났다. 내게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시집이나 친정에서 내 젓가락이 많이 가는 반찬이 있으면 그걸 어떻게 만드는지 배워 직접 만들어주었다. 내가 최악의 순간에도 ‘푸드 아티스트’라고 칭찬을 하니까 아내는 자신감을 갖고 노력을 한 것이다. 지금은 진짜 푸드 아티스트가 되었다.

고승덕 변호사가 들려준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교육 노하우’

고변호사는 지난해 3월 경향신문 기자인 이무경씨와 재혼했다.


인생을 살 때 자기 입장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대인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무리 힘들 때라도 내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자기의 입장보다는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애를 할 때는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자식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행동이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내 입장에서 보지 말고 자녀의 입장에서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아이를 남과 비교하지 말자. 처음에 아이가 말을 하고 걷기 시작할 때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그때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내 아이보다 더 빨리 옹알이를 할 수도, 걸을 수도 있다. 그 아이들과 비교하면 내 아이가 열등아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그때는 자기 아이를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기쁘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철저하게 아이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이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아이 자체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노력이라고 하는 것은 혼자 노력에 치우치면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 되고 대인관계만 중시하면 혼자 노력을 게을리 해 남의 비위만 맞추는 사람이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자기 노력과 대인관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해야 진짜 노력형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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