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여름방학! 독서습관 키우기

독서치료연구소 하제 소장이 들려주는‘ 아이의 마음을 열어주는 독서법’

기획·구미화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김성남 기자

2005. 08. 09

독서치료는 문학을 통해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지만 반드시 어떤 문제가 있어야만 독서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을 통해 자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잘 활용하면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부모의 마음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제독서치료연구소 하제 소장으로부터 유용한 독서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독서치료연구소 하제 소장이 들려주는‘ 아이의 마음을 열어주는  독서법’

“독서치료는 독서교육과는 또 다른 분야예요. 독서교육은 책을 효과적으로 읽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고, 독서치료는 심리상담에 책을 활용하는 것이지요.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이나 지은이의 생각을 알아내는 것보다는 책을 읽은 느낌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마음을 알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하제독서치료연구소 하제 소장(39)은 대학 졸업 후 사단법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와 인연을 맺으며 독서교육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그 후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NIE(Newspaper In Education) 인성교육’을 공부하며 독서교육과 상담을 접목하는 연구를 시작해 지금은 독서치료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독서치료는 음악치료나 미술치료와 마찬가지 형태로 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독서치료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는 10년이 채 안되었고, 최근 2~3년 사이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한다. 독서치료는 동일시, 카타르시스, 성찰의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먼저 아이가 처한 상황과 가장 비슷한 문학책을 읽게 한다. 형제끼리 다툼이 심할 때는 형제의 이야기가 담긴 동화를 보여주고, 아빠와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그에 맞는 동화를 읽게 한다. 그러고 난 다음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동일시라는 것은 책의 주인공과 자기 자신, 주인공이 처한 환경과 자신의 환경을 같게 생각하는 거예요. 주인공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주인공의 마음이 어떠했을 것 같은지 주인공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요. 본인의 이야기를 해보라 하면 못하는 아이들도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별 거부감 없이 잘 이야기하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빌려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쏟아내고 나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이때 비로소 상대방의 말이 귀에 들어오고 배려하는 마음도 갖게 된다고 한다.
그 다음 과정은 성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단계다. 책에 나온 주인공처럼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아이와 함께 결정을 내려보는 것. 독서치료를 할 때는 지식을 전달하는 책보다는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문학책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10년 가까이 독서치료사로 활동해온 하제 소장은 현재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공부 스트레스와 애정 결핍, 애정 과잉을 꼽는다.
하 소장은 “대부분의 부모가 자신이 자라온 성장 배경과 경험에 근거해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달하는데 그 사랑이 너무 넘치거나 모자랄 때 문제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아이들의 문제를 파고들어가 보면 어린 시절 부모의 경험이 아이들 양육에 영향을 미쳐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럴 때는 아이 혼자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독서치료를 받기도 한다. 어린이 책을 선정해 함께 읽은 다음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들 책을 통해 풀면 가족사랑 커지고 좋은 독서습관도 생겨
독서치료연구소 하제 소장이 들려주는‘ 아이의 마음을 열어주는  독서법’

하제 소장은 단기간에 아이가 변화하길 기대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데 의의를 둬야 한다고 말한다.


하 소장은 권위적이고 사랑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빠 때문에 고민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나는 아빠를 사랑해요’(교학사), ‘아빠가 내게 남긴 것’(베틀북)을, 부모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들키고 싶은 비밀’(창비), ‘놀기 과외’(비룡소)를 읽게한 뒤 이야기를 나누어볼 것을 권했다. 이와 함께 “아이들과 책을 매개로 이야기하고자 할 경우 어른의 입장에서 책에 나온 이야기를 훈계조로 이야기하거나 책 내용을 확인하는 듯한 질문은 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등장인물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니?” “읽고 나니까 어떤 느낌이 들어?” “등장인물 중에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니?”와 같이 책 중심이 아닌 아이 중심에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해요. 부모가 아이의 문제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책을 찾아 먼저 읽어본 후에 아이한테 권해주어야 하죠. 부모가 책을 읽으며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들었는지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며 대화를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또한 단기간에 아이들의 행동이 변화할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 좋아요.”
독서치료라 해서 특별히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책들 중에서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을 선택해 독서치료의 방법을 응용하는 것이다. 하 소장은 “공부에 영 관심이 없는 아이,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내성적인 아이와 외향적인 아이, 형제자매 간에 갈등이 있는 아이 등이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책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면 가족 간의 정도 돈독해지고, 좋은 독서습관도 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경우에는 이런 책’ 하고 기계적으로 공식을 적용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먼저 부모가 독서치료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인터넷이나 관련 도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독서치료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뒤 수많은 추천도서 중에서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하 소장이 운영하고 있는 하제독서치료연구소 사이트(www.hajebook.com)를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통해 대화를 나누면 청소년기가 되어서도 부모와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요. 또한 아이의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부모에게도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해요. 아이들 문제는 다 어른에게서 오는 것인 만큼 부모들도 책을 통해 스스로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했으면 합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